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22일 오전 한화 이글스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예상대로 170억원, KBO 역대 최고 계약액이었다. 그러나 계약 기간에서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 계약 조건으로 알려진 4년의 정확히 2배인 8년이었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시선을 모은 건 계약 기간이었다. 4년이 아닌 8년 계약을 맺으며 연평균으로 따지면 42억 5000만원에서 21억 2500만원으로 정확히 반토막이 난 셈이다.
류현진은 MLB 구단들과 협상을 벌이며 1년 1000만 달러(133억원) 이상을 원했다고 알려졌다. 만약 그 절반 수준으로 눈을 낮췄다고 하더라도 한화에서 받을 연봉의 3배 가까운 금액이다. 류현진의 한화행을 단순히 돈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한화는 상징성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한화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 조건에 따르면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 이글스에서 뛸 수 있는 조건"이라며 "만약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게 되면 한화이글스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인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류현진이 몇 년을 더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계약 기간을 8년으로 잡음으로써 한화의 레전드 송진우의 최고령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여지까지도 남겨놓은 셈이다.
다만 이걸로만 온전히 8년 계약이 납득이 가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손혁 단장은 "류현진 선수가 팀에 대한 진심이 있었고 특히 건강할 때 돌아오고 싶었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돈 욕심이 아닌 진심으로 한화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에 이뤄질 수 있었던 계약이라는 이야기다.
한화는 이로 인해 실속도 챙겼다. 한화는 지난해 2023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 85억 3100만원을 기록했다. 샐러리캡 기준 금액은 114억 2638만원이다. 28억 9538만원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스토브리그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원에 데려왔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김강민, SSG에서 방출된 이재원도 영입했다. 시즌 후 무려 11명을 내보냈지만 이들의 연봉 합계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더불어 지난 시즌 괄목성장한 노시환과 문동주, 문현빈 등 많은 선수들이 연봉 협상에서 미소를 지었다. 류현진이 당초 예상대로 4년 170억원을 받는다면 사실상 샐러리캡 한도 초과가 유력했다.
샐러리캡을 초과할 경우엔 제재금이 따른다. 처음 위반할 경우엔 초과분의 50%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적지 않은 타격이다. 2회 연속 초과할 경우엔 초과분 만큼 제재금을 지불해야 하고 더불어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이 무려 9계단 하락한다. 3회 연속 초과하면 초과분의 150% 제재금과 신인 1라운드 지명권 9계단 하락이 동시에 부과된다.
물론 류현진은 KBO 역사상 최고 거물로 뽑히는 자원이다. 한화가 제재금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데려올 수도 있다는 예상도 가능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을 8년으로 늘리며 이를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손혁 단장은 이날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그 부분도 충분히 고민을 해서 결정했다"며 "넘어서진 않았다"고 답변했다.
여기엔 오래 전부터 류현진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손혁 단장의 공이 컸다. 손혁 단장은 지난 19일 "류현진과 워낙 친해 예전부터 연락을 꾸준히 했고 최근 공감대가 형성이 돼서 좋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확히 사흘 뒤 공식 계약이 발표됐다.
류현진은 앞서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아직 MLB 잔류에 대한 욕심을 나타내면서도 추후 한화 복귀 의사를 묻자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200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고 2006년 프로에 데뷔했다. 친정팀은 아니었지만 류현진에게 대전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었다. 데뷔시즌 30경기에서 201⅔이닝 18승 6패 204탈삼진 평균자책점(ERA) 2.23으로 괴물 같은 시즌을 보냈다. 신인상과 투수 트리플크라운과 함께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신인상과 MVP를 동시 석권한 건 KBO리그 역사상 류현진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류현진의 시대가 시작됐다.
이후 경이로운 시즌을 이어갔다. ERA왕 2회, 탈삼진왕 5회를 차지했고 7년 동안 팀에 98승을 안겼다. 연평균 14승을 거둔 셈이다. 통산 ERA도 2.80. 뜨거운 관심 속에 다저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류현진이 팀에 머무는 동안 가을야구는 단 2차례만 경험했다. 전력이 워낙 약했고 만년 하위권 팀으로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은 외로운 '소년가장' 역할을 했다.
결국 2012시즌을 마친 뒤 류현진은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에 진출했다. 포스팅 금액과 별개로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달러(480억원)의 대형 장기 계약을 맺었다. 한화에는 이적료 성격의 포스팅 금액 2573만 7737달러 33센트(당시 환율 279억원)를 안겼다.
팀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류현진에게 한화는 남다른 존재로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한화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고 비시즌이면 한화 후배들과 함께 자비를 들여 일본 오키나와로 함께 훈련을 떠났다. 후배들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줬다.
