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선발투수 보강을 원하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FA 투수 류현진(36)과 계속 연결되고 있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도 류현진에 대한 존중을 표시했는데 얼마나 진심일지 궁금해진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스프링 트레이닝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프렐러 단장은 추가 전력 보강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선발투수와 외야수 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 관련 질문도 나왔다.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97.3 더 팬’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렐러 단장은 “특정 투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류현진은 정말 존경하는 선수다.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와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항상 그를 존경해왔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물론 이것을 직접적인 관심 표명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프렐러 단장은 “다시금 말하지만 지금 우리 선수 구성이 마음에 든다. 여러 FA 선수들을 데려와서 팀 전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우리 입장에선 진정한 업그레이드가 돼야 한다.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현재 투수진에 믿음도 보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을 돈 3명의 선수가 이탈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이 FA로 풀렸고, 세스 루고와 마이클 와카가 나란히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FA 이적했다. 5선발과 불펜을 오간 스윙맨 닉 마르티네스도 신시내티 레즈로 옮기면서 최대 4명의 선발 자원이 빠져나갔다.
기존 선발 중에선 다르빗슈 유, 조 머스그로브가 원투펀치로 남아있다. 중심타자 후안 소토와 중견수 트렌트 그리샴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면서 3선발 자원으로 점찍은 마이클 킹을 비롯해 랜디 바스케스, 조니 브리토, 드류 소프 등 젊은 투수들을 받았지만 이 투수들은 아직 선발로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또 다른 4~5선발 후보로 페드로 아빌라, 맷 월드론, 하이로 아이리아테, 제이 그룸, 글렌 오토 등 기존 투수들도 있다. 하지만 오토를 제외하면 선발로 풀시즌을 던진 투수가 없다. 투수 육성에 능한 루벤 니에블라 투수코치가 있지만 한 번에 4~5선발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이들의 성장까지 시간을 벌어줄 베테랑이 필요하다.
그래서 샌디에이고도 추가 선발 보강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프렐러 단장도 “우리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로스터의 깊이와 퀄리티를 더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선 재미있는 경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트레이드 논의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 FA 선수들과도 대화를 나누는 등 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캠프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선 지금과 다른 팀일 것이다.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을 거치면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며 “우리는 항상 열려있다. 선발투수가 충분할 순 없다.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진실이다. 늘 선발을 영입할 수 있다”고 선발 보강을 시사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가 쓸 수 있는 금액이 제한적이다. 지난 몇 년간 무분별한 고액 장기 계약 남발로 최근 3년 연속 사치세 한도를 넘긴 샌디에이고는 페이롤(팀 연봉 총액)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4년 연속 사치세 한도를 초과하면 초과분에 대해 최소 50% 세금까지 부과된다. 게다가 지역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의 파산 문제로 인해 수입원도 크게 잘려나간 상태에서 긴축 재정이 불가피하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 따르면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페이롤을 1억8000만 달러에서 1억9000만 달러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 현재 약 1억6000만 달러 수준으로 2000만 달러가량 추가 지출이 가능하다. 연봉 1000만 달러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류현진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샌디에이고가 남은 2000만 달러 중 절반을 써야 하는 상황. 샌디에이로선 제한된 금액에서 전력 밸런스를 맞춰 최선의 결정을 해야 한다.
프렐러 단장은 이 같은 구단 재정과 관련해 “어느 정도 유연성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한다면 추가로 조금 더 지출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선수를 영입할 것이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자금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어지면서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류현진의 시장 가치는 살아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에서도 14일 메이저리그 FA 시장 미계약 선수 상위 10명의 랭킹을 매겼는데 류현진이 8위에 올랐다. 신시내티 레즈, 몬트리올 엑스포스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류현진은 건강해 보이지만 부상 위험 때문에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고 예상하면서도 ‘지난해 막판 같은 투구를 한다면 류현진은 트레이드 마감일에 그를 트레이드할 수 있는 비경쟁권 팀들과 계약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워싱턴 내셔널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같은 팀이 류현진에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큰 류현진이 약팀을 썩 내켜하지 않을 수 있어 조금 더 경쟁력 있는 팀의 오퍼를 기다릴 가능성이 더 높다. 보든은 ‘부상 위험이 높고, 나이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하락세를 보이는 선발투수를 여러 명 보유한 컨텐터 팀에서 선발진 뎁스 강화를 위해 류현진을 활용할 수 있다.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이에 해당한다’는 예측도 내놓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지난 13일 류현진을 남은 FA 시장의 중간급 선수로 분류했다. 마이클 로렌젠, 마이크 클레빈저와 같은 티어로 묶여 3~4선발로 로테이션에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수로 평가됐다. FA 시장이 장기전 양상을 띠면서 류현진의 거취 결정도 늦어지고 있지만 시장 수요는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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