[OSEN=이후광 기자] 충격의 연봉 절반 삭감에 이어 스프링캠프를 홀로 출국했던 과거는 잊었다. ‘천재타자’ 강백호(25·KT 위즈)가 일찌감치 연봉 계약을 마치고 명예회복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2018시즌 프로에 입성한 강백호는 2023시즌을 앞두고 데뷔 처음으로 연봉 삭감의 쓴맛을 봤다. 2년차 1억2000만 원을 시작으로 3년차 2억1000만 원, 4년차 3억1000만 원을 거쳐 5년차 5억5000만 원까지 연봉을 끌어올렸지만 2022시즌 발가락과 햄스트링을 다쳐 62경기 타율 2할4푼5리 6홈런 29타점을 남기는 데 그쳤고, 무려 47.3% 삭감된 2억9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연봉 협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KT 구단과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며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까지 평행선을 달린 강백호는 스프링캠프 본진이 출국하는 1월 29일 오전에서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강백호는 이틀 뒤인 31일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으로 홀로 출국했다.
초심을 되찾고,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스프링캠프에 임한 강백호. 그러나 각종 논란이 그의 재기를 막았다. 작년 3월 열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불행의 시작이었다. 8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이른바 ‘세리머니사’로 국민적 공분을 산 것. 2루타를 친 뒤 인플레이 상황에서 3루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잠시 2루 베이스에서 떨어졌고, 그 사이 2루수의 글러브 태그에 아웃을 당했다.
강백호는 세리머니사로 논란이 된지 불과 두 달 만에 또 다른 본헤드플레이로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5월 18일 잠실 LG전 5회말 무사 1루에서 김현수의 안타 타구를 잡은 뒤 포물선을 그리는 무성의한 중계플레이로 3-3 동점 빌미를 제공했다.
강백호는 결국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6월과 8월 경기 출전 없이 온전히 휴식을 취했다. 이후 심신을 회복해 9월 5일 1군 무대로 컴백했고, 월간 타율 3할3푼3리를 치며 천재타자의 귀환을 알렸다. 강백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향해 그토록 바랐던 금메달을 목에 걸며 마침내 미소를 되찾았다.
마음의 병을 치유한 강백호는 포스트시즌 또한 그 어떤 선수들보다 열정적으로 준비하며 두 번째 우승반지를 꿈꿨다. 그러나 너무 의욕이 앞섰을까.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자체 청백전에서 스윙 도중 우측 내복사근이 손상되며 가을야구 출전이 좌절됐다. 당시 이강철 감독은 “내가 그렇게 세게 치지 말라고 했건만…”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강백호는 지난해와 달리 큰 잡음 없이 새 시즌 연봉 협상을 마쳤다. 강백호는 일찌감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상태이며, 연봉은 지난해(2억9000만 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2023년 또한 71경기 타율 2할6푼5리 8홈런 39타점에 그치며 삭감이 예상됐지만 KT 구단은 눈에 보이는 성적보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천재타자의 재기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협상을 진행했다.
강백호의 부재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낸 KT. 그러나 중심타선의 약화 및 노쇠화로 공격이 무기력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박병호, 앤서니 알포드, 황재균 등 중심타자들이 분전했지만 강백호의 공백을 완전히 메울 순 없었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타선에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투수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타자다”라고 천재타자를 줄곧 그리워했다.
MVP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를 다시 데려온 KT는 2024시즌 막강 클린업트리오를 앞세워 창단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강백호가 부활해야 박병호, 로하스, 황재균 등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다시 한 번 절치부심을 외친 강백호의 2024시즌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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