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PD “’라면꼰대’, 김풍의 자아 실현 프로...세계관 확장 계획 有” (종합)[인터뷰]
입력 : 2024.01.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조은정 기자] 웹 예능 프로그램 '라면꼰대' 박수진 PD. 2023.01.22 /cej@osen.co.kr 

[OSEN=유수연 기자] 웹 예능 콘텐츠 '라면꼰대' 박수진 PD가 프로그램 비하인드를 전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J ENM 센터에서는 OSEN과 ‘라면꼰대’의 연출을 맡은 박수진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유튜브 채널 ‘더 밥 스튜디오’를 통해 공개 중인 ‘라면꼰대’는 밉지 않은 꼰대, 김풍이 떠나는 라면 수련 기행을 담는 콘텐츠다. 라면 하나에도 철학이 있다는 김풍이 더 다채로운 라면을 선사하기 위해, 세상 곳곳으로 영감을 받으러 떠나는 과정을 담는다.

현재 인기리에 시즌5까지 진행된 '라면꼰대'에 대해 박수진 PD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처음 시작은 파일럿이었다. 당시에는 봐주시는 분들이 '라면꼰대'만의 감성을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많이 못 하고 했다. 지금은 그렇게 2년 넘게 하고 있는데, 기적 같은 일이다. 다들 놀라 한다. 그때 4개 에피소드만 하려 했는데, 벌써 2년을 넘게 하고 있다"라며 "반응도 엄청나게 보고 있다. 댓글 하나하나 다 보고 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이번 시즌에 들어서 많이 올라오는 '왜 재밌는지는 모르겠는데 재밌다'다. 그게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힐링 다큐를 표방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즐거워해 줬으면 좋겠으니까. 어디가 특별하게 재미있는 포인트라 하기엔 어렵지만, 재밌어서 끝까지 보게 되는 콘텐츠라는 반응이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빠른 호흡과 장면 전환이 주 감성인 웹콘텐츠 중, '라면꼰대'는 '다큐'를 표방하는 콘텐츠인 만큼, 느린 호흡과 편집이 특색이다. 이에 박 PD는 "그때 당시에는 웹콘텐츠도 빠른 편집이 유행했었다. 다만 저는 조금 편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하고 싶었다. 라디오처럼 들을 수 있고, 밥 친구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호흡을 정적으로 가되, 짠한 느낌을 김풍 작가님과 살려보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해서 그 감성을 노렸었다"라고 전했다.

