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건장한 청년은 2010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택했다. 그리고 빅리그에 콜업되기까지 6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후 8시즌 동안 6개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최지만(33)이 드디어 빅리그 커리어 7번째 팀을 찾았다. 뉴욕 메츠다.
최지만의 에이전시인 GSM은 17일 "최지만에게 가장 적극적이고 향후 MLB 플레잉타임 등을 고려해 뉴욕 메츠와 계약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겨우내 소속 팀이 없이 방황했지만 MLB가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 시작을 알리고 있는 이 시기에 또 다른 새 둥지를 찾은 것이다. 마이너리그 시절까지 포함하면 프로무대 9번째 팀이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개인훈련을 하던 최지만은 16일 플로리다로 이동했고 17일 오전부터 뉴욕 메츠 구단 지정병원에서 메디컬 체크를 했다. 지난 시즌 부상 여파로 단 16경기 출전에 그쳤던 터라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단계였다.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날 저녁 메츠와 정식계약을 맺었다.
다만 계약 조건은 최지만의 현재 입지를 잘 보여준다. GSM에 따르면 최지만의 이번 계약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소속 때 계약 조건이 다른 스플릿 계약. MLB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수 있고 개막전 로스터 진입 시엔 퍼포먼스 보너스 포함 1년 총액 350만 달러(47억원)를 수령하는 조건이다.
통상 조건부 계약의 경우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경우 구단에서 쉽게 로스터에 등록시키지 않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로스터 등록과 아닌 경우의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건 어느 정도의 기회를 약속 받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에이전트 측은 " 최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재계약한 주릭슨 프로파와 유사한 규모 (1년 100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오퍼도 있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건강한 모습만 보여주면 개막전 로스터 진입이 가능하기에 스플릿 계약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최지만의 기량보다는 건강 상태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게 확인된다면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보장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최지만 또한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다.
에이전트에 따르면 아시아 무대에서도 영입 제안도 있었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달콤한 오퍼가 3개'가 있었다. 달콤하다는 뜻은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MLB와 달리 보장된 기회가 있고 금액 측면에서도 이를 뛰어넘거나 최소 유사한 수준의 금액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혹은 계약 기간 측면에서 더 많은 금액이 보장된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지만은 완강했다. "아직은 일본에서 뛸 때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돈이나 편함을 쫓기보다는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빅리그에서 입증하고 싶은 의욕이 크다는 걸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NPB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리그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12년 3억 2500만 달러(4340억원)라는 엄청난 조건에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야마모토 요시노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빅리그 경험이 전무하지만 NPB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낸 선수는 MLB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게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등 수많은 선수들을 통해 검증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MLB가 더 수준 높은 무대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대 코리안리거 가운데서도 NPB 무대를 밟은 이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MLB 통산 124승의 전설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그랬고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2개를 손에 낀 'BK' 김병현이 그랬다.
최지만이 빅리그 잔류를 원한 것은 최고의 무대에서 아직은 보여줄 게 남았고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입증할 자신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화려한 전성기를 뒤로 하고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이고, 메츠, 휴스턴 애스트로스, 다시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거친 뒤에야 NPB 오릭스 버팔로스로 향했다. 오릭스에서도 단 7경기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ERA). 4.29로 아쉬운 기록을 냈고 2012년 고향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도 23경기에서 5승 10패 ERA 5.06에 그쳤다. 이미 전성기가 한참 꺾인 후에 택한 일본-한국행이었다.
김병현도 마찬가지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거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월드시리즈 2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낸 그는 이후 콜로라도 로키스, 플로리다 말린스, 다시 애리조나를 거쳐 피츠버그를 전전했고 마이너리그를 거친 뒤에야 2011년 NPB 라쿠텐 골든이글스로 향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아 2군 생활만 하다가 방출됐다. 이후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고향팀 KIA 타이거즈에서 4시즌 동안 뛰었지만 성적은 11승 23패 5홀드 ERA 6.19로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MLB에서 이미 한계를 느낀 뒤 타 리그 이적을 한 것이다. 그렇기에 최지만도 아직은 더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잔류를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류현진(FA), 김하성(샌디에이고)를 비롯해 올 시즌을 앞두고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고우석(샌디에이고)가 빅리그에 진출했다. KBO리그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첫 시즌부터 좋은 조건으로 기회를 보장받으며 빅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최지만은 다르다. 과거 밑바닥부터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올라왔던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등과 더 닮아 있는 케이스다. 201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그는 이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쳐 2016년 LA 에인절스로 향했다. 빅리그에 입성하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이후에도 한 번도 쉬운 길을 걸은 적이 없다.
