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NC 다이노스에 다시 한 번 ‘호주산 히트상품’의 열풍이 불 수 있을까.
NC의 지난해 발견은 주전 3루수로 도약한 서호철(28)이었다. 서호철은 2021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타격왕에 오르면서 기대주로 각광을 받았다. 복귀 후 첫 시즌이었던 2022년은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주전 3루수로 도약한 뒤 114경기 타율 2할8푼7리(397타수 114안타) 5홈런 41타점 OPS .714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두 번의 헤드샷 악재가 있었지만 트라우마 없이 곧장 극복했다. 당시 코뼈가 미세 골절된 상황에서도 홈런포를 때려내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양쪽 발목 인대가 온전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돌아와서 극적인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활약하기도 했다.
2022년과 2023년의 차이라면 비시즌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 파견을 들 수 있다. 질롱코리아에서 경기 감각을 더 쌓고 성장해서 돌아왔고 2023년 NC의 히트상품이 됐다. 주전 3루수 박석민의 부진과 은퇴, FA 잔류를 했을 경우 3루수가 유력했던 노진혁의 이적 등으로 공백이 불가피했던 3루 자리였다. 그러나 서호철의 등장은 3루수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게끔 만들었다.
호주프로야구(ABL) 파견으로 효과를 본 NC는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3명의 투타 유망주를 다시 한 번 호주에 파견했다. 질롱코리아는 사실상 해체됐지만 브리즈번 밴디츠 구단에 협조를 구했다. 현역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외야수 박시원과 사이드암 투수 임형원, 그리고 지난해 1군에서 가능성을 비춘 우완 파이어볼러 한재승을 호주로 보냈다.
NC 임선남 단장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서호철 선수 등이 질롱 코리아 소속으로 ABL에서 경험을 쌓으며 기량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브리즈번 밴디츠는 ABL에서도 다수의 우승 경험을 가진 명문 구단으로, 선수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앞으로도 브리즈번 구단과 협력해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겠다”고 유망주 파견 이유를 설명했다.
이역만리에서 한국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특별한 지원 없이 야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성적 이상의 경험과 교훈을 얻고 돌아온 듯 했다. 우선 3명의 선수 모두 호주에서 기록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박시원은 손목 부상으로 다소 고생을 했다. 24경기 타율 2할3푼1리(78타수 18안타) 1홈런 7타점 OPS .605의 성적을 기록했다.
임형원은 현역 군 복무로 인한 실전 공백을 무시할 수 없었다. 강속구를 뿌렸지만 14경기 1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6.61의 성적을 남겼다. 16⅓이닝 동안 18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지난해 11경기 1군에 등판했던 한재승은 묵직한 구위를 뽐내면서 18경기 1승 8홀드 평균자책점 5.75의 성적을 남겼다. 호주리그 마지막 등판이었던 1월20일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의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은 3.79였지만 이 경기에서 1⅓이닝 8실점(5자책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면서 평균자책점도 폭등했다.
강인권 감독은 호주에 파견된 세 선수를 올해 전력으로 생각하면서 모두 보고 받고 있었다. 강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분명히 해줘야 할 역할들이 있다고 본다. 기대를 해 볼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현재 NC의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좋은 몸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박시원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입단했다. 타격 능력에 파워, 스피드까지 갖춘 운동능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금은 팀을 떠난 나성범(KIA)의 뒤를 이을 선수로 관심을 기대를 모았다. ‘포스트 나성범’은 2020년 입단해 2년 동안 재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현역으로 군 문제를 마쳤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33경기 타율 2할5푼(100타수 25안타) 9타점 OPS .707의 성적을 기록하고 호주에서 실전 경험을 더 쌓았다.
박시원은 “ABL 경험 후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서, 감각을 끌어올리는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ABL의 운동환경은 한국에 비해 열악하다고 볼 수 있지만 좋은 기회를 받아 실전경험을 쌓고 온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면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합이 이어지고, 단체훈련은 화요일 저녁에만 진행됐다. ABL에 합류한 국내 선수 및 미국 선수들과 개인 훈련의 비중을 많이 가져갔었다”라고 호주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이어 “미국 선수들이 KBO리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선수는 SNS를 통해 연락을 취해 다양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했다”라고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긴 시간 타지에서 생활을 했기에 한재승 선수, 임형원 선수와 서로 많은 의지를 했던 것 같다. 현재는 스프링캠프를 부상 없이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필요하다 생각하는 부분들을 보완하여 시즌을 맞이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입단한 사이드암 임형원은 팀에 없는 잠수함 자원으로 다양성을 줄 수 있다. 비슷한 유형의 원종현은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키움으로 FA 이적했고 베테랑 심창민은 아직 영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임형원을 향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임형원은 “호주와 미국 날씨가 비슷해서 스프링캠프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ABL에 있는 동안 제구 부분과, 변화구 구종을 다듬는데 중점을 두고 경기에 임했다. ABL 소속 타자들의 파워와 타격 스타일 국내 선수들과는 달라서 새로운 경험이었다”라면서 “ABL에 있는 동안 캔자스시티, 밀워키 소속 선수들 그리고 브리즈번 소속 선수들과 야구 관련 그리고 문화적인 부분 관련하여 많은 교류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입단한 한재승은 지난해 11경기 1패 평균자책점 4.66의 성적을 남겼다. 150km에 가까운 묵직한 패스트볼을 뿌렸다. 강속구 투수들이 많은 NC에서도 손꼽히는 구속을 선보였다. 스포츠투아이의 투구추적시스템(PTS)에 의하면 한재승은 팀 내에서 4번째로 빠른 평균 구속을 기록했다(145.4km). 김진호(147.5km) 류진욱(147.2km) 이용찬(145.9km)과 함께 패스트볼 구속 ’4대장’이었다.
상하 무브먼트는 이들 가운데 으뜸인 30cm에 달했다. 타자들에게는 공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위력이었다. 한재승의 1군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짧은 시간 동안 주전 마무리 투수 이용찬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빠르게 습득해서 실전에서 활용했다. 묵직한 패스트볼에 포크볼이라는 위닝샷으로 1군에서 9⅔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퓨처스리그에서도 20⅔이닝 동안 40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이용찬 후계자’로 마무리 투수를 맡을 재목이라는 점을 모두에게 알리고 있다.
한재승은 “ABL을 경험을 통해 1군에서 쌓지 못한 많은 상황들을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아주 뜻 깊었다. ABL은 어느 정도의 시간 규율은 있지만 훈련의 자율성이 높은 환경이었다. 팀 동료들과 그 안에서 많은 유대관계를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라고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 “ABL 기간 동안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를 중점적으로 연습하고자 했고, 많은 상황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순위 경쟁으로 중요하던 경기의 2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면서 탈삼진 능력에 대한 에피소드를 스스로 소개했다. 아울러 “ABL 이후 스프링캠프에 거의 바로 합류를 했기 때문에 체력관리에 유의하고 있고, ABL과 스프링캠프 경험을 토대로 이번 시즌 잘 소화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NC는 호주에서 쌓아온 경험의 힘을 믿는다. 과연 이들은 강인권 감독의 기대처럼 올해 비밀병기로서 1군에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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