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는 지난해 532개의 볼넷을 내줬다. 9이닝 당 3.76개의 수치다. 절대적으로는 나쁜 수치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해봤을 때, 10개 구단 중 최다 3위에 해당했다. 투수진의 책임 뿐만 아니라 투수들을 리드해야 하는 포수진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부임하면서 롯데 포수진을 10개 구단 중 최고라고 지칭했다. 포수 출신 명장의 평가는 더욱 가까이 와닿았다. 김태형 감독이 지칭한 포수 왕국의 리더이자 핵심인 유강남(32)은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롯데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유강남은 “이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실망시키지 않는 시즌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면서 “저에게 주전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는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오히려 한 발짝 더 뛰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내가 주전이라는 생각보다는 감독님께서 기대해주신 만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시즌 끝나고도 똑같은 평가를 해주시게끔 만드는 게 나뿐만이 아닌 우리 포수진의 목표인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강남은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고 롯데와 4년 80억원에 계약했다. 데뷔 후 처음 이적을 결심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 스스로도 “지난해 초반에는 위치선정 등에서 엇갈린 부분들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즌 중후반 넘어가면서 좀 괜찮아졌다. 조율을 하면서 잘 치렀던 것 같다.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롯데 내부에서는 “우리 투수진은 강하다”라고 자부한다. 특히 투수진에서 이러한 자신감은 더욱 묻어난다. 그러나 유강남은 포수진은 물론 김태형 감독의 주문을 확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투수들을 더욱 독려하려고 한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캠프부터 괌 1차 스프링캠프 청백전까지, 공격적인 승부를 끊임없이 주문했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유인구보다는 좀 더 과감하게 승부를 하도록 했다. 볼넷보다는 차라리 맞는 게 낫다는 마인드를 지속적으로 주문했다. 이 대목은 타자들에게 대입해도 똑같았다.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인 타격을 강조했다.
유강남은 “솔직히 지난해 초반에는 너무 도망가는 피칭을 했다.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 보니까 쓸데없는 볼넷이 너무 많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승부할 때와 승부를 안해야할 때를 잘 구분 짓고 승부할 때는 과감하게 승부해야 할 것 같다. 쓸데없는 볼넷을 줄이는 게 투수들도 인지할 것이고 포수인 저도 좀 더 신경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롯데는 전반기 9이닝 당 볼넷이 4.07개로 시즌 평균보다 많았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3.40개로 대폭 줄이면서 볼넷 수치를 줄여나갔다.
지난해 후반기의 모습을 이어가면서 또 강화시켜야 한다. 유강남은 “감독님께서도 과감한 승부를 강조하신다. 기싸움에서 지고 가지 말자는 부분들을 강조하신다. 투수진도 자신감을 내비친 만큼 나 역시도 기분 좋고 투수들의 자신감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4~25일 자매구단인 지바 롯데와의 교류전은 이러한 투수진과 포수진의 자신감과 생각을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퍼시픽리그 2위(70승68패5무)에 오른 강팀이었다. 외국인 선수들은 출전하지 않았지만 1군 레귤러 멤버들 대다수가 모습을 드러낸 정면승부였다. 롯데는 2경기 모두 완패했다. 24일 첫 경기에서는 후반 뒷심에서 밀리며 3-7로 패했다. 25일에는 165km를 던지는 퍼펙트 괴물 사사키 로키가 선발 등판하면서 관심을 모았지만 1-8로 완패했다.
마운드 전력을 고르게 시험했다. 2경기 17이닝 동안 15실점에 21피안타를 내줬다. 볼넷은 9개를 허용했다. 1차전에서는 6개를 허용했다. 씩씩한 피칭으로 합격점을 받았던 신인 전미르가 첫 대외 실점에서 2개의 볼넷을 내줬다. 이후 김상수 최준용 김진욱 박진형이 각각 1개씩을 내줬다. 7회를 책임진 최준용 김진욱 박진형의 모두 볼넷을 내준 게 흠이었다. 그래도 2차전에서는 3개로 줄였다. 한현희가 1개를 내줬고 그 외에 김도규와 우강훈이 1개씩 허용했다. 절대적인 볼넷 수치는 1차전에 비해서 2차전이 더 나았다. 볼넷보다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결국 타자와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볼카운트를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김태형 감독의 마인드와 공격적인 DNA가 입혀져 가는 과정이다. 한 수 위의 레벨의 팀을 상대로 김태형 감독의 롯데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더욱 단단한 투수진을 만들기 위해 포수 출신 명장과 포수 왕국의 선수들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