화끈한 한 방과 준수한 수비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좌투수 상대 약점으로 인해 플래툰으로 기용되기 일쑤였다. 빅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낸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최지만은 2017년 뉴욕 양키스에 스프링 트레이닝 초청 선수 자격으로 계약을 맺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지금과 같은 스플릿 계약이었다.
그해 겨울 다시 팀을 떠났다. 이번엔 밀워키 브루어스로 향했다. 이번에도 스플릿 계약. 시즌 도중엔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 됐다. 최지만의 커리어의 터닝포인트가 된 계기였다.
7월 콜업된 그는 8홈런 장타율 0.506으로 맹활약했다. 이후 탬파베이의 귀중한 자원이 됐다. 커리어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해였다. 2019년엔 커리어 최다인 127경기에 뛰었다. 타율 0.261에 19홈런 6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2를 기록했다.
그해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아메리칸리그(AL)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선 홈런포도 날렸다. 추신수(현 SSG 랜더스)에 이어 역대 2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포스트시즌 홈런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MLB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진행됐고 최지만은 부침을 겪으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시즌을 돌아볼 땐 아쉬움이 많았다. 구단과 연봉 협상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조정 신청까지 가는 진통을 겪은 뒤 새 시즌을 맞이한 최지만은 83경기에서 타율 0.229 11홈런 OPS 0.759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2022년 113경기에서 타율 0.233 11홈런 OPS 0.729을 기록했는데 후반기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철저히 플래툰 시스템의 희생을 당하며 좌절하는 날이 많았다.
그만큼 탬파베이에서도 최지만에 대한 신뢰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방증이었다. 결국 시즌을 마친 최지만은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됐다. 한 가지 기대를 자아낸 건 배지환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는 것이다.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최지만은 다시 한 번 연봉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연봉 조정 신청을 했는데 패해 465만 달러(62억원)의 연봉에 만족한 채 시즌에 돌입해야 했다.
시즌 첫 6경기에서 19타수 1안타로 부진에 허덕이던 그는 4월 11일 휴스턴전에서 이적 첫 홈런을 신고했고 다음날에도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날리며 반등을 예고하는 듯 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라인업에서 빠졌다. 처음엔 8주 진단을 받았으나 복귀까지 더 오랜 시간이 흘렀다. 피츠버그 지역 매체인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 최지만이 팀에 돌아올 확률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7월초 복귀한 뒤 뜨거운 타격감을 보였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상대로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7월까지 타율은 0.205에 그쳤지만 6홈런을 날렸고 OPS는 0.731이었다. 안타 15개 중 장타가 10개에 달할 정도로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결국 또 팀을 옮겨야 했다. 8월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옮겼다. 결국 트레이드 마감기한에 최지만은 유망주 3명을 대가로 베테랑 좌완 리치 힐과 함께 샌디에이고로 향했다. 좌타 자원을 찾던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최지만을 원했다. 그는 최지만 트레이드가 결정된 후 미국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올 시즌 지속적으로 보완하고자 했던 파트가 바로 득점권 찬스에서 한 방을 쳐줄 수 있는 지명타자, 그리고 라인업 중심에서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왼손 타자였다"며 "트레이드 마감일에 영입한 최지만과 게릿 쿠퍼가 좌우 타석에서 우리가 시즌 내내 갈구했던 부분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공격력이 우리가 원했던 바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하성도 최지만을 반겼다. 최지만의 이적 직후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마티 카스웰의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가 온다고 해서 너무 기분 좋았다. 결국 팀이 이기기 위해 (최)지만이 형을 트레이드로 데려왔기에 더 기분 좋았다"고 말했고 트레이드가 확정된 뒤에는 "팀이나 선수들이 워낙 좋아서 형이 오면 시너지 효과가 좋을 것 같다"고도 전했다. 배지환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던 최지만 역시 "일주일 전에 장난식으로 (함께 뛰자고) 얘기했는데 현실이 돼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팬들이 한국 사람을 많이 좋아한다"면서 "팬들이 지만이 형도 그런 걸 느끼게끔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에서 최지만은 이적 후 11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갈비뼈 부상까지 겹치며 다시 IL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재활 경기에서 타구에 발등을 맞는 부상까지 당했다. 복귀 후에도 다만 타격감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16경기에서 31타수 2안타에 허덕인 채 시즌을 마쳤다.
