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혹시 모를 아버지와 그라운드 만남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시범경기 초반 주전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이지 데이(Easy day)’로 원정에 동행하지 않은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캠프지에 남아 자율 훈련으로 시범경기 데뷔를 준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시범경기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전날(25일) 홈구장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시카고 컵스 상대로 시범경기 개막전(4-8 패배)을 치르고 나서 첫 원정경기.
샌프란시스코는 타일러 피츠제럴드(유격수) 톰 머피(포수)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 데이비드 비야(3루수) 파블로 산도발(지명타자) 엘리엇 라모스(우익수) 웨이드 메클러(좌익수) 루이스 마토스(중견수) 도노반 월튼(2루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카일 해리슨.
전날 개막전에서 뛰었던 지명타자 오스틴 슬레이터, 1루수 윌머 플로레스, 좌익수 마이클 콘포토, 3루수 J.D. 데이비스, 2루수 타이로 에스트라다, 포수 패트릭 베일리 등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라인업에서 빠졌다.
이날 경기가 열리는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은 샌프란시스코 캠프가 차려진 스코츠데일 스타디움과 약 70km 떨어진 거리로 차량 이동시 1시간 정도 걸린다. 샌프란시스코 관계자는 “왕복으로 2시간 걸리는 거리라 선수들이 전부 이동하진 않는다. 이정후도 ‘이지 데이’로 캠프에 남아서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는 시범경기 초반 주전 선수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컨디션 조절에 집중한다. 아주 경미한 옆구리 통증으로 시범경기 개막전을 뛰지 않고 훈련만 소화 중인 이정후는 이날 자율 훈련으로 야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전에 클럽하우스에 온 그는 “원정경기를 따라가지 않고 여기서 간단히 운동한다. 짧은 휴가라고 보면 된다”며 “몸 상태는 괜찮다”고 밝혔다.
만약 이정후가 서프라이즈로 이동해서 텍사스전을 뛰었다면 아버지 이종범(53) 전 LG 트윈스 코치와도 구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들 이정후와 함께 이달 초 미국에 건너온 이종범 코치는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같이 있으면 아들에게 괜히 부담이 될까 싶어 이 코치가 개인적으로 직접 다른 팀을 알아봐서 텍사스에 왔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오전에 서프라이즈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이 코치가 오후 1시에 시작되는 경기 전 아들과 짧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정후가 원정에 동행하지 않으면서 불발됐다. 비록 그라운드에서 만남은 다음으로 미뤄졌지만 이종범-이정후 부자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정연희 씨와 함께 캠프 기간 스코츠데일에 있는 집을 구해 같이 살고 있다. 출근 지역만 다를 뿐이다.
한편 이정후는 27일 LA 에인절스전까지 휴식을 취한 뒤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시범경기 데뷔전을 가질 예정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지금 시점에 굳이 무리시켜서 상태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 스윙할 때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캠프 초반은 그런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에 나서진 않지만 모든 훈련을 정상 소화 중인 이정후는 “옆구리에 알이 배인 수준이다. 아픈 건 아니다. 감독님이 절대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에선 이 정도였으면 당연히 뛰는 건데 여기는 미국이고, 시스템이 다르다. 그만큼 몸 관리를 더해주는 것이다. 구단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전날(25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시범경기를 마친 뒤 이정후의 결장에 대해 “꾀병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농담을 던진 뒤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것도 정후가 잘하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정후가 잘 판단했고, 멜빈 감독님이 잘 케어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메이저리그는 선수마다 몸 관리가 다르다. 정후가 워낙 좋은 선수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선수다 보니 더 관리할 것이다. 정후 의견도 많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후도 이날 김하성의 멘트에 대해 “형이 꾀병이라고 한 거 봤다. 내가 형한테 보이는 이미지가 그런가?”라며 호탕하게 웃은 뒤 “나도 형한테 장난식으로 그렇게 말하곤 했다. 어제 전화도 왔는데 좋은 얘기를 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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