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기장, 조형래 기자] “나만 계속 쳐다보더라구요.”
KT 위즈는 1일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2024시즌을 위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국내 스프링캠프를 택한 KT는 지난 29일 기장에 도착한 뒤 개인훈련을 하면서 스프링캠프를 준비했다.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에 돌입하려고 했지만 오전 비가 내리면서 오후부터 훈련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바꿨다. 비록 첫 날의 날씨가 안 좋았지만 기장은 KT와 이강철 감독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2021시즌 코로나19 여파로 기장 국내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는데, 이 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22시즌까지 기장에 캠프를 차렸고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풀리자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투산의 기상 여건이 최악이었고 결국 올해 선수단과 구단은 기장에서 1차 캠프를 진행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꼴찌에서 2위까지 수직 상승하며 기적을 썼지만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LG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대권 도전의 시즌.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10월,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6억원)에 재계약 하면서 다시 한 번 팀을 이끌게 됐다.
전력 유출이 없지 않다. KT는 우선 창단 이후 줄곧 뒷문을 책임져 줬던 김재윤이 FA 자격을 취득했고 삼성 라이온즈와 4년 총액 59억원 계약을 맺고 떠났다. 김재윤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특별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했고 2019년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뒤부터 기량을 더욱 만개하기 시작했다. 2020시즌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0세이브, 그리고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수확했다. 통산 481경기 44승33패 169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58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의 기장 캠프 최우선 과제는 불펜 보직 확정이다. 김재윤을 대신할 마무리 투수부터 정해야 한다. 그러나 큰 걱정은 없다. 유력하면서 강력한 후보가 한 명 있기 때문. 지난해 홀드왕 박영현(21)이다. 박영현은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각광받은 영건 자원이었다. 68경기 75⅓이닝 3승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의 성적을 거뒀다. 만 20세 나이로 최연소 홀드왕 자리에 올랐다.
2022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뒤 가능성을 보였고 지난해 이강철 감독의 지도 아래, 묵직한 돌직구와 실전에서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게 발전시키며 스텝업 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됐고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커리어의 꽃밭을 스스로 일궜다. 준결승전 한일전에서의 2이닝 세이브가 압권이었다. 이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하며 큰 무대 경험까지 더했다.김재윤이 떠난 상황에서 누구나 박영현을 대안으로 꼽는 상황. 이강철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사실상 박영현이 차기 클로저로 낙점 받았다. 하지만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다. 1일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한 턴 정도 지나고 얘기를 해줄까 생각하는데, 사실 지금 갖고 있는 능력치나 기량은 제일 낫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영현 스스로가 마무리 보직을 원하고 있다. 롤모델 역시 돌직구를 뿌리면서 ‘끝판왕’의 자리를 차지한 삼성 오승환. 박영현은 이강철 감독을 향해 자신을 끊임없이 어필하고 있다. 이 감독은 “(박)영현이가 나만 보면 계속 쳐다보고 있다. ‘왜?’라고 하면 ‘마무리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알았다고 한다”라고 귀띔하며 웃었다. 박영현이 얼마나 마무리 보직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김재윤이 빠지고 박영현이 마무리로 이동하면서 셋업맨 보직이 비어있게 됐다. 그래도 일단 이 감독은 ‘양적’으로는 걱정하지 않는다. 이강철 감독은 손동현, 문용익, 우규민, 박시영, 이상동, 김영현, 주권, 김민수 등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마무리만 정해놓고 그 앞에 나올 투수들은 상대 타순에 맞게 운영할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