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출퇴근 시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리적, 육체적 피로감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져 삶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수두룩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첫발을 내딛는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출퇴근 스트레스 없애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이달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차려진 샌프란시스코 구단 스프링 트레이닝 시설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는 이정후는 차량으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집을 빌려서 지내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지도자 연수 중인 이종범 전 LG 코치와 어머니가 이곳에서 3월말 캠프 기간을 이정후와 같이 지낸다.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주로 아침 6시20분에 기상하는 이정후는 “일찍 잔다고 해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집이 가까워서 야구장 오는 게 좋다”며 “한국에 있을 때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걸 다시 느끼기 싫었다”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 이정후는 서울 집에서 홈구장 고척스카이돔까지 차량 이동시 최소 1시간 걸리는 거리에 살았다. 왕복 출퇴근 시간이 2시간에 달한다. 고척돔 주변은 상습 교통체증 구간이라 출퇴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이에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뒤 집을 구할 때 거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집도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했다. 집을 구할 때부터 무조건 차로 10분 이내 거리만 봤다”고 말했다.
키움 시절 극심한 출퇴근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이정후는 7년간 MVP와 신인상, 골든글러브 5회 수상에 KBO리그 역대 통산 타율 1위(.340)에 오르며 압도적인 활약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선 상대 투수들의 레벨이 훨씬 높아지지만 이정후는 출퇴근 시간을 최소로 줄여 야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그야말로 야구에 올인하게 될 이정후의 잠재력이 얼마나 더 터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편 이정후는 25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결장한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24일 훈련 전 인터뷰에서 개막전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며 이정후가 제외된 것에 대해 “옆구리에 매우 경미한 통증이 있어 내일(25일) 경기에 뛰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 굳이 무리시켜서 상태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 하루이틀 지나면 라인업에 들어올 것이다”며 “가끔 스윙할 때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캠프 초반은 그런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도 야외에서 수비, 주루 훈련에 이어 실내에서 티배팅으로 정상적인 스케줄을 소화한 이정후는 “옆구리에 알이 배인 수준이다. 아픈 건 아니다. 감독님이 절대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에선 이 정도였으면 당연히 뛰는 건데 여기는 미국이고, 시스템이 다르다. 그만큼 몸 관리를 더해주는 것이다. 구단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 홈에서 컵스를 상대한 뒤 26일 텍사스 레인저스 상대로 원정경기를 갖는다. 샌프란시스코 캠프지 스코츠데일에서 약 70km 떨어진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라 이정후가 동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27일 홈에서 치러지는 LA 에인절스전이 이정후의 시범경기 데뷔전으로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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