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자이(대만)=김동윤 기자]
SSG 랜더스 '새 주장' 추신수(42)가 새 사령탑 이숭용(53) 감독의 자율야구에 흠칫 놀라면서도 이내 반가움을 느꼈다. 그러면서 감독의 속뜻을 알아채고 잘 따라준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SSG에 부임한 이숭용 감독은 취임식 당시 "선수 중심의 야구를 하겠다. 고참 선수들에게는 권한과 책임을 주겠다. 어린 선수들이 1군에 올라오지 못한 부분은 면밀히 확인해 동기부여를 확실히 하겠다"고 지도자로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는 이숭용 감독의 지론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모든 것이 선수에게 맞춰졌다. 이숭용 감독은 캠프에 앞서 선수단 개개인과 최소 30분 이상의 일대일 면담을 하면서 구단에서 올해 기대하는 역할과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줬으면 하는 과제를 내줬다. 코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안상현(27)에게는 하루 100개의 스윙을 통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법을 배우도록 했고, 배영수(43) 1군 투수코치에게는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최대한 사투리를 덜 쓰게 했다. 억센 억양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
이후 특별히 말을 얹지 않았다. 조금 안 좋은 모습을 보여도 다그치기보단 일단 지켜봤다. 예상 밖의 난조일 때만 코치들을 통해 확인할 뿐이었다. 이숭용 감독이 오기 전부터도 베테랑 선수들 덕분에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잡혀 있던 SSG다. 고참들이 어김없이 새벽부터 나가 밤까지 훈련에 매진하자 후배들은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안상현은 캠프가 쉬는 날과 훈련이 늦게 끝난 날에도 결국 완수해 고참들이 뽑은 캠프 MVP에 선정됐다. 배영수 코치는 "밥 먹었니?"라는 표준어를 구사하며 선수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냈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붙어 지도해 빠르게 선수들에게 융화됐다. 플로리다 캠프에서만 8㎏가 빠진 배영수 코치의 몸무게와 어린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배 코치를 꾸준히 언급한 것도 이를 증명했다.
시즌 준비에 미흡한 선수가 있으면 확실히 사례를 남기려 했던 감독도 코치가 먼저 힘들다고 하는 캠프 풍경에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숭용 감독은 26일 대만 자이현 자이시에 위치한 '자이 시립 야구장'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2차 스프링캠프 훈련에 앞서 "플로리다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물음표가 있었다. 하지만 다녀와서는 느낌표로 변하고 있다. 시합하는 걸 봐야 하지만, 캠프 훈련을 통해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조금 더 믿음이 생겼다. 고참들은 몸이 아프고 힘든 부분도 있었을 텐데 새벽부터 나와서 자신의 루틴을 다 지키고, (오)태곤이, (하)재훈이 등 중견 선수들도 너무 열심히 해줬다"고 총평을 남겼다.
이 감독은 "코치들이 오히려 내게 너무 힘들다고 우는소리를 했다. 자율인데 자율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하루 이틀은 아예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코치) 본인들도 오랜만에 이런 걸 느끼니까 더 활력소가 생기더라면서 결국 나갔다"며 "나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구상으로) 머리가 아프다가도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이렇게 현장의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건 우리의 몫이다. 그 속에서 어떻게 뛰어노는지는 선수들의 몫이다. (스스로 성장하는 데에 있어) 우리는 더 해줄 것이 없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상대 팀과 싸우는 전략을 세우고 요령을 익혀야 한다. 코치들에게도 긴장을 하라고 했다. 앞으로 시범 경기까지 면밀히 체크해야 시즌 들어가서 우리가 계산한 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더 가깝게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드러움 속에 단호한 대처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예가 마무리 서진용(32)의 복귀 시점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서진용은 현재 대만 캠프에도 따라와 순조롭게 재활을 진행 중이다. 본인에 따르면 개막전에도 가능할 정도로 재활 속도가 빠르다는 후문.