한화에 큰 뜻을 품고 복귀하게 된 것도 이러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돈보다는 한화에 대한 애정이 더 중요했다. 류현진은 계약 후 구단을 통해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한화 이글스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 이글스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 날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아가 한화와 함께 더 높은 곳을 향하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량이 하락한 이후가 아닌 충분히 힘이 남아있을 때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류현진은 "저를 믿고 좋은 대우를 해 주신 만큼 다시 한화 이글스의 일원으로 활약해 새로운 기록과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특히 항상 응원과 기대를 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팀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결국 제가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지금은 다시 돌아오게 돼 진심으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물론 미국에 남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스토브리그 중반까지도 류현진은 빅리그 잔류를 원했고 꾸준히 협상 팀을 찾았다. 다만 류현진의 부상 이력과 나이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류현진이 나이도 있고 부상으로 인한 수술만 3번째다. 그를 원하는 팀들이 적지 않지만 류현진이 원하는 만큼의 조건을 제안한 팀은 없었고 결국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도 지난 14일 '현재 MLB FA 시장에 남은 상위 10명의 선수'라는 주제를 언급하며 류현진을 8위에 올려놨다. 과거 신시내티 레즈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단장을 역임한 짐 보든은 이 칼럼을 게재하며 "류현진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지난해 8월 복귀했다. 총 11경기 중 9경기를 3실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3실점 이하 선발 등판 9경기 중 6경기에서 5이닝을 던졌고 한 번은 시즌 최다인 6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의 직구는 대부분 시속 87~89마일(140~143.2㎞)이었다. 상대 타자들은 그의 체인지업에 타율 0.276, 커터에 0.238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상이 변수라고 전했다. "류현진은 건강해 보이지만, 부상 위험이 있다. 그래서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가 2023년 후반기처럼 올해 전반기에 투구한다면 트레이드 마감일에 그를 트레이드할 수 있는 포스트시즌 비경쟁팀과 계약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럼에도 이적설로만 미국 한 바퀴를 돌았다. 여전히 류현진이 선발 자원으로서 쓰임새 있는 투수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보든은 류현진을 원하는 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워싱턴 내셔널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그 중에서도 가장 합리적이라고 했고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부상 위험이 높거나 하향세에 접어든 투수가 많은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또한 어울리는 팀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류현진이 인센티브를 포함해 계약 기간 1년, 총액 800만 달러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미국 매체 블리처리포트는 "류현진은 '저위험 고수익이 기대되는 베테랑'이다"고 전했다. 그가 1000만 달러(133억 원) 정도의 연봉으로, 긁어볼 만한 복권이기 때문이이라는 것.
커리어가 증명하고 있었다. 류현진은 빅리그 첫 시즌부터 30경기 192이닝을 소화하며 14승 8패 ERA 3.00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NL) 신인왕 투표에서 4위에 올랐다. 이듬해에도 26경기 152이닝 동안 14승 7패 ERA 3.38로 빼어난 첫 두 시즌을 보냈다.
이후 왼쪽 어깨 관절 와순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인해 한 시즌을 거의 치르지 못했다. 투수에겐 선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9월엔 팔꿈치 관절경 수술까지 받으며 미래가 불투명해보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놀랍게도 재기에 성공했다. 2017년엔 적응기를 거쳐야 했지만 2018년 15경기에서 7승 3패 ERA 1.97로 놀라운 성적을 써냈다. 그럼에도 FA를 행사하기에는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류현진은 2018시즌 종료 후 LA 다저스로부터 퀄리파잉 오퍼(원소속 구단이 FA 선수에게 1년 계약을 제안하는 제도, 연봉은 빅리그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를 수락했다.
이 선택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2019년 29경기 선발 등판해 182⅔이닝 14승 5패 163탈삼진 ERA 2.32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ERA 1위에 등극했고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다. 부상 우려의 시선도 있었으나 몸값은 수직상승했다.
결국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1063억원)라는 조건에 FA 잭팟을 터뜨렸다. 류현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12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ERA 2.69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듬해엔 ERA 4.37에서 보듯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14승 10패로 변함 없는 핵심 투수였다.
2022년 팔꿈치 부상으로 6경기 출전에 그쳤고 수술 후 긴 재활을 거쳐 지난해 8월에서야 복귀했다. 적지 않은 나이와 빅리그 진출 후에만 두 차례 수술대에 오르며 우려를 키웠지만 류현진은 복귀 후 줄어든 구속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제구와 떨어진 구속을 만회하는 초저속 커브 등 신무기를 앞세워 여전히 경쟁력 있는 투수라는 걸 입증해냈다.
지난해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복귀전에서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흔들렸지만 이내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감독이 빠르게 강판시키는 일이 많아 이닝 소화측면에선 아쉬움도 있었지만 여전한 발군의 위기관리능력과 노련한 투구를 펼쳤다.
