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중국의 한 기업이 ‘오타니 쇼헤이’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문제를 지적하자 업체는 “야구 선수인가? 처음 듣는 이름이다.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TBS 뉴스, FNN 프라임 온라인 등 일본 다수의 매체는 27일 중국 푸젠성의 한 의류업체가 지난해 12월 상표 등록 사이트를 통해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라는 한자 표기로 최소한 2건 이상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보도했다. 현재 심사 중인 상태로 표시된다.

이 회사는 티셔츠, 유아용 의류, 모자, 양말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오타니 본인이나 LA 다저스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만약 상표 등록이 인정되면, 중국 내에서는 오타니 쇼헤이라고 쓴 의류나 모자, 양말 등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갖게 된다.

이 업체는 일본 매체들의 취재에 대해 “야구 선수의 이름이라는 것은 몰랐다. 오타니라는 명칭은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명이다. 그 뒤에 두 글자(翔平ㆍ쇼헤이)를 적당히 붙였을 뿐이다. 아마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떠올라서 그랬을지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만약 상표가 필요하다면 연락하라. 우리도 반드시 (그 이름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양도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의 상표 등록 선점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악명 높다. 일본의 경우 생활용품 브랜드인 무인양품(無印良品ㆍMUJI)이 대표적이다. 중국 진출을 시도할 당시 이미 상표 등록을 마친 현지 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패소한 바 있다.

이밖에 ‘야마하’ ‘고시히카리’ ‘귀멸의 칼날’ 같은 이름들이 중국업체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또 유명인 중에는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국민 스타 하뉴 유즈루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일본 왕실의 명칭이나, 기시다 후미오(총리)의 성명도 상표 등록이 신청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의 케이스다. 4년 전인 2020년 조던은 중국의 스포츠용품 회사인 ‘차오단(喬丹ㆍQiaodan) 스포츠’와 성명권 침해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였다. 차오단은 조던의 중국식 발음이다.

이 소송에서 상하이 인민법원은 원고 조던 측의 손을 들어줬다. 차오단이 조던에게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로 35만 위안(약 6460만 원)을 지급하고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 공개 사과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아울러 회사 명칭에서도 차오단이라는 표기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상표권에 대해서는 다른 결론을 판시했다. 중국의 법률상 상표권에 관한 이의 제기는 등록된 이후 5년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당시 상황에서는 차오단 상표를 완전히 금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8년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최초 소송은 2012년에 이뤄졌지만 1, 2심 판결은 모두 “조던은 미국의 흔한 성이며, 로고에 쓰인 실루엣은 얼굴이 포함되지 않아 식별을 단정지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한편 일본 매체들이 이번 오타니의 경우를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상표 등록이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상표법이 개정돼 부정한 목적의 등록 출원은 기각되거나, 경우에 따라서 범칙금을 물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피겨 스타 하뉴 유즈루의 경우도 11건이나 제출됐지만, 이 중 계약된(권리를 가진) 일본의 매니지먼트 회사의 2개만이 승인되고 나머지는 중국 업체의 신청은 모두 거절됐다. 역시 유명인의 이름을 무단히 사용하는 부정한 목적의 출원이라는 이유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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