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유격수 복귀' 김하성, ''기량 유지하면 올스타 후보'' FA 잭팟 예감, 보가츠 인정까지 받았다
입력 : 2024.02.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훈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훈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유격수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유격수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유격수로 KBO리그에서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내셔널리그(NL)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선정됐던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다시 유격수로 복귀한다. 자유계약선수(FA) 시즌을 맞아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7일(한국시간) "유격수가 가득한 샌디에이고는 2024년 새로운 유격수를 갖게 될 것"이라며 "잰더 보가츠가 2루수로 이동한다고 마이크 쉴트 감독이 밝혔고 유틸리티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김하성이 2루수에서 다시 유격수로 전환한다"고 전했다.

김하성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수비의 꽃'이라 불리는 유격수는 수비 중 가장 까다로운 타구도 많고 어려운 자리다. 그러나 김하성에겐 가장 익숙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KBO리그에서 거의 유격수만 봐왔던 김하성은 빅리그 데뷔 시즌부터 유격수로 많은 기회를 얻었고 2022년엔 팀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타격에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수비는 리그 최고 수준으로 인정을 받았다.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에서 NL 유격수 부문 최종 3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샌디에이고가 잰더 보가츠를 11년 2억 8000만 달러(3739억원)에 영입했다. 김하성이 유격수에서 2루수로 자리를 옮겨야 했던 이유다.

2023시즌 김하성의 수비 장면.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2023시즌 김하성의 수비 장면.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김하성. /AFPBBNews=뉴스1
김하성. /AFPBBNews=뉴스1
그럼에도 김하성은 익숙지 않은 자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도 유격수를 도맡았고 2번째 포지션으로는 3루수를 보는 일이 종종 있었다.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2루수는 유격수와 3루수와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포지션으로 낯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김하성이 지난해 가장 많은 856⅔이닝을 2루에서 보냈다. 3루수로는 253⅓이닝, 유격수로 153⅓이닝을 소화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냈고 결국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올 시즌 새로 부임한 쉴트 감독은 "나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 보가츠는 작년에 샌디에이고에서 정말 좋은 유격수로 뛰었고 우리에게 긍정적인 부분이었다"며 "하지만 그는 유격수로서 김하성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고 둘은 좋은 동료 사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MLB닷컴은 "보가츠와 샌디에이고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계약을 할 당시부터 포지션 변경에 대해 논의했다. 그의 계약 기간 11년 중 어느 시점에는 이러한 일이 일어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보가츠 또한 이를 수긍했다. 17일 오전 파드리스의 스프링캠프 전체 첫 훈련이 열리기 전 쉴트 감독과 A.J. 프렐러 단장은 보가츠에게 다가가 포지션 전환 의향을 물었고 그는 포지션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단 15초가 걸렸다고 전했다. 보가츠는 "내가 여기에 온 유일한 이유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라며 "그러니 우리가 그걸 얻기 위한 길이라면 그렇게 해라. 나는 이기길 원한다"고 말했다.

물론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보가츠는 빅리그에서 한 번도 2루수로 뛴 경험이 없는 선수다. 반면 김하성은 2루에서 이미 뛰어난 능력을 보였기에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게 더 나은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샌디에이고는 포지션 변화를 통해 수비 안정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단지 평균 이상의 수비수인 보가츠는 포지션 변경을 하는 최초의 유명한 파드리스 선수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14년 3억 4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은 뒤 유격수에서 우익수로, 마찬가지로 유격수에서 2루수로 전직한 제이크 크로넨워스는 올스타 시즌을 마친 뒤 7년 8000만 달러 재계약을 맺고는 지난해 1루수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17일 마이크 쉴트 감독이 김하성의 포지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7일 마이크 쉴트 감독이 김하성의 포지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하성(왼쪽)과 잰더 보가츠. /AFPBBNews=뉴스1
김하성(왼쪽)과 잰더 보가츠. /AFPBBNews=뉴스1
MLB닷컴에 따르면 보가츠는 평균치에 비해 얼마나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 OAA(Outs Above Average)에서 평균 이상의 3으로 준수한 수비를 펼쳤지만 김하성은 2022년 유격수로서 OAA 8, 지난해 유틸리티 선수로서 9를 기록하며 더 수비적 가치가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즉 수비 관여가 더 많은 유격수로 활용할 때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이러한 변화로 샌디에이고가 전력 효율화를 이뤘다고 전했다.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 시즌 플래티넘 글러브 어워드를 수상한 샌디에이고 최초의 선수가 됐고 크로넨워스는 유난히 운동능력이 뛰어난 1루수"라며 "파드리스는 보가츠가 2루수로 옮기면서 지난 3시즌 동안 16.6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를 기록한 전 유격수 마커스 세미엔(텍사스 레인저스)의 길을 따라 걷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가츠는 "2년 후에 그렇게 할 것이라면 지금 당장 시작하자고 했다"며 "2~3년 안에 나는 최고의 2루수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다. 그게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포지션에 상관 없이 최고가 되고 싶을 뿐이다. 유격수도 좋겠지만 2루수도 마찬가지"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김하성의 가치를 인정하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보가츠는 "나는 유격수로 샌디에이고와 계약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야구에 살고 죽는 것뿐이다. 특히 수비적으로는 김하성을 많이 존경한다. 나는 단지 팀의 이익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을 뿐이고 결국 이적을 함으로써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매체는 "물론 혹자는 김하성의 유격수 전환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보가츠가 1루로, 크로넨워스가 2루로 옮기는 게 최적의 배치라고 평가하기도 한다"면서도 쉴트 감독의 발언을 전했다. 그는 크로넨워스가 1루에서 충분히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고 보가츠를 내야 중앙에서 멀리 옮기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나타내며 "그는 여전히 2루에서 야전 사령관을 맡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하성이 17일 훈련 도중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하성이 17일 훈련 도중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훈련 도중 목을 축이는 김하성.
훈련 도중 목을 축이는 김하성.
디애슬레틱은 보가츠의 포지션 이동이 당장 2024시즌 수비 효율화를 넘어 또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유격수 포지션의 유망주 잭슨 메릴이 김하성이 떠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1년 뒤 보가츠와 호흡을 맞출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메릴을 유격수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보가츠가 2루로 이동하는 게 최적이라는 셈법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매체 클러치포인트는 이날 이 소식을 전하며 '97.3 더 팬'을 인용해 김하성의 발언을 소개했다. 김하성은 "쉴트 감독으로부터 그 소식을 들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다.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를 하게 된 건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됐다.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가츠에 대한 고마움도 나타냈다. 김하성은 "보가츠는 매우 친절했다. 2루수 이동에 대해 매우 열린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정말 고맙다. 내가 보가츠의 입장이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까. 그래서 그를 정말 높게 평가한다"고 치켜세웠다.

