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멜버른(호주), 이후광 기자] 3년 연속 꼴찌의 아픔이 마침내 치유되는 것일까. 한화 이글스의 1차지명 3인방이 불펜피칭 한 조에 편성되며 멜버른 볼파크의 불펜장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오늘 최고의 샷이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3일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스프링캠프 3일차 훈련.
지난 1일 첫 훈련부터 불펜피칭으로 몸을 풀었던 투수조가 하루 휴식을 가진 뒤 다시 멜버른 볼파크 한편에 마련된 불펜장에 하나둘씩 등장했다.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중이던 최 감독은 불펜장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 팀의 도약을 이끌 투수 자원들을 보기 위해 불펜장으로 이동했다.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고, 발걸음 또한 가벼웠다.
한화는 올해부터 도입되는 ABS(자동볼판정시스템)을 대비해 포수 앞에 실 4개로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설치했다. 빨간 실 2개는 가장 키가 큰 타자, 초록 실 2개는 가장 키가 작은 타자를 기준으로 했다. KBO에 따르면 ABS 상하단 높이는 각 선수별 신장의 비율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상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이 된다. 이 비율은 기존 심판 스트라이크 존의 평균 상하단 비율을 기준으로 했다.
불펜피칭은 총 5개의 조로 편성됐다. 이태양, 장민재, 주현상, 한승혁, 이민우의 첫 조를 시작으로 윤대경, 박상원, 이충호, 김민우, 김범수로 구성된 2조, 이상규, 정이황, 남지민, 한승주, 김규연의 3조가 차례로 불펜장에 입장해 힘찬 투구를 펼쳤다. 외국인선수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베테랑 장시환 조는 페이스 조절을 위해 전력투구가 아닌 ‘소프트 토스’를 진행했다.
최 감독은 투수 출신답게 매의 눈으로 투수들의 컨디션을 일일이 체크했다. 최 감독은 “장민재의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벌써 90% 정도는 올라온 거 같다. 김범수의 공도 좋아 보인다. 이상규도 생각보다 공이 괜찮다”라며 “나머지 선수들은 70~80% 정도로 보인다. 김민우, 윤대경은 조금 더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관전평을 전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4조의 피칭이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며 리그에서 가장 먼저 지명한 특급 투수 3인방이 동반 투구를 펼쳤기 때문. 2022년 1차 지명 문동주부터 2024년 1라운드 1순위 황준서, 2023년 1라운드 1순위 김서현, 2021년 2차 1라운드 2순위 김기중이 차례로 서서 클래스가 남다른 공을 선보였다.
문동주와 김서현은 박수가 절로나오는 파워피칭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황준서는 특유의 부드러운 투구폼으로 선배들을 놀라게 했고, 왼손 김기중의 묵직한 구위 또한 인상적이었다. 최재훈, 이재훈, 박상언 등 신예들의 공을 받은 포수들은 하나같이 “나이스볼”을 외쳤다. 최 감독은 “저 4인방이 오늘 최고의 샷이다. 김서현이 지난해보다 많이 좋아졌고, 황준서는 밸런스가 좋아 보인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세 선수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냐는 질문이 나오자 “잘해야 배가 부르지”라며 껄껄 웃었다.
멜버른 볼파크의 불펜장을 빛으로 가득 채운 1라운더 4인방은 올해 모두 한화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문동주는 지난해 8승을 발판 삼아 토종 에이스(3선발) 자리를 따냈고, 김기중, 황준서는 4, 5선발 오디션에 참가 신청서를 냈다. 김서현은 한층 안정된 제구력을 앞세워 셋업맨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 감독은 김서현의 2년차 시즌에 그 누구보다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문동주가 그랬듯 김서현도 2년 만에 프로 무대에 완벽 적응하길 바라고 있다.
불펜피칭 후 만난 황준서는 “대선배님들이 공을 받아주시니 재미있다. 첫날은 이재원 선배님, 오늘은 최재훈 선배님과 호흡을 맞췄다. 선배님들 모두 공 좋으니까 너무 낮게 던지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셨다”라며 “데뷔 첫해부터 선발 경쟁을 한다니 얼떨떨하다. 올해부터 선발로서 잘하고 싶다”라는 당찬 각오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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