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기장, 조형래 기자] FA 권리 행사를 두 번이나 했고 어느덧 16년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막내 자리가 익숙하다. KT 위즈 김상수(34)는 다시 한 번 '막내의 패기'를 보여주려고 한다.
김상수는 지난해 고향팀 삼성에서 KT로 이적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김상수는 4년 29억원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2019년 첫 FA 자격 때는 3년 18억원이라는 비교적 헐값에 계약하며 삼성 선수로 남았지만 두 번째 FA에서는 선수 커리어 첫 번째 이적을 감행했다.
2009년 삼성의 1차지명으로 입단한 뒤 2010년대 초중반, 삼성이 왕조를 일군 시기, 진갑용 이승엽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등의 고참들 가운데에서 막내로서 역할 했던 김상수였다. 삼성에서 고참으로 향해 가던 시기, KT로 이적했다. 그런데 KT에서 김상수는 다시 막내가 됐다. 선수단 전체적으로 보면 김상수는 분명 중고참이다. 하지만 주전 내야진을 기준으로 봤을 때 김상수는 막내였다.
1루수 박병호(38), 2루수 박경수(40), 3루수 황재균(37) 등 자신보다 굵직한 커리어를 남긴 선배들이 내야 각 포지션에 버티고 있다. 김상수 역시 이들과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는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지만 연공서열을 아직 따지는 프로 무대에서 김상수의 위치는 여전히 막내다.
막내 역할이 익숙한듯(?) 김상수는 올 시즌 역시 막내의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한다. 그는 "올해도 제가 내야진의 막내일 것 같다. 더 많이 뛰어야 하는 것은 똑같다. 더 많이 뛰고 형들을 잘 보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한다"라고 웃었다.
내야진의 막내라고 할지라고 선수단 전체적으로 따지면 더 어린 선수들이 많다. 동생들과 함께 힘을 내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 먼저 다가가기도 했던 김상수였는데 어린 선수들이 좀 더 다가와 주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을 내심 보이기도 했다.
그는 "형들하고 지내는 것이 차라리 편하다. 동생들 눈치를 더 보게 되는 것 같다"라고 웃으면서 "좋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 정말 스스로 열심히 하고 부분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얘기해줄 수 있지만 다 알아서 하기 때문에 먼저 물어봐주면 대답해주려고 하지만 굳이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김상수는 "어린 선수들과 친해지고 싶었다"라면서 훈련조 배정을 따로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는 일단 후배들이, 동생들이 다가온다면 이에 화답해서 더 가까이 다가갈 예정이다. 그는 "어린 선수들도 비시즌 동안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해서 캠프에 왔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함부로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너무 잘못된 부분이 보이면 얘기를 해줄 것이다"라면서도 "그런데 다들 잘 준비해온 것 같아서 뿌듯하다. 고참들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동생들은 정말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적 첫 시즌 129경기 타율 2할7푼1리(443타수 120안타) 3홈런 56타점 58득점 OPS .692의 기록을 남겼다. 이적 직전 시즌들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김상수는 KT 이적 첫 시즌에서 부활에 성공했다. 그는 "앞서 2년 동안 부진했다. 주위에서는 에이징커브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나름 1년 동안 많은 경기에 나갔고 한동안 유격수를 안했는데 또 한 시즌 유격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만족한다. 다만 이 퍼포먼스를 쭉 이어가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전반기와 후반기 성적 차이가 컸다. 전반기 73경기 타율 3할1푼(255타수) 69안타 1홈런 31타점 OPS .753의 성적을 남겼는데 후반기에는 56경기 타율 2할1푼8리(188타수 41안타) 2홈런 25타점 OPS .610에 그쳤다.
주전 유격수이자 리드오프, 테이블세터진에서 주로 활약했다. 유격수에 테이블세터까지. 체력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김상수는 핑계대지 않는다. "전반기 좋았던 퍼포먼스가 후반기 끝까지 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체력 부담이 있었다는 것은 핑계다. 프로는 모두 힘들고 체력 부담이 있는데 그 속에서 제가 관리를 못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자책하면서 "다시 반성하고 또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끔 잘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KT는 올해 역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상수는 지난해 이적 첫 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김상수는 저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해 너무 좋게 시즌을 마무리 했는데 웃지 못해서 굉장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올해도 팀이 워낙 좋다. 타순이나 어린 투수들, 기존 투수들 모두 너무 좋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에 또 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작년에 우승하러 왔다고 했는데 올해는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 충분히 그럴만한 팀이기 때문에 정말 우승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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