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이제는 다른 팀이 됐지만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향한 밥 멜빈(62)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의 애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멜빈 감독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중 김하성을 트레이드로 데려올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멜빈 감독은 샌프란시스코에 오기 전 2년간 샌디에이고 감독을 맡아 김하성에개 기회와 믿음을 주며 주전 유격수에 이어 아시아 최초의 골드글러브 내야수로 키워냈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의 샌프란시스코로 올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당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시즌 후 FA로 데려올 수 있다면 찬성이다”며 “올해는 김하성이 트레이드될 일이 없어 보인다. 무슨 일이든 가능성이야 있겠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브랜든 크로프드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가 된 뒤 사실상 은퇴 상태인 샌프란시스코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마르코 루시아노가 새로운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다. 하지만 지난해 14경기가 빅리그 경험의 전부로 아직은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올해 성적을 내기 위해선 김하성 같은 유격수가 있으면 좋다.
‘예비 FA’ 김하성은 지난겨울부터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포지션보다 내야 자원이 넘치는 샌디에이고는 긴축 재정으로 인해 김하성을 장기 계약으로 붙잡아둘 여력이 없다. 지난해 활약으로 트레이드 가치가 크게 높아진 김하성을 샌디에이고도 웬만한 대가가 아니고선 내주지 않으려 한다. 지난해보다 전력이 약화되긴 했지만 샌디에이고는 올해 성적을 내야 할 팀이다.
샌디에이고도 스프링 트레이닝 시작 전까지 트레이드의 문을 완전히 닫진 않았던 모양이다. 26일 미국 ‘USA투데이 스포츠’에 따르면 샌디에이고가 스프링 트레이닝 시작 전까지 잰더 보가츠에게 유격수에서 2루수로의 포지션 변경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려는 이유 때문이었다.
보가츠에게 미리 2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통보한 뒤 김하성을 트레이드하고 다시 그를 유격수로 돌려놓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김하성 트레이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야수조 포함 스프링 트레이닝 공식 훈련 시작 첫 날이었던 지난 17일에야 보가츠와 김하성에게 최종 통보가 이뤄졌다.
공식적으로 포지션 변경이 이뤄진 상황에서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트레이드할 가능성은 크게 낮다. 멜빈 감독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듯하다. 김하성을 샌프란시스코로 데려오기 위해선 엄청난 카드를 내놓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도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시즌 뒤 FA가 되는 점을 언급하면서 재회를 은근히 기대했다. 2021년 빅리그 진출 첫 해 백업 멤버로 혹독한 적응기를 보낸 김하성은 2022년 멜빈 감독 부임 후 주전 유격수로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2루수로 포지션을 이동했지만 3루수, 유격수까지 내야 전천후로 뛰며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멜빈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와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였다. 김하성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멜빈 감독이 샌디에이고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자리를 옮기자 “당신이 나를 2년간 지켜줬다”는 내용의 감사 편지를 손으로 직접 써서 보내기도 했다.
2003~2004년 시애틀 매리너스, 2005~200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11~2021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2022~2023년 샌디에이고를 거쳐 올해 샌프란시스코 지휘봉을 잡은 멜빈 감독은 20시즌 통산 2942경기를 지휘하며 1517승1425패(승률 .516)를 기록한 명장. 월드시리즈 우승은 없지만 4번의 지구 우승과 함께 올해의 감독상을 3회(2007·2012·2018년) 수상했다. 선수들의 신망이 두터운 덕장형 감독으로 평가된다.
이정후가 아주 경미한 옆구리 통증을 보이자 시범경기 첫 3경기를 건너뛰게 하며 확실하게 회복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김하성도 “무리할 필요 없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멜빈 감독님이 워낙 잘 케어를 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며 지난 2년간 경험한 멜빈 감독의 선수 관리라면 걱정할 것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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