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구단들이 쓸 돈은 충분하다. 하지만 써야 할 돈을 안 쓴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격정을 토로했다. 말 그대로 뿔이 났다. 자신의 전략대로, 자신이 원하는 시장 상황이 형성되지 않은 것을 두고 구단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스캇 보라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구단들의 행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보라스는 “낙담스럽다. 불쾌하다. 나는 선수들이 제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선수들은 지금까지의 제안들을 좋아하지 않았다”라면서 “구단들이 쓸 돈은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이 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써야 할 돈을 안 쓰는 것이다. 그들이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그들의 페이롤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라면서 구단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보라스는 이번 FA 시장에서 최대어급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블레이크 스넬, 2019년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한 뒤 하향세에 놓여 있다가 지난해 반등에 성공한 코디 벨린저,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승 주역인 좌완 에이스 재목 조던 몽고메리, 통산 4번의 골드글러브에 두 차례 플래티넘 글러브를 수상했고 20홈런 이상을 때려낼 수 있는 3루수 맷 채프먼, 그리고 코리안 빅리거인 이정후와 류현진이 모두 그의 고객이었다.
하지만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맺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제외하면 보라스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보라스는 장기화 전략을 주로 활용했다. 협상 시한을 스프링캠프 기간까지 생각하면서 구단들이 애가 닳도록 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구단들은 더 이상 보라스에 끌려가지 않았다. 결국 야수 최대어로 2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내다봤던 벨린저는 원 소속팀인 시카고 컵스와 3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계약 1,2년차에 모두 옵트아웃 조건을 걸었지만 반토막 계약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울러 스넬과 몽고메리, 채프먼은 별다른 계약 조건을 제안받지 못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가 스넬에게 6년 1억5000만 달러 제안을 했지만 스넬과 보라스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스넬은 이후 별다른 조건을 제안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류현진의 협상 전략도 마찬가지였다. 보라스는 지난해 11월, FA 시장 초반 “류현진은 내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던질 것이다”라고 자신했지만 류현진은 한화와 8년 최대 170원의 조건에 계약하며 12년 만에 KBO리그로 컴백한다. 사실 류현진의 경우 건강할 때 한화로 복귀해서 던지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다년 계약이 아닌 1년 계약을 선호했다. 최대 규모의 계약을 생각해야 하는 보라스의 입장과는 달랐다. 하지만 결국 류현진이 원하는 계약 조건을 보라스가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봐야 했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보라스의 오판이었다.
사실 이번 겨울 FA 시장은 어느 때보다 돈이 많이 흘렀다.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라는 경이적인 계약을 맺었고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12년 3억2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모두 역대급 계약 조건들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다저스만 지갑을 열었다.
‘USA투데이’는 ‘올해 FA 시장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전통적으로 씀씀이가 큰 구단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월드시리즈 챔피언 텍사스 레인저스 모두 캔자스시티 로열스보다 적은 금액을 지출했다’라면서 ‘페이롤은 9500만 달러 삭감한 샌디에이고 포함해 1년 전보다 페이롤을 줄인 채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이 11개가 있다. 이는 FA 시장에서 상위 5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가 비명을 지르기에 충분한 상황이다’라며 보라스의 여의치 않은 상황을 설명했다.
조 폴래드 미네소타 구단주는 3000만 달러 이상 선수들과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선수 노조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보라스는 “메이저리그가 수입이 늘어나지 않다거나, 구단들이 기록적인 수입을 기록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라면서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메이저리그가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하지만 구단들은 과거처럼 팀 전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돈을 쓰지 않고 있다”라며 지갑을 닫은 구단들을 향한 성토를 이어갔다.
‘USA투데이’는 ‘침체된 시장 상황으로 지난 주 슈퍼스타들이 자신들의 구단주들을 소환했다. LA 에인절스에서 3차례 MVP를 수상한 마이크 트라웃, 양키스의 MVP 애런 저지, 보스턴 레드삭스 3루수 라파엘 데버스 모두 팀에 이점을 가져올 수 있는 활용 가능한 선수들을 쓸 수 있도록 간청했다’라고 전했다.
보라스는 이에 “프랜차이즈에 헌신한 선수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들은 구단주 그룹과 승리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헌신을 리트머스 시험지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지금 시장에 남은 선수들은 구단의 목표와 클럽하우스 문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선수 한 명을 영입해서 팀의 문화를 바꿀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객들에게 다시 한 번 눈길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보라스는 “우리는 단기계약부터 장기계약까지 모든 제안을 들을 준비가 됐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선수들이 시장의 기준을 넘는 계약을 찾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2월이다”라면서 구단들에게 전력 보강의 기회, 슈퍼스타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음을 상기시켰다. 보라스도 지금 상황이 급한 듯 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