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LA 다저스는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돈을 물 쓰듯 썼다. 그러면서 역사상 최고로 불릴만한 ‘슈퍼팀’을 꾸렸다.
투타겸업 MVP인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7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3년 연속 4관왕과 MVP에 빛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치열한 영입 경쟁 끝에 12년 3억2500만 달러로 붙잡았다. 이 외에도 트레이드로 영입한 파이어볼러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5년 1억36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었다. 부상 리스크가 있지만 지난해 95.2마일(153km)의 포심 평균 구속을 뿌리는 등 여전히 강한 공을 던지는 좌완 제임스 팩스턴을 1년 1100만 달러에 붙잡았다.
불펜진에는 조 켈리와 1년 800만 달러 계약을 맺었고 타선에서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1년 235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우타 거포 보강을 완료했다.
이들을 영입하면서 다저스가 쏟아 부은 금액만 12억 400만 달러다. 한화로 환산하면 1조6000억원이 넘는 돈을 이번 겨울에 쏟아부었다. 물론 오타니의 7억 달러 계약은 계약기간 10년 동안 2000만 달러만 받고 나머지 6억8000만 달러를 추후에 받는 디퍼 계약이지만 단순 가치로만 따져도 다저스는 상상 이상의 투자를 감행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승을 위해서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이 기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만 10차례 달성했다. 더 이상 포스트시즌 진추리 목표가 아닌 팀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야만 하는 팀이다. 지난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즌으로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치러졌고 포스트시즌도 중립지역에서 펼쳐지는 등 기형적인 시즌이었다. 162경기 체제 월드시리즈 우승은 여전히 1988년에 머물러 있다.
2021년 106승(56패), 2022년 111승(51패), 2023년 100승(62패) 등 3년 연속 100승을 넘어섰는데 월드시리즈조차 가지 못했다. 특히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와 마주했다.
지난해 사실상 벌떼 운영으로 버텨야 했던 선발진을 강화하기 위해 야마모토, 글래스노우, 팩스턴을 차례대로 영입했고 2025시즌에는 팔꿈치 수술에서 재활하고 있는 오타니도 투수로 복귀할 수 있다. 워커 뷸러도 토미존 수술 재활에 성공해 2년여 만에 1군에 돌아올 수 있고 바비 밀러, 에밋 시한 등 유망주들도 대기하고 있다.
차츰 연령대가 높아지는 타선에 대한 불안감도 없지 않지만 다저스는 겨울을 기점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다저스의 전력과 성공에 대한 기준은 더더욱 엄격해졌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면 실패한 시즌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LA타임즈’는 1일(이하 한국시간) 이러한 다저스의 보강 이후, 최상의 시나리오, 그리고 파국으로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공개했다. 매체는 ‘100승 팀의 중심을 지키면서 야구계 최고의 선수와 계약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오타니 쇼헤이의 합류는 12억 달러 규모 투자의 시작에 불과했고 로스터의 명백한 약점인 선발진을 상당 부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저스는 3억 달러가 넘는 사치세 페이롤을 갖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불편한 현실이 가려졌다. 그들이 투자한 것만큼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가 아닐 수도 있다’라면서 ‘다저스의 투자는 옳았다. 충성스러운 팬들에게 그만큼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불명확한 것은 현명하게 돈을 썼는지 여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강한 선발진에 물음표를 붙였다. 매체는 ‘전형적으로 신중한 다저스 프런트지만 선발진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수들을 영입했다. 기대치를 최고로 올려놓았지만 최저점은 올라가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LA타임스’의 주장도 일리있다. 야마모토는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에이스감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한 개도 던지지 않은 미지의 투수다. 일본에서는 6인 로테이션에 익숙했지만 이제는 5인 로테이션에도 적응해야 한다. 글래스노우는 잠재력과 확실한 기량을 갖고 있지만 역시 언제나 부상 리스크가 따라다닌다. 8시즌 동안 100이닝 이상 소화한 시즌은 단 두 번에 불과하다. 지난해 21경기 10승7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하면서 120이닝을 던진 게 최다 이닝 시즌이었다.
팩스턴도 마찬가지. 2021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재활 과정에서 재차 통증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4년 간 팔꿈치를 비롯해 허리, 광배근, 햄스트링, 무릎 등 부상을 달고 있었다. 역시 규정이닝 소화는 한 번도 없었다. 아울러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오는 워커 뷸러도 올해 이닝 제한을 두면서 세심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매체는 그러면서 ‘다저스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좋은 선발진일 수도 있고 작년보다 못한 선발진일 수도 있다’라면서 ‘이 시점에서 다저스는 정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보다 더 나은 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긍정의 시나리오에서 야마모토의 성공적인 5인 로테이션 안착, 글래스노우의 사이영상 후보 등극, 뷸러의 부상 이전 모습 회복, 팩스턴의 꾸준한 활약 등을 언급했다. 이렇게 되면 다저스의 162경기 체제 월드시리즈 우승은 당연하게 따라올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나리오에는 최악의 상황들이 겹쳐져 있다. 우선 ‘5피트10인치(178cm)의 야마모토는 162경기 시즌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글래스노우는 다시 쓰러지고 120이닝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유지한다. 뷸러는 토미존 수술을 받고 이전의 퍼포먼스를 회복하지 못하는 45~50%의 선수로 추락할 것이다. 지난해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이전 3시즌(2020~2022) 통틀어서 6경기 밖에 던지지 못한 팩스턴은 남는 게 없을 것이다’라는 등 새로 영입하고 복귀한 선수들이 최악의 상황에 놓이는 것을 가정했다.
물론 두 번째 시나리오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어쨌든 현재 다저스가 영입한 선수들은 위험부담을 안고 시즌을 치를 수밖에 없다. 매체는 ‘다저스가 선발진 업그레이드를 위해 지출한 4억70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은 기본적으로 고액의 복권을 산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다저스는 현재 선발진 보강에 정확히 4억7250만 달러(약 6302억 원)를 썼다.
물론 다저스 선발진은 에밋 시한과 바비 밀러라는 걸출한 유망주가 있다. 어깨 부상에서 회복 중인 클레이튼 커쇼다 추후 계약을 통해서 복귀해 선발진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올 더스틴 메이도 시즌 후반부가 되면 합류할 수도 있다. 고액 선수들의 부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원들이 있고, 관리 여력도 충분하다.
‘LA타임스’는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의 명성은 재임 초기에 했던 일들이 기반이었다. 그는 대담했고 챔피언십 후보의 선수단을 해체한 뒤 챔피언십 진출을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선수단으로 바꿔놓았다’라면서 ‘10년이 지난 현재, 프리드먼은 다시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번에는 잠재력이 높지만 아직 경력이 뚜렷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수억달러를 투자했다. 프리드먼은 다저스라는 칩을 테이블 한 가운데로 밀어넣었다’라면서 프리드먼의 도박수 결과를 궁금해 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