시즌 최종성적은 11경기에서 52이닝을 소화하며 3승 3패, ERA 3.46으로 부상 복귀 시즌임을 떠나서도 준수한 성적이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29였고 52이닝 동안 14개의 볼넷만 내줬다. 탈삼진은 38개를 기록하며 FA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한화가 적극적으로 류현진에게 달려 들었지만 여전히 주사위는 류현진이 쥐고 있었다. 손 단장은 "단지 메이저리그 오퍼가 아직 진행 중이다. 긍정적인 제안이 온 곳도 있다고 알고 있다. 선수의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리로선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MLB에 남겠다면 한화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어 손 단장은 "(류현진이) 좋은 투수인 건 분명하다. 그러니까 지금도 미국에서 그렇게 좋은 오퍼가 나오는 것"이라며 "그건 굳이 내 입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미국에서 검증해 주고 있다. 제안이 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입만 가능하다면 10승 이상을 안겨줄 수 있는 투수라는 판단이었다.
부상과 나이, 그리고 이로 인한 구속 저하 등이 불안요소로 꼽혔고 비슷한 스탯을 쌓은 투수들에 비해서도 MLB 구단들이 류현진에게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한화와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도 이때 이후다. 손혁 단장과 꾸준히 대화를 이어오던 류현진은 서로 이해관계를 맞춰가기 시작했다.
야구 커뮤니티와 언론 등을 통해 류현진의 한화 복귀설이 먼저 터졌다. 이전까지 '반반' 정도의 가능성으로 접근했던 한화라면 다소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19일 오전부터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었는데 류현진의 한화 복귀가 임박했다는 것이었다. '계약 기간 4년, 170~180억원, 그룹의 재가만 기다리는 상황, 이번주 발표 예정' 등 구체적인 언급까지 나왔다.
이어 KBS에선 류현진이 이날 토론토에 보관하고 있던 5톤 트럭 두 대 분량의 짐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화 관계자는 KBS 보도에 대해 "그건 선수 개인적인 일이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문제고 계약 여부와는 별개의 일이다. 그 문제로는 구단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일부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일 뿐 류현진의 한화 복귀는 기정사실화되고 있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20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 류현진의 신분조회를 요청했고 이날 류현진이 자유계약선수(FA)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공식 복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의미였다.
KBO리그 규약의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하면 한국 구단이 미국 또는 캐나다에서 프로 또는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 중이거나 활동한 선수나 현재 MLB 30개 팀과 계약 중이거나 보류명단에 든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KBO 사무국을 거쳐 MLB 사무국에 신분 조회를 해야 한다. 류현진과 큰 틀에서 합의에 이르렀고 이 과정을 거쳐 류현진의 최종 합의에 다다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소식이었다.
MLB 사무국은 신분 조회 요청 접수 후 영업일 나흘 이내에 결과를 KBO 사무국에 전달하게 되는데 한화는 답변을 받았다는 건 최종 발표만 남겨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다만 한화는 "세부적인 조건 조율에 들어갔고 선수의 최종 결정이 있어야 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역대 최고액에 대해서도 자신했다. "정확한 기간이나 액수에 대해 우리는 먼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역대 최고 수준 대우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이틀이나 더 지나 계약이 최종 발표된 이유이기도 하다.
나아가 류현진의 복귀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합류에 대비해 계약 발표일을 예상해 여러 가지 선택지로 항공권을 준비해뒀고 유니폼도 이미 제작에 들어갔음을 인정했다.
류현진은 "미국 내 FA 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리그 복귀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일부터 류현진의 한화 복귀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부에선 계약 규모와 입단식 계획 등 구체적 내용까지 확정적인 것처럼 보도가 됐다.
한화 관계자 또한 "아무려면 어떻겠나. 영입 발표만 난다면 다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손혁 단장도 류현진 계약 발표 후 "어쨌든 잘 됐으니까 됐다"고 그간 마음고생을 인정하면서도 이젠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화 측에 따르면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이사를 필두로 손혁 단장,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최홍성 전략팀장 등 프런트의 전사적인 협업이 빛을 발하면서 이번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 특히 손혁 단장은 지난해부터 선수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국내 복귀를 설득해왔다. 1월 중순부터는 박찬혁 대표이사가 본격 협상 모드로 전환할 시점이라 판단을 내리고 류현진 복귀 프로젝트를 가동해 구체적인 협상을 주도했다.
이처럼 한화 이글스는 류현진의 미국 현지 계약 상황을 지켜보며 물 밑에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복귀 여부는 전적으로 류현진의 결정에 달려 있었지만 상황만 가능하다면 언제라도 류현진을 영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
류현진의 복귀 소식은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미국 CBS스포츠는 류현진의 한화 복귀설을 전하며 "류현진은 MLB에 진출하기 전 KBO리그에서 7시즌을 뛰었고 가장 훌륭하고 인기 있는 선수 중 하나였다"며 "류현진의 한국 통산 성적은 1300이닝에 가깝게 던지며 98승 52패 ERA 2.80이다. 우리는 오프시즌 류현진을 FA 41위에 올려놨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매체 블리처네이션는 류현진의 복귀 소식에 "조금 놀랍다. 류현진은 토미 존 서저리와 재활 탓에 지난 두 시즌 동안 결장한 경기가 많았다"며 "수술 전까지 그는 매우 고효율의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였다. 류현진이 나이가 있지만, 적어도 메이저리그 팀들이 최소한 관심은 있었을 텐데..."라고 의외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어 "류현진은 2020년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빅리그에서 투수로 통할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그는 파이어볼러가 아니었다. 2014년 만 27세에 시속 91.6마일(147㎞)을 마크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커맨드와 약한 타구를 유도하는 데 특화된 투수로 여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21일 국내 매체를 인용해 "전 토론토 블루제이스 투수 류현진이 10여년 만에 한국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캐나다 토론토 지역 매체 토론토선도 "토론토의 리빌딩 과정에서 큰 돈을 주고 영입한 첫 선수였던 류현진은 이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보도했다.
