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감정 주체 못 하고 눈물''..'스모킹건2' 안현모와 '범죄프로 교본' 포부[종합]
입력 : 2024.01.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한해선 기자]
안현모, 김복준, 이지혜 /사진=KBS
안현모, 김복준, 이지혜 /사진=KBS

'방송 업자' 이지혜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눈물을 쏟았다. '스모킹건'이 다양한 범죄를 포괄적으로, 깊이 있게 접근하며 '범죄 프로그램의 교본'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시즌2를 론칭했다.

23일 오전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스모킹건' 시즌2(이하 '스모킹건2'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안현모, 이지혜, 김복준 전 수사과 과장이 참석했다.

'스모킹건'은 교묘하게 진화하는 범죄 현장 속, 숨겨진 진실을 찾아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 지난해 3월 첫 방송을 시작했으며, 시즌2에선 이지혜가 새 MC로 투입했다.

'스모킹건2' 첫 녹화는 '묻지 마 폭행'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다뤘다. 지난 2022년 5월 22일 새벽 5시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는 집 1층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가 의식을 잃었는데, 다시 눈을 뜬 곳은 뜻밖에도 병원 침대 위였다. CCTV 확인 결과, 일면식도 없던 남성이 뒤따라와 갑자기 돌려차기로 쓰러뜨리고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던 것. CCTV 원본을 본 이지혜와 안현모는 충격적인 영상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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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준은 녹화 분위기를 묻자 "안현모 씨가 처음 '스모킹건'을 진행하면서 울그락불그락했고 씩씩댔다. 무뎌지는 느낌이 들 때쯤 잠시 쉬었다. 엊그제 이지혜 씨가 왔는데 여전히 씩씩거렸고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옆에서 분노하는 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지혜는 "제가 나오는 건 안 봐도 범죄 프로그램은 자주 볼 정도로 범죄 프로그램에 애정을 갖고 있다. 화를 떠나서 억울하고 약자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느낄 땐 내가 집에 가면서도 눈물이 나더라. 아이를 낳고서 깊이 있게 보다보니 마음이 힘들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세상이 더 나아졌으면 하지 않냐. 제가 약자 편에서 공감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현모는 이지혜, 김복준과 호흡을 묻는 질문에 "시즌1을 하면서 저희가 끈끈해졌고 친해졌다. 헤어지기 아쉬웠는데 너무 감사하게 KBS에서 시즌2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그램이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서 꼭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행복한 마음으로 돌입했다"라고 했다.

이어 "지혜 언니는 자연스럽게 '스모들어서' 처음부터 같이 했던 느낌이었다. 스무스하게 진행했고, 언니만의 분노 표현법이 있어서 새로움이 더해졌다. 케미는 처음부터 좋았다"라고 밝혔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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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들이 가장 인상깊게 접한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안현모는 "30회를 녹화했는데 전부 인상적이었다. '다잉 메시지'는 어떤 방법으로든 남긴다는 것이었다. 고무통에 액체화된 시신이 발견된 적이 있는데 손가락에 작은 쪽지문이 남아있었다. '육절기 사건'도 신체 조직이 남아있더라"라고 밝혔다.

