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한용섭 기자] 동병상련, 얄궂은 운명이다.
LG 트윈스의 거포 유망주들이 2년 연속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의 시련을 겪고 있다. ‘잠실 빅보이’ 이재원(25)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내복사근 부상을 당하면서 한 시즌 내내 고생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차세대 주전 포수 김범석(20)이 내복사근 부상으로 중도 귀국했다.
이재원은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프링캠프에서 내복사근 부상을 당했다. 2월 중순 다쳐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고, 3월 시범경기에 복귀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도중 또 다시 복사근을 다쳤다. 개막을 앞두고 2차례 복사근 부상으로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해 시즌을 망친 셈이 됐다.
김범석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 1라운드(전체 7순위)로 입단한 김범석은 타격 재능을 보였고, 염 감독은 올 시즌 김범석을 주전 박동원 다음의 백업 포수로 중용할 계획이었다. 포수 외에도 1루수로도 출장시키려고 1루 수비 훈련까지 병행시켰다.
그런데 2주 만에 부상으로 낙마했다. 김범석은 지난 17일 귀국했고, 이천 LG챔피언스파크의 2군 캠프로 합류했다. 당분간 재활을 하고, 3월초 부상 상태를 재검진 받을 예정이다.
앞서 똑같은 부상 경험을 한 이재원은 김범석의 복사근 부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이재원은 김범석에 대해 어느 정도 불안한 예감이 있었다고 한다. 이슈가 된 체중만이 아닌 다른 관점이었다.
지난해 부상을 돌아보며 “다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고 말한 이재원은 “캠프 가면 좀 많이 힘들어요. 진짜 힘들게 훈련하고, 동작들이 좀 저희랑 안 맞는 동작들을 하다 보니까 그게 오류가 나서 다치는 것 같다. 안 쓰던 데(근육)를 쓰니까 그러면서 다쳤다”고 말했다.
복사근은 배팅 훈련을 하다가 다치는 편이다. 이재원은 “지금 여기서 배팅 치는 거에 대해서는 코치님이 딱히 말 안 하시고, 그러면 계속 쭉 가면 상관없다(몸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코칭스태프가) 뭔가 이제 방향을 주다 보면, 사람이 계속 똑같은 걸 하다가 다르게 해버리면 다치듯이 그렇게 하다가 오류가 가서 다치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나도 거기서(작년 캠프) 제가 원래 하던 것을 하다가, 이제 안 되는 거를 하다가 그때 다쳤다”고 덧붙였다. 김범석의 부상은 체중 감량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첫 1군 캠프 훈련에서 제대로 몸이 적응을 못한 측면도 있어 보였다.
얄궂게도, 김범석의 부상은 이재원에게는 기회가 된다. 팀 내 경쟁구도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염 감독은 이재원을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가지 않았다. 올 시즌 1군에서 기용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무야구단 최종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이재원은 합격을 한다면, 오는 6월 입대한다.
염 감독은 2개월 정도 뛰고 군대를 가는 이재원 보다는 김범석을 비롯한 다른 유망주들을 키울 계획을 언급했다. 이재원의 군 복무 기간에 다른 유망주들이 성장해야 팀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김범석이 부상을 당하면서 백업 자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이재원에게 1군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바꿨다.
팀 후배의 부상으로 상황이 달라진 이재원은 "솔직히 좋은 건 없고, 그냥 그렇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내 갈 길만 가려고 한다. 그러면 좋은 일이 올 것이라 본다"며 "입대 전까지는 그냥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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