토론토선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MLB)에 남기를 원했지만 자유계약선수(FA)로 남을 만큼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며 한화와 4년 17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또 다른 매체 BVM 스포츠 또한 류현진의 국내행 소식을 전하며 "이 이적은 그를 KBO리그에서 최고 몸값 선수로 만들 것이며 그의 경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BVM 스포츠는 류현진의 KBO리그 복귀가 또 다른 국면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MLB에서 성공적인 10년을 보낸 류현진의 복귀는 야구계의 중요한 변화를 반영한다"며 "또 KBO 역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재적으로 다른 선수들이 미래에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추후 김하성과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국내 선수들의 커리어 막판에 류현진처럼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국내에 리턴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 도잇에 빅리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KBO리그에 노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은 언급이기도 하다.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의 복귀를 놀라워하고 안타까워한다는 건 그가 아직까지도 MLB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KBO리그에서라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야구계 관계자는 류현진의 성공을 확신했다. "한국에서 던질 때에 비해서 미국에 가서 변화구 구종이 더 다양해졌다"며 "미국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수싸움이라든지 완급조절에 있어서 더 좋아진 게 보인다. 국내에선 단순히 10승 이상의 효과를 한화에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류현진이 한화에 복귀하면서 팀의 구성이 단숨에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강팀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4강이 됐다. 일단 4선발이 확실하지 않나"라며 "우선 페냐와 산체스가 있고, 류현진과 문동주까지 모두 10승 이상 거둘 수 있는 투수들이다. 그들과 1:1로 붙었을 때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날 상황에 따라 경기를 잘 풀어나가야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염 감독은 "5선발도 김민우가 있다. 그러면서 이태양이 선발의 빈자리를 채우거나 중간으로 갈 수도 있지 않나. 확실한 카드 하나가 온다는 게 KBO 리그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4선발을 KBO 리그에서 제대로 갖춘 팀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한화 구단은 축제 분위기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전했다. 이미 스토브리그 개장 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소식이다. 최근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최원호 감독은 "큰 선수(류현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에서 계약 소식이 안 들리는 걸로 봐서 계속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계약 소식이 있어야 기대를 접지(웃음)"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만난 문동주는 류현진의 복귀설에 대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꼭 조언이 아니더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하시는 것만 보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째 일본 오키나와에서 함께 개인훈련을 이어오고 있는 장민재도 류현진을 쌍수를 들고 반겼다. 그는 "현진이 형과 저는 나이가 있어 야구에 대해서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본인들이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이라면서도 "몸 관리라든지 마운드에서 어떻게 침착하게 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밥 먹고 운동할 때 물어보면 조언도 해주시고 그걸 바탕 삼아서 내가 가진 장점을 경기 때 공을 던지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훈련을 지켜본 만큼 여전히 류현진의 위력에 감탄하고 있다. 장민재는 "워낙 가지고 있는 게 좋은 선수인데 노력까지 하다 보니까 세계 정상급 투수가 된 것"이라며 "'노력을 많이 하고 공을 이렇게 던지니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게 느껴지고 캐치볼만 해봐도 가볍게 던져지는데도 변화구를 보면 '이렇게나 다르구나', '그래서 타자들이 못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만에 같이 운동을 했는데 몸이 더 좋아졌더라. 재활을 잘해서 몸이 엄청 좋아보였다"며 한화 복귀에 대해서는 "자기 표현도 잘 안하고 티가 안나는 스타일이라 잘 모르겠지만 오면 정말 좋을 것이다. 배울 것도 많고 우리 팀을 위해서는 더 없이 좋다. 본인만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존중을 해줘야 하지만 농담 식으로 '형 빨리 와요'라고는 한다"고 전했다.