김복준은 "무덤덤해지는 없다. 무서운 사건, 잔인한 사건을 다루다 보면 외피상으로 익숙해져서 무덤덤해졌다고 하지만 시간이 더 가면 연필이 깎아서 예민해지는 것처럼 아픔이 서서히 온다. 그걸 극복해나가는 게 관건"이라며 "나는 '육절기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그 사건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사건이 해결되려면 형사들의 피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약간의 천운도 따라줘야 한다. '육절기 사건'도 형사들이 풀숲을 뒤졌고 인체 조직을 찾았고 그게 피해자 것이란 걸 알았다. 하지만 시신은 하나도 못 찾았다. 띠 톱에 걸쳐진 골편 하나 갖고 장례를 치렀다.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다. 반쪽 성공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복준은 '육절기 사건'에 대해 또 "범인이 육절기를 사용해 시신을 훼손하고 그걸 또 고물상에 팔았다. 고물상 주인이 그걸 분해해서 쓰려는 순간 범죄 증거를 찾았다. 그게 천운이었다"라고 덧붙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안현모는 '스모킹건'을 하며 자신의 달라진 점으로 "원래 제가 기자생활을 할 때는 비판적인 사건만 들여다 보니 한쪽눈만 뜨고 있는 느낌이었다. 프리랜서를 하면서 화려하고 편한 것 등을 접하면서 나머지 한쪽 눈을 뜬 느낌이었다. '스모킹건'을 하면서 비로소 양쪽 눈을 뜬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외면하고 회피할 수만은 없는 어두운 면, 취약한 점, 사회에 부족한 점, 미비한 점을 계속 보다 보니 균형적인 시선을 갖게 됐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 나도 '스모킹건'을 처음 했을 때 감정적으로 리액션이 컸다. 이제 화가 나더라도 언어로 표현해야지 표정으로 표현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라며 "들어도 들어도 무뎌지진 않는다. 그게 저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진 않더라"고 전했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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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는 "저는 사람들이 '업자'라고 할 정돈데 이번 방송을 하면서는 너무너무 눈물이 나더라. 피해자가 안쓰러워서 지금도 사실 울컥한다. 감정의 조절이 좀 필요하겠더라. 인과응보란 말이 있지만 다 벌받지 않더라. 그게 또 속상하다"라고 했다.

'스모킹건' 시즌1에 비해 시즌2에선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안현모는 "저희가 원래는 '과학수사대 스모킹건'이었는데 '스모킹건' 네 글자만 남겼다. 물론 과학수사를 어떻게 하는지가 저희의 키포인트다. 사건의 방을 통해 어떻게 범인을 잡았는지 알아보면서 올라운더가 됐다. 피해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유가족의 얘길 들어보기도 하고, 가해자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기도 하고, 법원의 형량을 법적으로 분석해 보기도 한다.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인간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안현모는 "예전엔 범죄 얘길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편견이었고 지금은 인간 사는 얘길 다른다고 생각한다. 범죄 이야기도 있지만 그 이면엔 이웃집 얘기가 있다. 가해자와 우리는 한 끗 차이고, 옆반 친구 친척이었는데 불운한 이유로 피해자가 된 거다. 남일도 아니고 특정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도 아니고 인간 사는 이야기라는 시선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이지혜는 딸 둘을 둔 어머니의 시선으로 다뤄보고 싶은 얘기를 묻자 "사건이 안 나야 한다. 누구나 알고있는 공론화 된 사건 말고도 세상에 안 알려진 사건도 다뤄서 우리가 관심을 갖고 피해자가 나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아이가 학대 받는 얘길 보면 너무 힘들다"라고 답했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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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범죄 프로그램이 있지만 '스모킹건'만이 가지는 차별점을 물었다. 김복준은 "저희는 기존의 사건을 가감없이 전체를 설명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범인의 살아온 환경, 기소 이후 판결을 보고 형량이 적절한지 얘기하려 한다.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판결이 나왔다면 그 이유 등을 변호사가 살핀다. 저희가 자랑할 수 있는 건, 우리가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공포감을 전이해서 느끼려고 하는 게 타 프로그램과 비교불가"라고 강조했다.

안현모는 "과학수사의 기법이 다양하게 소개된다는 점이 다르고, 흥미진진한 얘길 듣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가해자의 심리 기저를 살펴보고 제도적인 허점, 사건 전후를 다 아우른다"고 했다.

이지혜는 "어떤 작가는 사건을 얘기하면서 막 울더라. 그만큼 정성과 노력과 사랑을 가지고 한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즐겁고 떠들고 온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프로그램은 여운이 많이 남는다. 저희가 중간 역할을 잘 해야겠다"라고 덧붙였다.

안현모는 "저희가 풍성하고 다각적으로 범죄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범죄프로그램의 표준, 교본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김복준은 "'스모킹건'은 '이런 사건이 있었어'라고 알리는 게 아니라 '범죄 예방'을 지향한다. 미제 사건을 추적하다가 '범인은 누굴까요?'라고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있었던 사건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고 재판 결과까지 해석하면서 알려주고 '범죄 예방'과 '사람'의 메시지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스모킹건2'는 오는 24일 오후 10시 15분 첫 방송된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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