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개의 작품vs역사 왜곡 시도''...'고려거란전쟁' 원작자-감독·작가 설전ing [종합]
입력 : 2024.01.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유수연 기자] '고려 거란 전쟁'을 둔 원작자와 드라마 작가, 감독 사이의 입장차이가 계속되고 있다.

KBS2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를 그린 대하사극이다

오랜만에 선보인 KBS표 '전통사극'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는 높았고, '고려 거란 전쟁'은 그런 기대감에 부응했다. 뛰어난 완성도와 몰입감으로 시청자들의 찬사는 물론, 최고 시청률 10.2%(15회)를 기록, 2023 KBS 연기대상에서도 대상(최수종)을 포함한 7관왕에 오르는 등 큰 화제성을 선보였다.

다만 최근 회차로 들어서며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16화부터 그려진 현종의 낙마 사고 장면을 포함, 호족 혁파 과정에서 역사 고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하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 심지어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까지 "대하사극이 아니라 웹소설 같았다"라며 비판에 나섰다.

길 작가는 당연히 KBS2 ‘고려거란전쟁’ 18화에 묘사된 현종(김동준)의 낙마는 원작 내용 중 없다"라며 "대본 작가가 일부러 원작을 피해 자기 작품을 쓰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원작을 피하려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역사까지 피해서 쓰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 KBS의 대하사극을 쓴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KBS는 23일, ‘고려거란전쟁’ 측은 현종을 주인공으로 한 거란과 10년 전쟁을 드라마화하겠다는 간략한 기획안을 작성한 뒤 본격 개발에 착수, 이후 자료 검색 중 길승수 작가의 소설 ‘고려거란전기’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1회부터 지금까지 소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게 된 이유에 대해 "이정우 작가가 ‘고려거란전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뒤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전우성 감독 역시 이 의견에 공감해서였다. 전우성 감독은 드라마 자문 경험이 풍부한 조경란 박사를 중심으로 자문팀을 새로 꾸렸고, 이정우 작가는 1회부터 스토리 라인 및 씬별 디테일을 촘촘하게 자문팀의 의견을 수렴해 대본을 집필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감독과 작가도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거란전쟁' 전우성 감독은 "길승수 작가는 이정우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하였고, 수 차례 자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였지만 끝내 고사했다. 이후 저는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하여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집필 및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길승수 작가가 저와 제작진이 자신의 자문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고증도 없이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정우 작가는 "저는 이 드라마의 작가가 된 후, 원작 소설을 검토하였으나 저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때부터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 제가 대본에서 구현한 모든 씬은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롭게 창작된 장면들이다. 시작부터 다른 길을 갔고 어느 장면 하나 일치하는 것이 없다"라면서 "이렇게 처음부터 별개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사실 원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런데도 원작 소설가가 ‘16회까지는 원작의 테두리에 있었으나 17회부터 그것을 벗어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특히 이 작가는 "이 드라마는 일부 전투 장면 이외에는 원작 소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1회부터 그랬고 마지막 회까지 그럴 것”이라며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다른 작가의 글에 대한 존중도 있어야 한다. 원작 소설가가 저에 대한 자질을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분명 도를 넘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길 작가의 2차 입장문이 등장했다. 같은날, 길 작가는 SNS를 통해 "오늘 KBS에서 해명 보도를 냈더라. 웃기지도 않는다"라면서 "제가 2022년 6월 경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제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더라. 그 방향성은,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되어서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스토리’였다. 제가 화들짝 놀라서 '전작 드라마 천추태후도 있는데, 그런 역사왜곡의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천추태후는 포기되었는데, 결국 그 이야기가 어느 정도 살아남았더라. 원정왕후를 통해서"라고 폭로해 눈길을 끌었다.

장기전이 되어가는 '고려거란전쟁'의 왜곡 논란. 논란을 잠재우고 시청자의 돌아선 마음까지 바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매주 토, 일 밤 9시 25분 방송된다.

/yusuou@osen.co.kr

[사진] KBS2 '고려 거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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