류현진 합류로 한화는 어느 구단과 견줘도 밀리지 않을 선발진을 구축했다. 1선발 류현진을 필두로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난 문동주까지 빈틈없는 4명의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신인 전체 1순위 황준서와 2021년 14승을 따냈던 김민우 등이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손혁 단장은 류현진 합류로 인한 시너지 효과에 기대를 걸었다. "류현진 선수가 와서 황준서나 김서현이나 문동주가 지금도 잘 성장하고 있지만 그 성장 시간이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며 "아까 채은성 선수가 문자가 와서 '감사하다'고 했는데 류현진 선수가 합류함으로써 다른 선수들의 생각도 많이 바뀔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상당히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가장 웃음꽃이 필 인물은 바로 최원호 감독이다. 지난 시즌 도중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았고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류현진이라는 거대한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손 단장은 "감독님은 당연히 좋아하실 것이다. 류현진이 온다는 데 어느 감독이 싫어하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류현진이 개막 시리즈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늦어진 계약으로 인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1일 오키나와에 도착한 한화는 23일 청백전을 시작으로 25일 한신 타이거즈 2군, 26일 삼성 라이온즈, 28일 KT 위즈, 3월 2일 롯데 자이언츠, 3일 KT 위즈와 연습경기를 치르고 4일 귀국하는데 류현진은 이 일정에서 모두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천천히 몸을 끌어올린 뒤 차분히 개막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손혁 단장은 "일단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단장은 류현진과 함께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향한다. 최원호 감독과 함께 류현진의 몸 상태를 확인한 뒤 개막 일정은 물론이고 시범경기 투입 여부 등도 결정할 전망이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왼쪽)가 22일 류현진과 계약을 맺고 한화 유니폼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류현진(오른쪽)이 22일 한화 입단 계약을 맺고 박찬혁 구단 대표이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시선을 모은 건 계약 기간이었다. 4년이 아닌 8년 계약을 맺으며 연평균으로 따지면 42억 5000만원에서 21억 2500만원으로 정확히 반토막이 난 셈이다.
류현진은 MLB 구단들과 협상을 벌이며 1년 1000만 달러(133억원) 이상을 원했다고 알려졌다. 만약 그 절반 수준으로 눈을 낮췄다고 하더라도 한화에서 받을 연봉의 3배 가까운 금액이다. 류현진의 한화행을 단순히 돈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한화는 상징성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한화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 조건에 따르면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 이글스에서 뛸 수 있는 조건"이라며 "만약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게 되면 한화이글스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인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류현진이 몇 년을 더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계약 기간을 8년으로 잡음으로써 한화의 레전드 송진우의 최고령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여지까지도 남겨놓은 셈이다.
한화 레전드 투수이자 역대 최고령 경기 출장 선수로 남아 있는 송진우. /사진=뉴시스 |
미국 진출 전 한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류현진. |
류현진이 돈 욕심이 아닌 진심으로 한화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에 이뤄질 수 있었던 계약이라는 이야기다.
한화는 이로 인해 실속도 챙겼다. 한화는 지난해 2023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 85억 3100만원을 기록했다. 샐러리캡 기준 금액은 114억 2638만원이다. 28억 9538만원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스토브리그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원에 데려왔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김강민, SSG에서 방출된 이재원도 영입했다. 시즌 후 무려 11명을 내보냈지만 이들의 연봉 합계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더불어 지난 시즌 괄목성장한 노시환과 문동주, 문현빈 등 많은 선수들이 연봉 협상에서 미소를 지었다. 류현진이 당초 예상대로 4년 170억원을 받는다면 사실상 샐러리캡 한도 초과가 유력했다.
샐러리캡을 초과할 경우엔 제재금이 따른다. 처음 위반할 경우엔 초과분의 50%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적지 않은 타격이다. 2회 연속 초과할 경우엔 초과분 만큼 제재금을 지불해야 하고 더불어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이 무려 9계단 하락한다. 3회 연속 초과하면 초과분의 150% 제재금과 신인 1라운드 지명권 9계단 하락이 동시에 부과된다.
물론 류현진은 KBO 역사상 최고 거물로 뽑히는 자원이다. 한화가 제재금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데려올 수도 있다는 예상도 가능했다.
2022년 3월 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 연습경기에 앞서 한화의 스프링캠프에 참여한 당시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 류현진과 손혁 한화 전력강화 코디네이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여기엔 오래 전부터 류현진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손혁 단장의 공이 컸다. 손혁 단장은 지난 19일 "류현진과 워낙 친해 예전부터 연락을 꾸준히 했고 최근 공감대가 형성이 돼서 좋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확히 사흘 뒤 공식 계약이 발표됐다.
류현진은 앞서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아직 MLB 잔류에 대한 욕심을 나타내면서도 추후 한화 복귀 의사를 묻자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200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고 2006년 프로에 데뷔했다. 친정팀은 아니었지만 류현진에게 대전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었다. 데뷔시즌 30경기에서 201⅔이닝 18승 6패 204탈삼진 평균자책점(ERA) 2.23으로 괴물 같은 시즌을 보냈다. 신인상과 투수 트리플크라운과 함께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신인상과 MVP를 동시 석권한 건 KBO리그 역사상 류현진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류현진의 시대가 시작됐다.