시즌 후 FA가 된 최지만은 지난 1월 초 미국으로 향해 새로운 팀을 찾으며 개인적으로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GSM은 1월 말 "이번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예년보다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바람에 새 팀을 찾는 일은 달이 바뀌어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최지만은 현재 아메리칸리그(AL)에 속한 3~4개 팀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고 이날 결국 새 팀이 공개됐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디에 내놔도 놀라운 생존 본능을 자랑하는 최지만이지만 뉴욕 메츠에는 최지만의 밀워키 시절 단장이었던 데이비드 스턴스 야구 운영부문 사장도 있고 탬파베이에서 함께 뛰었던 투수 브룩스 레일리 등이 있다는 점은 더 빠른 적응을 도울 수 있는 호재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다시 무한경쟁이다. 메츠엔 피트 알론소라는 리그 정상급 1루수가 있다. 부동의 주전 1루수가 있다. 2019년 역대 메이저리그 신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인 53홈런을 터트리며 NL 신인상을 거머쥔 그는 최근 2시즌 동안에도 40홈런 이상, 100타점 이상 강력한 면모를 보였다.
최지만이 노려봐야 하는 건 지명타자 자리다. 메츠엔 붙박이 지명타자 자원이 없다. 지난해 지명타자로 가장 많이 나선 대니얼 보겔백의 성적은 104경기 타율 0.233 13홈런 48타점 OPS 0.742였다. 최지만이 부상 없이 경쟁한다면 못 넘어설 상대가 아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게 최지만 자신일 것이다. 그렇기에 편한 길보다 험난한 도전을 택한 그에게 격려를 보내게 된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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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 최지만. /AFPBBNews=뉴스1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최지만. /AFPBBNews=뉴스1 |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최지만(33)이 드디어 빅리그 커리어 7번째 팀을 찾았다. 뉴욕 메츠다.
최지만의 에이전시인 GSM은 17일 "최지만에게 가장 적극적이고 향후 MLB 플레잉타임 등을 고려해 뉴욕 메츠와 계약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겨우내 소속 팀이 없이 방황했지만 MLB가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 시작을 알리고 있는 이 시기에 또 다른 새 둥지를 찾은 것이다. 마이너리그 시절까지 포함하면 프로무대 9번째 팀이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개인훈련을 하던 최지만은 16일 플로리다로 이동했고 17일 오전부터 뉴욕 메츠 구단 지정병원에서 메디컬 체크를 했다. 지난 시즌 부상 여파로 단 16경기 출전에 그쳤던 터라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단계였다.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날 저녁 메츠와 정식계약을 맺었다.
다만 계약 조건은 최지만의 현재 입지를 잘 보여준다. GSM에 따르면 최지만의 이번 계약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소속 때 계약 조건이 다른 스플릿 계약. MLB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수 있고 개막전 로스터 진입 시엔 퍼포먼스 보너스 포함 1년 총액 350만 달러(47억원)를 수령하는 조건이다.
