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삼성 라이온즈에서 장수 외국인 선수의 길을 걷던 데이비드 뷰캐넌(35)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의 첫 단추는 어긋났다. 스스로도 빅리그 복귀의 험난함을 예상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뷰캐넌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제트블루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회 보스턴 1번 타일러 오닐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시작한 뷰캐넌은 라파엘 데버스를 3루 내야 뜬공, 트레버 스토리를 파울팁 삼진 처리하며 투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어진 2사 1,2루에서 롭 레프스나이더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허용했다. 엔마누엘 발데스를 루킹 삼진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2회 다시 실점했다. 선두타자 타일러 하이네만을 우전 안타로 1루에 내보낸 뷰캐넌은 마크 콘트레라스의 1루 땅볼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니코 카바다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계속된 1사 1루에서 오닐을 투수 땅볼로 유도, 1-4-3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마무리한 뷰캐넌은 3회부터 코너 브록던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경기를 마쳤다. 이날 경기는 필라델피아가 6-7로 보스턴에 패했다.
뷰캐넌에게 필라델피아는 친정팀이다. 2010년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231순위로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뷰캐넌은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이 해 20경기(117⅔이닝) 6승8패 평균자책점 3.75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2년차 시즌은 개막 로스터에 들어 시작했지만 15경기(74⅔이닝)를 선발등판했으나 2승9패 평균자책점 6.99를 기록했고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오지 못했다.
2016년에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만 머무른 뷰캐넌은 2017~2019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활약한 뒤 2020년부터 KBO리그 삼성에서 활약했다.
삼성의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서 4시즌 동안 통산 113경기(699⅔이닝) 54승28패 평균자책점 3.02 탈삼진 539개 WHIP 1.27의 성적을 남겼다. 이 기간 KBO리그 최다 이닝, 다승 공동 1위, 최다 퀄리티 스타트(80회), 평균자책점·탈삼진 2위의 성적을 남겼다.
탁월한 실력과 팀을 위한 헌신을 선보였고 투철한 팬서비스 정신까지 겸비한 뷰캐넌은 삼성을 비롯한 한국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삼성은 뷰캐넌과 다년계약을 추진하면서 붙잡으려고 했지만 뷰캐넌은 필라델피아와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KBO리그 출신 유턴파 선수들에게 빅리그의 문턱은 더 이상 높지 않지만 초청선수 신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군다나 뷰캐넌의 나이도 이제 30대 중반이다. 10살 이상 어린 선수들과 함께 빅리그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신세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뷰캐넌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이날 복귀 등판의 의미를 설명했다. 뷰캐넌은 경기 후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겸손해졌다”라며 스프링캠프 첫 번째 등판을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에서 투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메이저리그 경기가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라면서 “제가 투수로서 제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했다”라면서 냉혹했던 시범경기 첫 등판 소회를 전했다.
2015년 이후 7년 만의 메이저리그 무대 등판. 그는 “첫 등판이었기 때문에 불안했다. 하지만 다시 밖으로 나온 것은 기분 좋았다. 메이저리그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웠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재계약 제의를 뿌리치고 30대 중반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뷰캐넌이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다. 뷰캐넌은 과연 빅리그 복귀라는 꿈을 다시 이룰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