이후 경이로운 시즌을 이어갔다. ERA왕 2회, 탈삼진왕 5회를 차지했고 7년 동안 팀에 98승을 안겼다. 연평균 14승을 거둔 셈이다. 통산 ERA도 2.80. 뜨거운 관심 속에 다저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류현진이 팀에 머무는 동안 가을야구는 단 2차례만 경험했다. 전력이 워낙 약했고 만년 하위권 팀으로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은 외로운 '소년가장'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입국한 류현진이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팀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류현진에게 한화는 남다른 존재로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한화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고 비시즌이면 한화 후배들과 함께 자비를 들여 일본 오키나와로 함께 훈련을 떠났다. 후배들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줬다.
한화에 큰 뜻을 품고 복귀하게 된 것도 이러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돈보다는 한화에 대한 애정이 더 중요했다. 류현진은 계약 후 구단을 통해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한화 이글스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 이글스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 날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아가 한화와 함께 더 높은 곳을 향하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량이 하락한 이후가 아닌 충분히 힘이 남아있을 때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류현진은 "저를 믿고 좋은 대우를 해 주신 만큼 다시 한화 이글스의 일원으로 활약해 새로운 기록과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특히 항상 응원과 기대를 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팀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결국 제가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지금은 다시 돌아오게 돼 진심으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미국 진출 전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뛰던 류현진. |
야구계 한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류현진이 나이도 있고 부상으로 인한 수술만 3번째다. 그를 원하는 팀들이 적지 않지만 류현진이 원하는 만큼의 조건을 제안한 팀은 없었고 결국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도 지난 14일 '현재 MLB FA 시장에 남은 상위 10명의 선수'라는 주제를 언급하며 류현진을 8위에 올려놨다. 과거 신시내티 레즈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단장을 역임한 짐 보든은 이 칼럼을 게재하며 "류현진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지난해 8월 복귀했다. 총 11경기 중 9경기를 3실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3실점 이하 선발 등판 9경기 중 6경기에서 5이닝을 던졌고 한 번은 시즌 최다인 6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의 직구는 대부분 시속 87~89마일(140~143.2㎞)이었다. 상대 타자들은 그의 체인지업에 타율 0.276, 커터에 0.238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상이 변수라고 전했다. "류현진은 건강해 보이지만, 부상 위험이 있다. 그래서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가 2023년 후반기처럼 올해 전반기에 투구한다면 트레이드 마감일에 그를 트레이드할 수 있는 포스트시즌 비경쟁팀과 계약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럼에도 이적설로만 미국 한 바퀴를 돌았다. 여전히 류현진이 선발 자원으로서 쓰임새 있는 투수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보든은 류현진을 원하는 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워싱턴 내셔널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그 중에서도 가장 합리적이라고 했고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부상 위험이 높거나 하향세에 접어든 투수가 많은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또한 어울리는 팀이라고 언급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
커리어가 증명하고 있었다. 류현진은 빅리그 첫 시즌부터 30경기 192이닝을 소화하며 14승 8패 ERA 3.00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NL) 신인왕 투표에서 4위에 올랐다. 이듬해에도 26경기 152이닝 동안 14승 7패 ERA 3.38로 빼어난 첫 두 시즌을 보냈다.
이후 왼쪽 어깨 관절 와순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인해 한 시즌을 거의 치르지 못했다. 투수에겐 선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9월엔 팔꿈치 관절경 수술까지 받으며 미래가 불투명해보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놀랍게도 재기에 성공했다. 2017년엔 적응기를 거쳐야 했지만 2018년 15경기에서 7승 3패 ERA 1.97로 놀라운 성적을 써냈다. 그럼에도 FA를 행사하기에는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류현진은 2018시즌 종료 후 LA 다저스로부터 퀄리파잉 오퍼(원소속 구단이 FA 선수에게 1년 계약을 제안하는 제도, 연봉은 빅리그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를 수락했다.
이 선택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2019년 29경기 선발 등판해 182⅔이닝 14승 5패 163탈삼진 ERA 2.32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ERA 1위에 등극했고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다. 부상 우려의 시선도 있었으나 몸값은 수직상승했다.
LA 다저스 시절 역투하고 있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
2022년 팔꿈치 부상으로 6경기 출전에 그쳤고 수술 후 긴 재활을 거쳐 지난해 8월에서야 복귀했다. 적지 않은 나이와 빅리그 진출 후에만 두 차례 수술대에 오르며 우려를 키웠지만 류현진은 복귀 후 줄어든 구속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제구와 떨어진 구속을 만회하는 초저속 커브 등 신무기를 앞세워 여전히 경쟁력 있는 투수라는 걸 입증해냈다.
지난해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복귀전에서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흔들렸지만 이내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감독이 빠르게 강판시키는 일이 많아 이닝 소화측면에선 아쉬움도 있었지만 여전한 발군의 위기관리능력과 노련한 투구를 펼쳤다.