김하성은 지난해 많은 포지션을 옮겨다니면서도 타율 0.260 17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749 38도루를 기록했다. 수비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NL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표를 얻었다. 매체는 유격수로 돌아간 김하성이 더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인상적인 수비를 제공할 것이다. 유격수 경험이 있고 2루수로 뛰면서 빅리그에서 확실히 성공했다"며 "아마도 유격수에게 더 편안함을 느낄 것이며 그의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타석에서 스타덤의 조짐을 보였기에 2024년엔 더 나은 공격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의 상징인 올스타 후보로까지 언급했다. 매체는 "김하성이 계속해서 괜찮은 비율로 출루하고 높은 수준의 도루를 기록한다면 올스타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샌디에이고는 이 포지션 변화를 하더라도 키스톤 듀오에 대해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했다.

김하성. /AFPBBNews=뉴스1
김하성. /AFPBBNews=뉴스1
타격하는 김하성. /AFPBBNews=뉴스1
타격하는 김하성. /AFPBBNews=뉴스1
김하성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변화다. 김하성은 올 시즌을 마치면 1000만 달러 상호 옵션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 상황대로라면 김하성은 이를 거절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연봉 1000만 달러에 만족하기에는 너무도 가치가 커버렸기 때문이다.

디애슬레틱도 "김하성은 이를 확실히 거절할 것"이라며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연장 계약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팀 관계자들은 그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트레이드를 제외하고 그들은 (새로운) 내야 조합으로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김하성은 다음 시즌 돈방석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미국 CBS스포츠는 김하성을 예비 FA 6위로 평가했다. 내야수 중에선 알렉스 브레그먼(2위), 호세 알투베(이상 휴스턴 애스트로스·5위)에 이어 3번째였다. 유격수 중에선 최고 가치다.

디애슬레틱의 데니스 린은 지난달 샌디에이고가 김하성과 연장 계약을 맺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만약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7년 1억 3000만 달러에서 1억 5000만 달러(2003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여기서도 이러한 평가가 낮은 금액일 수 있다고 했는데, 유격수로 포지션을 전환하면 그 가치는 더욱 불어날 수 있다.

보가츠가 좋은 예다. 보가츠는 FA 직전 시즌인 2022년 타율 0.307 15홈런 73타점 84득점 OPS 0.833을 기록했다. 도루는 8개. 김하성은 지난해 홈런 17개를 날렸다. 수비적 가치는 이미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타율만 조금 끌어올린다면 보가츠에 근접한 계약을 끌어내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다. 보가츠는 연 평균 25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디애슬레틱의 예상 금액을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다. 심지어 보가츠는 FA 계약 직후 만 30세였지만 김하성은 이보다 한 살 어린 29세로 2025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샌디에이고에 남든 FA로 풀리든 분명한 건 유격수 복귀가 김하성에게 크나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수비는 걱정할 게 없다. 이제 과제는 공격에서도 능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것이다. FA 잭팟을 터뜨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훈련 도중 장갑을 착용하는 김하성. /사진=김우종 기자
훈련 도중 장갑을 착용하는 김하성. /사진=김우종 기자
김하성이 실전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
김하성이 실전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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