부담감도 털어놨다. 그는 "초반 시즌에는 결을 맞추려고 다른 콘텐츠를 일부러 안 보기도 했다. 다른 걸 보면서 '우리는 왜 호흡이 이렇게 느리지? 잘못하고 있나?' 생각할까 봐 그랬다. 이제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조금 다른 이야기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세계관에서 새로운 조합을 해야 원래 보시던 분들도 재밌게 봐주시고, 유입분들도 있으실 것 아닌가. 시즌이 거듭될수록 모셔야 할 손님은 줄어들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떤 분을 모셔야 케미를 보고 싶어 해주실까 싶다"라고 전하면서도 "시즌1 때는 소수의 분이 좋아해 주셨다면, 비교적 2, 3 때부터는 조금 더 대중적으로 코드가 올라와 준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박 PD는 "처음에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특별한 인물과 장소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걸 하려면 장치가 필요하지 않나. 이 모든 걸 두루두루 묶을 수 있는 아이템이 뭘까, 했을때 라면이 떠올랐다. 라면에는 뭐든지 들어가도 되고, 대중적인 음식이니까, 누가 와도 어딜 가도 그게 묻어날 거 같았다"라면서 "처음에는 사실 '라면 인간'이었다. 라면으로 편하게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재료를 넣어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찾았는데, 김풍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작가님을 만났는데, 본인은 라면을 안 좋아하신다면서 한 시간 넘게 이야기하더라. 그때 생각했다. '꼰대인데?'"라고 웃으며 "근데 재미있었다. 말맛이 있더라. 라면이 싫다면서 라면에 대한 철학이 있다니, 재미있는 포인트를 잘 잡겠다 싶었다. 이후 돌아와서 메인 작가님과 ‘라면 꼰대로 바꾸면 김풍 작가님과 찰떡이겠다’라고 했다. 이후 김풍 작가님한테 기획 표지를 넘겼더니 ‘어? 꼰대가 제목에 들어가도 괜찮나요?’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유튜브라 괜찮아요'라고 답변드린 후 '라면꼰대'로 확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 비하인드도 들을 수 있었다. 박 PD는 "저와 메인 작가님, 그리고 김풍 작가님과 회의를 굉장히 길게 하는 편이다. 풍 작가님도 바쁘시고 해서, 대면 회의는 촬영 끝나고 하고, 주로 전화 미팅을 한다. 그때마다 두세 시간씩 통화를 한다. 이번 회차는 이런 분을 모시고 싶은데, 이분의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뭘 하면 좋을지 엄청나게 이야기를 많이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라면꼰대'는 김풍 작가님이 하고 싶은 걸 실현하는 콘텐츠기도 하다. 김풍 작가님이 안 해봤던 거도 많이 했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셨다"라면서 "'라면꼰대'서 등장하는 부캐 '닥터 K'도 김풍 작가님의 아이디어였다. 사실 '보자기 명상'을 하고 싶다고 작가님이 2년 전부터 이야기하셨다. 프로필 배경 화면도 보자기 명상 사진이었다. 그럴 때마다 '예능도 아닌데, 조금 그렇다. 하지 말자'라며 막아왔다가, 침착맨(이말년), 매직박 님이 오신 김에 한 번 하자고 했었다. 그 안경도 작가님이 직접 여러 가지 버전을 가져와서 보여주시고, 결정해서 탄생한 거다. 많이 막고 있지만, 작가님은 '라면꼰대'를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계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출 포인트에 대해서는 "다른 콘텐츠였다면 호흡을 잘랐을 구간을 일부러 길게 주는 편이다. 멘트 멘트가 붙어있다기보단, 보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게끔 하고 있다"라면서 "또 BGM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데, 정말 저희는 프레임 단위로 비지엠 선정을 한다. 특히 시그니처 송은, 시즌1 때 톤앤매너를 만들려고 이것저것 노래를 많이 붙여봤었다. 김풍 작가님이 예전에는 날렵해지셨는데, 지금은 풍채가 생기셔서 좀 짠한 느낌이었다. 그걸 극대화할 수 있는 걸 쓰자고 했는데, 너무 잘 어울리더라. 이후 시즌2 때는 BGM을 좀 바꿔보려 했는데, 아무리 다른 음악을 붙여도 이것만 한 게 없더라. 결국, 시즌1 테마곡으로 쓰려고 했던 게 지금까지 시그니처 송이 됐다. 게다가 그 BGM이 없으면 사람들이 찾더라. 그래서 팬층을 두껍게 하는 데 큰 일조를 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소소한 프로그램 뒷이야기도 전했다. 에피소드마다 흐린 날씨를 자랑하는 '라면 꼰대'에 대해 '일부러 흐린 날씨에 촬영하는 건가'라고 묻자, "정말 우연이다. 저희가 정말 신경 쓴다. 댓글에는 악담처럼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제작자 입장에서는 비가 오면 안 된다. 우천 대비도 해야 하고, 큰일 난다. 처음에 찍을 때도 억수같이 비가 내렸다. 그런데 그게 반복되어 ‘왜 이러지' 싶기도 했다. 지금은 그냥 소품이고, 배경이라 생각하자 하니까 마음이 편해지긴 했지만, 일부러 그런 날에 맞춰 찍는 게 더 어렵다. 물론 그런 우연과 코드들이 쌓여서 저희 프로그램의 결을 만든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회차 끝에 붙여지는 라면 이름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제가 정하는 거긴 하다. 너무 찰떡이면 오히려 쓰고 싶지 않더라"라고 웃으며 "사실 저도 신경 쓰이더라. 대부분 현장에서 결정되는 경우 많다. 별로면 제가 직접 짓는 경우도 있고, 엉뚱한데 재미있으면 쓰긴 한다. 물론 이제는 저도 댓글 눈치를 보게 된다. 박정민 배우님이 나온 회차에서는 배우님이 지은 이름 대신 '아저씨가 된다'를 라면 이름으로 썼다. 그렇게 박정민 배우님을 놀린 거다. 누가 보면, '게스트가 열심히 지었는데, 마음대로 바꿔?'라고, 싫어할 수도  있는데,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최근 공개된 '라면꼰대 시즌5'에서는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 영케이, 키드밀리, 곽튜브, 빠니보틀, 이창호, 곽범, 10cm 권정열, 엔믹스 릴리, 설윤이 등장한 바 있다. 이처럼 화려한 게스트 섭외 비하인드에 대해 "김풍 작가님이 ‘이런 분 어때?’ 궁금하면 한번 해볼까요? 해서 섭외하는 경우도 있고, 풍 작가님과 코드가 잘 맞겠는데, 재밌는 이야기 나오겠다, 하고 저희 쪽에서 검색해해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라면서 "시즌1 때는 풍 작가님의 지인으로 일부러 꾸몄던 게, 완전 예능인이 아니시다 보니까 그래야 작가님이 편하게 이 결을 소화하실 수 있겠다, 싶어서 김풍 인맥 쇼처럼 진행했었다. 물론 김풍 작가님도 인맥의 한계가 있다 보니, 결에 맞는 친구를 만들어주는 느낌으로 조금씩 바꿔왔다"라고 웃었다.