시즌 최종성적은 11경기에서 52이닝을 소화하며 3승 3패, ERA 3.46으로 부상 복귀 시즌임을 떠나서도 준수한 성적이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29였고 52이닝 동안 14개의 볼넷만 내줬다. 탈삼진은 38개를 기록하며 FA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한화가 적극적으로 류현진에게 달려 들었지만 여전히 주사위는 류현진이 쥐고 있었다. 손 단장은 "단지 메이저리그 오퍼가 아직 진행 중이다. 긍정적인 제안이 온 곳도 있다고 알고 있다. 선수의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리로선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MLB에 남겠다면 한화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어 손 단장은 "(류현진이) 좋은 투수인 건 분명하다. 그러니까 지금도 미국에서 그렇게 좋은 오퍼가 나오는 것"이라며 "그건 굳이 내 입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미국에서 검증해 주고 있다. 제안이 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입만 가능하다면 10승 이상을 안겨줄 수 있는 투수라는 판단이었다.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김서현(왼쪽부터)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고 있는 손혁 단장과 최원호 감독. |
야구 커뮤니티와 언론 등을 통해 류현진의 한화 복귀설이 먼저 터졌다. 이전까지 '반반' 정도의 가능성으로 접근했던 한화라면 다소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19일 오전부터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었는데 류현진의 한화 복귀가 임박했다는 것이었다. '계약 기간 4년, 170~180억원, 그룹의 재가만 기다리는 상황, 이번주 발표 예정' 등 구체적인 언급까지 나왔다.
이어 KBS에선 류현진이 이날 토론토에 보관하고 있던 5톤 트럭 두 대 분량의 짐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화 관계자는 KBS 보도에 대해 "그건 선수 개인적인 일이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문제고 계약 여부와는 별개의 일이다. 그 문제로는 구단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일부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일 뿐 류현진의 한화 복귀는 기정사실화되고 있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20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 류현진의 신분조회를 요청했고 이날 류현진이 자유계약선수(FA)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공식 복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의미였다.
KBO리그 규약의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하면 한국 구단이 미국 또는 캐나다에서 프로 또는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 중이거나 활동한 선수나 현재 MLB 30개 팀과 계약 중이거나 보류명단에 든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KBO 사무국을 거쳐 MLB 사무국에 신분 조회를 해야 한다. 류현진과 큰 틀에서 합의에 이르렀고 이 과정을 거쳐 류현진의 최종 합의에 다다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소식이었다.
MLB 사무국은 신분 조회 요청 접수 후 영업일 나흘 이내에 결과를 KBO 사무국에 전달하게 되는데 한화는 답변을 받았다는 건 최종 발표만 남겨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한화 시절 류현진. |
나아가 류현진의 복귀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합류에 대비해 계약 발표일을 예상해 여러 가지 선택지로 항공권을 준비해뒀고 유니폼도 이미 제작에 들어갔음을 인정했다.
류현진은 "미국 내 FA 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리그 복귀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일부터 류현진의 한화 복귀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부에선 계약 규모와 입단식 계획 등 구체적 내용까지 확정적인 것처럼 보도가 됐다.
한화 관계자 또한 "아무려면 어떻겠나. 영입 발표만 난다면 다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손혁 단장도 류현진 계약 발표 후 "어쨌든 잘 됐으니까 됐다"고 그간 마음고생을 인정하면서도 이젠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화 측에 따르면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이사를 필두로 손혁 단장,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최홍성 전략팀장 등 프런트의 전사적인 협업이 빛을 발하면서 이번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 특히 손혁 단장은 지난해부터 선수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국내 복귀를 설득해왔다. 1월 중순부터는 박찬혁 대표이사가 본격 협상 모드로 전환할 시점이라 판단을 내리고 류현진 복귀 프로젝트를 가동해 구체적인 협상을 주도했다.
미국 진출 전 한화 시절 류현진. |
류현진의 복귀 소식은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미국 CBS스포츠는 류현진의 한화 복귀설을 전하며 "류현진은 MLB에 진출하기 전 KBO리그에서 7시즌을 뛰었고 가장 훌륭하고 인기 있는 선수 중 하나였다"며 "류현진의 한국 통산 성적은 1300이닝에 가깝게 던지며 98승 52패 ERA 2.80이다. 우리는 오프시즌 류현진을 FA 41위에 올려놨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매체 블리처네이션는 류현진의 복귀 소식에 "조금 놀랍다. 류현진은 토미 존 서저리와 재활 탓에 지난 두 시즌 동안 결장한 경기가 많았다"며 "수술 전까지 그는 매우 고효율의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였다. 류현진이 나이가 있지만, 적어도 메이저리그 팀들이 최소한 관심은 있었을 텐데..."라고 의외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어 "류현진은 2020년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빅리그에서 투수로 통할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그는 파이어볼러가 아니었다. 2014년 만 27세에 시속 91.6마일(147㎞)을 마크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커맨드와 약한 타구를 유도하는 데 특화된 투수로 여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21일 국내 매체를 인용해 "전 토론토 블루제이스 투수 류현진이 10여년 만에 한국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캐나다 토론토 지역 매체 토론토선도 "토론토의 리빌딩 과정에서 큰 돈을 주고 영입한 첫 선수였던 류현진은 이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보도했다.
