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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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28일(한국시간) 열린 '뉴욕 야구기자의 밤' 행사에서 MVP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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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2023년 아메리칸리그 MVP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개인 통산 2번째 '만장일치 MVP'를 수상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불과 3년 전 영어 사용 빈도로 지적받았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유창한 스피치를 보여줬다.
오타니는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 야구기자의 밤' 행사에서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오타니를 비롯해 내셔널리그 MVP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양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게릿 콜(아메리칸리그, 뉴욕 양키스)과 블레이크 스넬(내셔널리그, FA)이 함께 참석했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와 LA 타임스 등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타니는 과거 LA 다저스의 스타플레이어였던 더스티 베이커 전 휴스턴 감독의 소개를 받으며 단상에 올라왔다. 그는 짙은 푸른색 벨벳 수트와 검은 셔츠, 나비넥타이를 매고 대중 앞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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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가 28일(한국시간) 열린 '뉴욕 야구기자의 밤' 행사에서 더스티 베이커 전 휴스턴 감독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먼저 오타니는 자신에게 투표권을 행사해준 기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어 "MVP는 매우 권위 있는 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수상이 매우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 소속팀인 LA 에인절스에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에인절스 구단과 운영진, 프런트 직원,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열정적으로 야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저를 격려해주신 팀원과 코칭스태프의 도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타니는 새 소속팀 다저스를 향해서도 "날 믿어준 구단에서 내 커리어의 다음 단계를 기대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를 전한다"며 특히 고국 일본 팬을 콕 집어 "매일 내게 주는 열정적인 응원은 내가 야구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타니는 "함께 참석한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와 그의 아내 리즈를 포함해 소속사 CAA의 도움, 그리고 나와 함께 있어준 미즈하라 잇페이(통역사)에게도 감사하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하며 소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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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맨 오른쪽)가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운데)를 통해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주목할 점은 오타니가 2분 정도의 이 수상소감을 모두 직접 영어로 발표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오타니가 말했듯 자신의 통역사인 미즈하라 잇페이도 참석했다. 하지만 그는 혼자 단상에 올라가 예상 외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다.
이에 미국 현지에서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LA 다저스 소식을 주로 전하는 다저스네이션은 "그동안 오타니는 기자회견 때 항상 미즈하라를 대동했는데, 이날 그는 통역 없이 MVP 수상 소감을 발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는 항상 이런 공개 석상에서 영어로 말하는 걸 꺼려했지만, 더 많은 걸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며 "야구의 아이콘인 그의 이런 시도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올해로 미국 진출 7년 차를 맞이하는 오타니는 그동안 영어 관련 몇 차례 구설에 올랐다. 주로 그의 문제가 아니라 주위에서 왈가왈부를 한 탓이 크다. 지난 2021년 스포츠매체 ESPN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스미스는 "영어를 하지 않고 통역이 필요한 용병은 구단 매출에 타격을 준다. 관객이 모인 상태 혹은 TV로 시청할 때에도 간판스타가 통역을 거쳐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오타니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SNS를 통해 '외국인 혐오'라는 맹비난을 받았고, 결국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아시아인이나 오타니 특정인을 저격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오타니는 모든 스포츠 선수 중 가장 훌륭하다. 그는 변화를 주도하며 독보적인 리더십도 갖췄다. 나는 오타니를 칭찬했어야 마땅하지만 큰 실언을 하고 말았다"고 사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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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가 경기 도중 프란시스코 린도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사실 오타니는 이미 일본 시절부터 영어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2016년 일본 매체 산케이 스포츠는 "오타니는 타격과 투구 훈련이 끝나면 개인 강사에게 영어 과외를 받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오타니는 "영어 공부는 단순히 취미로 하고 있을 뿐이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영어강사는 "영어를 잘 기억하고 이해가 빠르다"고 칭찬했다.
최근에도 오타니의 영어 실력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일본 매체 디 앤서에 따르면 오타니는 지난달 미국프로풋볼(NFL) 경기를 관람하러 가서 팬들의 사진과 사인 요청에 흔쾌히 응해줬다고 한다. 다음 일정이 있어 먼저 가야하는 상황에 놓이자 오타니는 팬의 사진 요청에 "나는 지금 가야 한다(I gotta go)"며 영어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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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LA 램스 팬과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ESPN LA 공식 SNS |
매체는 "오타니는 201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늘 통역과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도 오타니는 경기 도중에도 동료들과 사이좋게 의사소통하고 있다. 다만 공공장소에서는 오타니가 영어로 말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번 건 희귀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슈퍼스타는 어떤 행동을 해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야후 스포츠에 게재된 이 기사에서 일본 누리꾼들은 '미국에서 6년간 살았는데, 이제는 오타니도 일상 회화 정도는 잘할 것이다', '6년이나 미국에서 지낸 오타니가 여전히 통역과 함께하는 이유는 뭘까.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바를 뉘앙스까지 오해 없이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그럴 것', '굳이 언어에 집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야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타니는 더그아웃이나 누상에서도 통역 없이 팀 동료들 혹은 상대 선수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렇지만 공적인 장소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은 또 다른 이야기라 통역과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공적인 자리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 실제는 유창할 것'이라는 등의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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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2023년 아메리칸리그 MVP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2018시즌을 앞두고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오타니는 빅리그 6시즌 동안 타자로는 701경기에 나와 타율 0.274(2483타수 681안타), 171홈런 437타점 428득점, 86도루, 출루율 0.366 장타율 0.556, OPS 0.922의 성적을 거뒀다. 투수로는 86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 481⅔이닝 608탈삼진 173볼넷, WHIP 1.08을 기록했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2021년과 지난해에는 리그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다.
오타니는 2023시즌에도 타자로서 135경기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102득점 20도루, 출루율 0.412 장타율 0.654 OPS 1.066, 투수로서 23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132이닝 167탈삼진을 기록했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은 팬그래프(9.0)와 베이스볼 레퍼런스(10.0) 기준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UCL) 파열로 9월 중순 시즌을 조기 마감했음에도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2년 전 2개 차이로 차지하지 못했던 리그 홈런왕을 차지했고, 출루율과 장타율도 선두에 올랐다.
오타니는 개인 2번째 만장일치 MVP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선수가 2회 이상 만장일치 최우수선수에 오른 건 그가 처음이었다. 또한 아메리칸리그 지명타자 부문 실버슬러거를 차지했고, 리그 최고의 지명타자에게 수여하는 에드가 마르티네스상도 3년 연속(2021~2023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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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
이에 오타니 지난달 10일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26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맺었다. 이는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 규모의 계약이다. 앞서 지난 2020년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주전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에게 안겨준 10년 4억 5000만 달러(약 5933억 원)가 이전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은 LA 에인절스와 마이크 트라웃이 2019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623억 원)의 연장계약이고, FA만 따지면 지난해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9년 3억 6000만 달러(약 4746억 원)다.
더욱 놀라운 건 계약기간 오타니가 실제로 받는 돈은 훨씬 적다는 것이다. 그는 매년 연봉 7000만 달러(약 922억 원) 중 200만 달러(약 26억 원)만 받는다. 계약 총액의 무려 97%에 해당하는 6억 8000만 달러(약 8965억 원)가 추후 지급된다.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그는 계약 기간이 끝난 뒤 2034년부터 2043년까지 10년 동안 무이자로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 이는 이른바 '디퍼 계약(The deferrals)'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구단과 선수가 초대형 규모의 계약을 맺을 경우, 구단이 일부 연봉을 나중에 지급하는 방식의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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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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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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