김풍 작가와 예상 밖의 케미를 보여준 게스트를 묻자, "진짜 예상외는, 일주어터 님이었다. 저희가 여성 게스트의 경우에는 그렇게 김풍 작가님과 쿵짝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까지는 못 하고 항상 섭외한다. 그런데 일주어터 님은, 두 분의 어머니 성함까지 같을지는 몰랐다. 그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귀엽게 나왔다. 또 다른 게스트는 다나카 님(개그맨 김경욱)이었다. 당시에는 풍 작가님이 다나카 님의 팬이라길래 '한 번 해보자' 싶었다. 사실은 도전이었다. 부캐가 나왔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날 아침까지도 계속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라면서 작가님이 걱정하시는 거다. 하시던 대로 하시라고 해서 했는데 너무 재밌게 나왔다. 워낙 본체 김경욱 씨가 베테랑이시고 하니까, 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잘 해주시지 않을까 싶었다"라면서 "저희는 진짜 게스트분들에게 구성안을 안 드리고, 타임 테이블과 '김풍의 리드에 따라 움직인다', '김풍의 요리를 맛본다'만 적혀있다. 장소도 안 적어 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잘하시겠다는 기대감이 있어서 도전을 한 거다. 그게 되게 잘 터졌다"고 전했다.

차후 게스트 라인업에 대해서는 "기획을 해보고 싶은 게 있다. '엘리트들'이라고 해서, 어떤 분야에서 굉장히 1등을 했거나, 멘사 출신이거나, 이런 분들을 모셔서 한번 라면을 끓여드리면 어떨까 기획하고 있다. 홍진호 님이라던가, 풍 작가님이랑 친하시니까. 아니면, 철면수심님이라던가. 뭐든지 풍작가님은 다 아시는 분이니 전문적이지만, 조금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전에도 잇섭 님과 궤도님을 처음으로 붙여 모아봤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던 현장이 나왔었다. 그런 식의 공통 분모로 묶을 수 있는 분들을 모셔보는 게 남은 회차로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이번 시즌은 25회가 마지막일 거 같다. 더 갈 수도 있고, 변동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시즌5를 시작하면서 제작진들과 김풍 작가가 같이했던 말은, 시즌 1, 2, 3, 4에서 뿌렸던 씨앗을 좀 거두어서, 많은 유닛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라면꼰대' 안에서 친한 친구들이 생겼으니, 만나게 했을 때 더 재미있는 조합을 많이 만들어서 세계관을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이 있다. 이번 시즌도 초반 때 라면팅이라던지,, '파김치갱'의 여성갱단과의 미팅이 언급되었는데, 이런 걸 앞으로 주워 담을 예정이다. 또 라면꼰대에서 만든 케미와 세계관을 가지고 다른 플랫폼으로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하고 기획하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계속 보여주고 싶은 게 저희의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또 풍 작가님이 별명 중에 '인간 카피바라'라는 게 있다. 누가 와도, 어떤 분야 분이 와도, 스며들게 한다. 앞으로 도전하는 것과, 뿌린 씨앗을 거두어서 사람들이 보면서 재밌어했으면 좋겠고, 힐링했으면 좋겠다"라면서 "라면꼰대를 시즌1 1화 때부터 보신 분들도, 이제부터 보신 분들도 계시는데, 이 톤앤 매너를 너무 속속들이 잘 알아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또 어떤 포인트에서 제작진이 재미를 주고 싶었는지 너무 잘 알아주셔서 감사하다. 작가님도 그렇고, 정말로 댓글을 보면서 산다. 얼마 안 달리는 댓글이라도 ‘너무 재미있다’고 해주시는 한마디에 힘을 굉장히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남은 회차를 계속 관심을 끊지 않고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yusuou@osen.co.kr

[사진]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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