통상 조건부 계약의 경우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경우 구단에서 쉽게 로스터에 등록시키지 않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로스터 등록과 아닌 경우의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건 어느 정도의 기회를 약속 받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에이전트 측은 " 최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재계약한 주릭슨 프로파와 유사한 규모 (1년 100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오퍼도 있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건강한 모습만 보여주면 개막전 로스터 진입이 가능하기에 스플릿 계약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활약하던 최지만(오른쪽). /AFPBBNews=뉴스1 |
최지만(맨 왼쪽)과 김하성(맨 오른쪽). /사진=마티 카스웰 유튜브 갈무리 |
에이전트에 따르면 아시아 무대에서도 영입 제안도 있었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달콤한 오퍼가 3개'가 있었다. 달콤하다는 뜻은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MLB와 달리 보장된 기회가 있고 금액 측면에서도 이를 뛰어넘거나 최소 유사한 수준의 금액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혹은 계약 기간 측면에서 더 많은 금액이 보장된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지만은 완강했다. "아직은 일본에서 뛸 때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돈이나 편함을 쫓기보다는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빅리그에서 입증하고 싶은 의욕이 크다는 걸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NPB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리그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12년 3억 2500만 달러(4340억원)라는 엄청난 조건에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야마모토 요시노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빅리그 경험이 전무하지만 NPB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낸 선수는 MLB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게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등 수많은 선수들을 통해 검증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MLB가 더 수준 높은 무대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대 코리안리거 가운데서도 NPB 무대를 밟은 이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MLB 통산 124승의 전설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그랬고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2개를 손에 낀 'BK' 김병현이 그랬다.
최지만이 빅리그 잔류를 원한 것은 최고의 무대에서 아직은 보여줄 게 남았고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입증할 자신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화려한 전성기를 뒤로 하고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이고, 메츠, 휴스턴 애스트로스, 다시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거친 뒤에야 NPB 오릭스 버팔로스로 향했다. 오릭스에서도 단 7경기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ERA). 4.29로 아쉬운 기록을 냈고 2012년 고향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도 23경기에서 5승 10패 ERA 5.06에 그쳤다. 이미 전성기가 한참 꺾인 후에 택한 일본-한국행이었다.
김병현도 마찬가지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거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월드시리즈 2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낸 그는 이후 콜로라도 로키스, 플로리다 말린스, 다시 애리조나를 거쳐 피츠버그를 전전했고 마이너리그를 거친 뒤에야 2011년 NPB 라쿠텐 골든이글스로 향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아 2군 생활만 하다가 방출됐다. 이후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고향팀 KIA 타이거즈에서 4시즌 동안 뛰었지만 성적은 11승 23패 5홀드 ERA 6.19로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MLB에서 이미 한계를 느낀 뒤 타 리그 이적을 한 것이다. 그렇기에 최지만도 아직은 더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잔류를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탬파베이 시절 홈런을 치고 기뻐하는 최지만. /AFPBBNews=뉴스1 |
탬파베이에서 활약하던 최지만. /AFPBBNews=뉴스1 |
최지만은 다르다. 과거 밑바닥부터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올라왔던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등과 더 닮아 있는 케이스다. 201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그는 이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쳐 2016년 LA 에인절스로 향했다. 빅리그에 입성하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이후에도 한 번도 쉬운 길을 걸은 적이 없다.
화끈한 한 방과 준수한 수비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좌투수 상대 약점으로 인해 플래툰으로 기용되기 일쑤였다. 빅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낸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최지만은 2017년 뉴욕 양키스에 스프링 트레이닝 초청 선수 자격으로 계약을 맺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지금과 같은 스플릿 계약이었다.
그해 겨울 다시 팀을 떠났다. 이번엔 밀워키 브루어스로 향했다. 이번에도 스플릿 계약. 시즌 도중엔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 됐다. 최지만의 커리어의 터닝포인트가 된 계기였다.
7월 콜업된 그는 8홈런 장타율 0.506으로 맹활약했다. 이후 탬파베이의 귀중한 자원이 됐다. 커리어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해였다. 2019년엔 커리어 최다인 127경기에 뛰었다. 타율 0.261에 19홈런 6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2를 기록했다.
그해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아메리칸리그(AL)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선 홈런포도 날렸다. 추신수(현 SSG 랜더스)에 이어 역대 2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포스트시즌 홈런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MLB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진행됐고 최지만은 부침을 겪으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시즌을 돌아볼 땐 아쉬움이 많았다. 구단과 연봉 협상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조정 신청까지 가는 진통을 겪은 뒤 새 시즌을 맞이한 최지만은 83경기에서 타율 0.229 11홈런 OPS 0.759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2022년 113경기에서 타율 0.233 11홈런 OPS 0.729을 기록했는데 후반기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철저히 플래툰 시스템의 희생을 당하며 좌절하는 날이 많았다.