토론토에서 뛰던 류현진. /AFPBBNews=뉴스1 |
또 다른 매체 BVM 스포츠 또한 류현진의 국내행 소식을 전하며 "이 이적은 그를 KBO리그에서 최고 몸값 선수로 만들 것이며 그의 경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BVM 스포츠는 류현진의 KBO리그 복귀가 또 다른 국면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MLB에서 성공적인 10년을 보낸 류현진의 복귀는 야구계의 중요한 변화를 반영한다"며 "또 KBO 역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재적으로 다른 선수들이 미래에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추후 김하성과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국내 선수들의 커리어 막판에 류현진처럼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국내에 리턴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 도잇에 빅리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KBO리그에 노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은 언급이기도 하다.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의 복귀를 놀라워하고 안타까워한다는 건 그가 아직까지도 MLB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KBO리그에서라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야구계 관계자는 류현진의 성공을 확신했다. "한국에서 던질 때에 비해서 미국에 가서 변화구 구종이 더 다양해졌다"며 "미국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수싸움이라든지 완급조절에 있어서 더 좋아진 게 보인다. 국내에선 단순히 10승 이상의 효과를 한화에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류현진이 한화에 복귀하면서 팀의 구성이 단숨에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강팀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4강이 됐다. 일단 4선발이 확실하지 않나"라며 "우선 페냐와 산체스가 있고, 류현진과 문동주까지 모두 10승 이상 거둘 수 있는 투수들이다. 그들과 1:1로 붙었을 때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날 상황에 따라 경기를 잘 풀어나가야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LG 선수들에게 펑고를 쳐주고 있는 염경엽 감독. |
한화 구단은 축제 분위기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전했다. 이미 스토브리그 개장 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소식이다. 최근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최원호 감독은 "큰 선수(류현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에서 계약 소식이 안 들리는 걸로 봐서 계속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계약 소식이 있어야 기대를 접지(웃음)"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만난 문동주는 류현진의 복귀설에 대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꼭 조언이 아니더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하시는 것만 보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째 일본 오키나와에서 함께 개인훈련을 이어오고 있는 장민재도 류현진을 쌍수를 들고 반겼다. 그는 "현진이 형과 저는 나이가 있어 야구에 대해서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본인들이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이라면서도 "몸 관리라든지 마운드에서 어떻게 침착하게 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밥 먹고 운동할 때 물어보면 조언도 해주시고 그걸 바탕 삼아서 내가 가진 장점을 경기 때 공을 던지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훈련을 지켜본 만큼 여전히 류현진의 위력에 감탄하고 있다. 장민재는 "워낙 가지고 있는 게 좋은 선수인데 노력까지 하다 보니까 세계 정상급 투수가 된 것"이라며 "'노력을 많이 하고 공을 이렇게 던지니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게 느껴지고 캐치볼만 해봐도 가볍게 던져지는데도 변화구를 보면 '이렇게나 다르구나', '그래서 타자들이 못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화 문동주가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취채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류현진 합류로 한화는 어느 구단과 견줘도 밀리지 않을 선발진을 구축했다. 1선발 류현진을 필두로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난 문동주까지 빈틈없는 4명의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신인 전체 1순위 황준서와 2021년 14승을 따냈던 김민우 등이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손혁 단장은 류현진 합류로 인한 시너지 효과에 기대를 걸었다. "류현진 선수가 와서 황준서나 김서현이나 문동주가 지금도 잘 성장하고 있지만 그 성장 시간이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며 "아까 채은성 선수가 문자가 와서 '감사하다'고 했는데 류현진 선수가 합류함으로써 다른 선수들의 생각도 많이 바뀔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상당히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가장 웃음꽃이 필 인물은 바로 최원호 감독이다. 지난 시즌 도중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았고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류현진이라는 거대한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손 단장은 "감독님은 당연히 좋아하실 것이다. 류현진이 온다는 데 어느 감독이 싫어하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류현진이 개막 시리즈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늦어진 계약으로 인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1일 오키나와에 도착한 한화는 23일 청백전을 시작으로 25일 한신 타이거즈 2군, 26일 삼성 라이온즈, 28일 KT 위즈, 3월 2일 롯데 자이언츠, 3일 KT 위즈와 연습경기를 치르고 4일 귀국하는데 류현진은 이 일정에서 모두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천천히 몸을 끌어올린 뒤 차분히 개막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손혁 단장은 "일단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단장은 류현진과 함께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향한다. 최원호 감독과 함께 류현진의 몸 상태를 확인한 뒤 개막 일정은 물론이고 시범경기 투입 여부 등도 결정할 전망이다.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로 평가받는 문동주(왼쪽부터), 황준서, 김서현. |
미국 진출 전 한화에서 99번을 달고 뛰었던 류현진.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