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스프링캠프에 앞서 일본프로야구 탈삼진왕과 함께 훈련한 효과가 빛을 보는 것일까. ‘17승 에이스’ 이영하(27·두산)가 호주 시드니에서 연일 안정된 제구력을 뽐내며 재기 전망을 밝히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이영하는 2024 스프링캠프에 앞서 선발 복귀를 전격 선언, 4, 5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최원준, 김동주, 김민규, 박신지 등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데 전망은 밝다. 한때 17승을 달성했던 에이스답게 빠르게 몸을 끌어올리며 벌써 불펜피칭 100구를 소화했고, 구위와 제구력 또한 한 단계 업드레이드 됐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이영하가 상당히 좋다. 선발 복귀에 대한 의지와 욕심이 넘친다”라고 칭찬했다.
시드니에서 만난 이영하는 “확실히 미리 훈련을 시작해서 여유가 있다. 따뜻한 곳에서 운동을 하니까 페이스도 좋고, 던지는 느낌도 좋다. 일단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편한 게 가장 크다”라고 순조로운 시즌 준비를 알렸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차 지명된 이영하는 2018년 데뷔 첫 10승을 거쳐 2019년 29경기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승선하며 향후 한국야구를 이끌 우완 에이스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영광은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한 보직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며 선발과 불펜을 자주 오갔고, 2020년 홍건희와 함께 가을 필승조로 잠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평화도 잠시 2021년 스프링캠프 도중 학교폭력 미투 사태에 연루되며 멘탈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영하는 결국 학교폭력 재판에 휘말리며 2023년 스프링캠프를 소화화지 못했다. 이후 기나긴 법정 공방 끝 무죄 판결을 받았고, 작년 6월 1군에 복귀해 불펜진에서 롱릴리프, 추격조, 필승조 등 보직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재판 중에도 착실히 개인훈련을 진행한 덕분에 즉시 두산 불펜진에 합류할 수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2023시즌을 마친 이영하는 지난달 초 같은 에이전시 소속 김범수(한화)와 함께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해 약 2주 동안 요미우리 자이언츠 미니캠프에서 개인 훈련을 실시했다. 스프링캠프에 앞서 몸을 만들 훈련 파트너로 KBO리그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일본프로야구의 명문 요미우리 투수들을 택했다. 그 중에는 2022년 센트럴리그 탈삼진왕을 차지한 요미우리 에이스이자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 멤버인 토고 쇼세이도 있었다.
이영하는 “비시즌 돈을 들여 일본에 다녀온 부분이 확실히 도움이 되는 걸 느낀다. 17승을 거뒀을 때도 준비 과정이 굉장히 좋았다”라며 “그 이후로는 이런 느낌을 못 받았다. 부상과 개인적인 일 때문에 캠프에 가지 못해 항상 조급했는데 오랜만에 느낌이 좋다”라고 밝혔다.
캠프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선발 경쟁을 선언한 진짜 속내도 들을 수 있었다. 이영하는 “사실 어느 자리를 맡아도 상관없는데 선발이라고 말을 해놔야 어떤 목표를 갖고 캠프에 임할 수 있다. 선발을 못 맡더라도 팀이 필요한 곳에서 열심히 던지면 된다. 이런 생각으로 계속 열심히 시즌을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요미우리 미니캠프에서는 무엇을 배웠을까. 이영하는 “일본 투수들과 방에서 야구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국 드라마, 영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더라”라며 “일본 투수들은 150km 이상 던질 수 있어도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 난 그 동안 힘으로 누르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일본은 전력피칭보다 질 좋은 직구를 던지는 데 포커스를 두더라.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이 좋은 이유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가운데로 던지는 연습을 많이 힜다. 한국은 변화구를 떨어트리고 바깥쪽 승부에 집중하는데 일단 가운데로 던질 줄 알아야 바깥쪽도 기회가 온다. 또 가운데로 던져도 직구가 질이 좋으면 쉽게 맞을 수 없다”라고 깨달음을 덧붙였다.
일본 특훈 효과는 곧바로 시드니 스프링캠프 불펜피칭에서 드러났다. 이영하는 “지금까지 다닌 캠프 가운데 이번 캠프에서 스트라이크를 가장 많이 던진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쉬워졌다. 조금 빠지더라도 스트라이크다”라며 “이제 이걸 경기까지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보통 좋은 공을 던지려면 포수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우리 팀은 내가 믿고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포수밖에 없다. 내 할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프로 9년차가 된 이영하는 캠프에서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며 선배의 품격까지 뽐내고 있다. 한 예로 이영하는 휴식일에 휴식을 반납하고 김택연, 최종인, 김동주, 최지강과 함께 현지 식당으로 향해 약 50만 원어치의 소고기를 샀다. 김동주는 “(이)영하 형이 먹고 싶은 걸 다 사주신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영하에게 또 다른 친한 후배인 곽빈은 왜 데려가지 않았냐고 묻자 “연봉 차이가 나서 이제 곽빈이 날 사줘야한다”라며 웃었다.
이영하의 올 시즌 목표는 풀타임과 함께 2018년 10승, 2019년 17승에 이어 세 번째로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그는 “사실 보직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한 시즌 동안 안 아프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선발을 맡는다면 15승이 목표다”라고 부활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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