그만큼 탬파베이에서도 최지만에 대한 신뢰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방증이었다. 결국 시즌을 마친 최지만은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됐다. 한 가지 기대를 자아낸 건 배지환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는 것이다.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최지만은 다시 한 번 연봉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연봉 조정 신청을 했는데 패해 465만 달러(62억원)의 연봉에 만족한 채 시즌에 돌입해야 했다.
피츠버그 때 최지만. /사진=피츠버그 파이리츠 공식 SNS |
피츠버그서 경기에서 타격하는 최지만. /AFPBBNews=뉴스1 |
7월초 복귀한 뒤 뜨거운 타격감을 보였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상대로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7월까지 타율은 0.205에 그쳤지만 6홈런을 날렸고 OPS는 0.731이었다. 안타 15개 중 장타가 10개에 달할 정도로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결국 또 팀을 옮겨야 했다. 8월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옮겼다. 결국 트레이드 마감기한에 최지만은 유망주 3명을 대가로 베테랑 좌완 리치 힐과 함께 샌디에이고로 향했다. 좌타 자원을 찾던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최지만을 원했다. 그는 최지만 트레이드가 결정된 후 미국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올 시즌 지속적으로 보완하고자 했던 파트가 바로 득점권 찬스에서 한 방을 쳐줄 수 있는 지명타자, 그리고 라인업 중심에서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왼손 타자였다"며 "트레이드 마감일에 영입한 최지만과 게릿 쿠퍼가 좌우 타석에서 우리가 시즌 내내 갈구했던 부분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공격력이 우리가 원했던 바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하성도 최지만을 반겼다. 최지만의 이적 직후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마티 카스웰의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가 온다고 해서 너무 기분 좋았다. 결국 팀이 이기기 위해 (최)지만이 형을 트레이드로 데려왔기에 더 기분 좋았다"고 말했고 트레이드가 확정된 뒤에는 "팀이나 선수들이 워낙 좋아서 형이 오면 시너지 효과가 좋을 것 같다"고도 전했다. 배지환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던 최지만 역시 "일주일 전에 장난식으로 (함께 뛰자고) 얘기했는데 현실이 돼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팬들이 한국 사람을 많이 좋아한다"면서 "팬들이 지만이 형도 그런 걸 느끼게끔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에서 최지만은 이적 후 11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갈비뼈 부상까지 겹치며 다시 IL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재활 경기에서 타구에 발등을 맞는 부상까지 당했다. 복귀 후에도 다만 타격감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16경기에서 31타수 2안타에 허덕인 채 시즌을 마쳤다.
시즌 후 FA가 된 최지만은 지난 1월 초 미국으로 향해 새로운 팀을 찾으며 개인적으로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GSM은 1월 말 "이번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예년보다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바람에 새 팀을 찾는 일은 달이 바뀌어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최지만은 현재 아메리칸리그(AL)에 속한 3~4개 팀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고 이날 결국 새 팀이 공개됐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디에 내놔도 놀라운 생존 본능을 자랑하는 최지만이지만 뉴욕 메츠에는 최지만의 밀워키 시절 단장이었던 데이비드 스턴스 야구 운영부문 사장도 있고 탬파베이에서 함께 뛰었던 투수 브룩스 레일리 등이 있다는 점은 더 빠른 적응을 도울 수 있는 호재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다시 무한경쟁이다. 메츠엔 피트 알론소라는 리그 정상급 1루수가 있다. 부동의 주전 1루수가 있다. 2019년 역대 메이저리그 신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인 53홈런을 터트리며 NL 신인상을 거머쥔 그는 최근 2시즌 동안에도 40홈런 이상, 100타점 이상 강력한 면모를 보였다.
최지만이 노려봐야 하는 건 지명타자 자리다. 메츠엔 붙박이 지명타자 자원이 없다. 지난해 지명타자로 가장 많이 나선 대니얼 보겔백의 성적은 104경기 타율 0.233 13홈런 48타점 OPS 0.742였다. 최지만이 부상 없이 경쟁한다면 못 넘어설 상대가 아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게 최지만 자신일 것이다. 그렇기에 편한 길보다 험난한 도전을 택한 그에게 격려를 보내게 된다.
샌디에이고에서 최지만(오른쪽)이 득점 후 김하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뛰던 최지만. /AFPBBNews=뉴스1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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