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괌(미국), 조형래 기자] “저기 보고 계신 팬들 들어오시라고 전해”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스프링캠프가 치러졌던 미국령 괌. 북마리아나제도에 위치해 온화한 기후의 휴양지다. 주로 가족 여행객들이 찾고 주로 쇼핑을 하거나 돌핀크루즈, 해양스포츠 체험 등의 레저 활동을 즐기기도 한다.
롯데가 캠프 본거지를 차린 데데도 스포츠컴플렉스는 지난해부터 롯데가 1차 스프링캠프로 활용하고 있는 곳. 지난해는 본래 활용하려고 했던 경기장 그라운드가 외부 변수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급하게 데데도 스포츠컴플렉스에서 훈련을 치럿다.
지난해는 논두렁 그라운드라고 불려도 무방했지만 올해는 약 한 달 전부터 사직구장 그라운드키퍼들이 총출동 해서 그라운드 정비 작업을 마쳤다. 운영팀과 구장관리팀의 노력으로 수비 훈련과 실전 연습경기도 어느 정도 치를 수 있는 환경까지 개선을 시켰다.
사실 데데도 지역은 관광객들에게 생소하다. 호텔과 리조트가 몰려있는 투몬 해안가가 아닌 중북부 내륙에 위치해 있다. 인근 한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이 있지만 데데도라는 지역을 한인 관광객들이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다. 현지인들이 산책하고 운동을 하는 공원 개념의 장소다.
그러나 롯데가 괌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캠프 기간 동안 많은 가족 야구팬들이 데데도 스포츠컴플렉스를 찾았다. 훈련장 자체는 개방되어 있지만 팬들은 선뜻 그라운드 근처로 접근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장면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김태형 감독은 머뭇거리는 팬들의 모습을 보고 구단 직원을 통해 “팬 분들에게 들어오시라고 전해”라면서 팬들이 가까이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관람하게 했다. 팬들은 김태형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또 직접 기념 사진 촬영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보고 싶은 선수를 찾는 팬들에게는 선수가 어디서 훈련하고 있는 지 직접 알려주기도 했다.
지난 20일, 괌 1차 스프링캠프의 마지막 날에도 팬들이 데데도 스포츠컴플렉스를 찾았다. 한 꼬마팬은 유강남의 유니폼을 입고 부모와 함께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김태형 감독은 이 꼬마팬을 보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꼬마 팬의 손을 잡고 직접 유강남에게 데려다 줬다. 할아버지가 손주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때마침 유강남도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꼬마팬을 직접 유강남에게 데려다 주고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꼬마팬은 수줍게 유강남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유강남도 꼬마팬의 등장에 표정이 밝아졌다. 가족들은 김태형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김태형 감독은 1차 스프링캠프 마무리를 하면서 전력 구상에 여념이 없다. 투수진은 투수진대로 엔트리를 정리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고 내야진은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일 괌에서 두 번째 청백전을 치르며 마지막 점검을 잠시 하려고 했지만 강한 스콜이 뿌리면서 취소됐다. 이날 청백전으로 스프링캠프 1차 컷오프 명단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백전이 취소되면서 기존 컷오프 명단은 변하지 않았다(장두성 이정훈 정대선).
2차 오키나와 실전 연습경기에 그룹사에서 신경 쓴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교류전 2경기도 예정되어 있다. 여러모로 예민한 상황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꼬마팬의 애교와 미소에 카리스마 넘쳤던 승부사도 녹아내렸다. 승부사는 잠시나마 고민을 접어두고 한없이 다정해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