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화 이글스 투수 유망주 중 한 명이었던 우완 김진욱(24)이 퇴단했다. 지난 13일 KBO에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되면서 퇴단이 공식화됐다.
KBO 규약 제31조에 따르면 임의해지 선수는 참가 활동 기간 또는 보류 기간 중 선수 계약의 해지를 소속 구단에 신청하고, 구단이 이를 승낙하면서 계약이 해지된 경우, 선수가 선수 계약의 존속 또는 갱신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인정돼 구단이 선수 계약을 해지한 경우에 해당한다.
보통 포스팅 시스템으로 해외 무대에 진출하거나 은퇴를 결정한 선수들이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된다. 지난 14일 임의해지 선수로 등록된 메이저리거 이정후(전 키움), 고우석(전 LG)과 달리 김진욱의 경우 스스로 먼저 퇴단을 요청한 케이스다.
KBO가 14일 공개한 2024년 리그 소속 선수 명단에 따르면 김진욱은 한화 정식 선수 60명 중 1명으로 포함돼 있었다. 올해 팀의 전력 구상에 포함된 선수였지만 1월말 구단에 퇴단을 요청했고, 2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팀을 떠났다. 지난달 25일 자신의 SNS에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은퇴를 암시했다.
사유는 팔꿈치 부상 때문이었다. 지난해 8월8일 서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퓨처스리그 경기가 김진욱의 마지막 공식 경기 등판으로 이후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군에 있었다. 통증이 좀처럼 낫지 않으면서 김진욱도 마음 고생을 했고, 결국 스스로 퇴단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팔꿈치 수술을 하진 않았지만 통증이 지속되면서 선수 스스로 두려움을 느꼈다. 상태가 회복되더라도 본인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냉정하게 판단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임의해지 선수는 공시 1년 뒤 KBO 총재에게 복귀 신청서를 제출해서 허가를 받으면 복귀할 수 있다. 1년 뒤 김진욱의 마음에 변화가 있다면 돌아올 여지를 남겨놓긴 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분위기다.
유신고 출신 우완 투수 김진욱은 지난 2018년 2차 10라운드 전체 94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았다. 176cm 작은 키로 인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8년 데뷔 첫 해부터 1군 스프링캠프에 깜짝 포함됐다. 당시 한용덕 한화 감독이 김진욱의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와 손목 스냅 등 투수로서 기술력을 좋게 봐서 데려갔다.
스리쿼터에서 오버핸드로 투구폼을 바꾼 뒤 구속을 최고 150km까지 늘렸다. 퓨처스리그에서 성장세를 보였고, 데뷔 첫 해 1군에서 3경기(5⅔이닝)를 경험하며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군 데뷔전인 4월20일 대전 넥센전에서 9회 구원등판,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삼자범퇴로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 전광판 기준으로 최고 구속 151km까지 나와 팬들을 놀라게 했다.
2019년에는 1군 1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2020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 22경기(6선발·44⅔이닝) 3승4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5.64를 기록했다. 그해 9월9일 대구 삼성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최고 149km 강속구를 앞세워 6이닝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두기도 했다.
당시 한화 외국인 투수였던 워윅 서폴드는 “김진욱을 지켜보라. 구위가 좋다. 앞으로 경험을 잘 쌓으면 한화를 대표할 만한 선발투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주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며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며 배움을 요청한 김진욱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이 김진욱의 1군 마지막 시즌이 되고 말았다. 2021년 7월 시즌 중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하면서 2년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해 4월 소집해제 이후 팀에 복귀했고, 두 달가량 몸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구속을 147km까지 끌어올렸고, 6월부터 퓨처스리그 실전에 나서 6경기(6이닝) 1패1홀드 평균자책점 3.00으로 괜찮은 투구를 펼쳤다. 직구와 커브 외에도 좌타자 상대용 체인지업을 연습하면서 구종 다양화를 꾀했다. 1군 복귀를 위해 한창 달려야 할 시점에 그만 부상의 덫에 걸렸고, 24살의 이른 나이에 퇴단을 결심했다. 10라운드 성공 신화를 꿈꿨지만 꽃을 펴지 못한 채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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