그러나 이 감독은 서진용의 개막전 복귀에 보수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서)진용이에게 분명히 이야기했다. 돌아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돌아와서 자신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팀 입장에서도 계산이 선다. 충분히 실전을 치르게 할 것이고 120%가 됐다고 판단되면 1군으로 올릴 것이다. 서진용은 오면 바로 마무리다. 1군에 올라와서 8회에 넣고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팀도 본인도 산다. 준비를 철저하게 하라는 의미"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그게 굉장히 무서운 말이다. 본인은 배려받는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안에는 정말 담긴 뜻이 많다. 추신수도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감독님 되게 무서운 분이네요'라고 하더라. (추)신수는 배려, 권한, 자율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자기 자신은 못 속인다. 피곤해도 할 땐 해야 하는 거고 그렇게 하는 것이 프로다. 나도 현역 때는 쉬는 날도 긴장하고 그렇게 해야 상대를 넘어서고 나를 더 성장시킨다고 믿었다. 늘 자신하고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력의 기준이 높은 추신수도 플로리다 캠프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추신수는 꾸준한 대화를 통해 선수단과 이 감독의 가교 역할을 100% 수행하고 있다. 추신수는 "감독님이 선수들 몸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선수들이 알아서 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는데 솔직히 그게 맞다"며 "나도 선수들한테 몇 번 메시지를 줬지만, 그런 자유가 어떠한 혜택을 주고 무언가를 누리라는 뜻은 아니다. 개개인에게 책임감을 더 많이 부여하는 것이다. 풀어줘서 좋아할 게 아니라 스스로 잘하게끔 프로 선수로서 성숙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걸 선수들이 잘 인지해야 하고 어떻게 보면 이 방식 미국 스타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선수들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스프링캠프는 내가 겨울에 준비한 것을 시험해 보는 곳이다. 시즌이 끝나고 스프링캠프 하기 전까지 쉬는 것이 아닌데 대부분의 선수는 캠프에 도착해서 몸을 만드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감독님이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셨는데 난 그게 맞는 것 같다. 오랜 기간 좋은 문화를 만들려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따뜻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추신수는 "감독님도 플로리다 캠프에서의 모습에 굉장히 만족하셨고 나도 어린 선수들이 굉장히 준비를 잘해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배로서 같은 팀 동료로서 직접 후배들한테 너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잘했으면 잘했다고 표현을 해야 맞다"고 미소 지었다.
자이(대만)=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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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왼쪽)와 이숭용 감독. /사진=SSG 랜더스 |
이숭용 SSG 감독. /사진=SSG 랜더스 |
지난해 11월 SSG에 부임한 이숭용 감독은 취임식 당시 "선수 중심의 야구를 하겠다. 고참 선수들에게는 권한과 책임을 주겠다. 어린 선수들이 1군에 올라오지 못한 부분은 면밀히 확인해 동기부여를 확실히 하겠다"고 지도자로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는 이숭용 감독의 지론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모든 것이 선수에게 맞춰졌다. 이숭용 감독은 캠프에 앞서 선수단 개개인과 최소 30분 이상의 일대일 면담을 하면서 구단에서 올해 기대하는 역할과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줬으면 하는 과제를 내줬다. 코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안상현(27)에게는 하루 100개의 스윙을 통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법을 배우도록 했고, 배영수(43) 1군 투수코치에게는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최대한 사투리를 덜 쓰게 했다. 억센 억양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
이후 특별히 말을 얹지 않았다. 조금 안 좋은 모습을 보여도 다그치기보단 일단 지켜봤다. 예상 밖의 난조일 때만 코치들을 통해 확인할 뿐이었다. 이숭용 감독이 오기 전부터도 베테랑 선수들 덕분에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잡혀 있던 SSG다. 고참들이 어김없이 새벽부터 나가 밤까지 훈련에 매진하자 후배들은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안상현은 캠프가 쉬는 날과 훈련이 늦게 끝난 날에도 결국 완수해 고참들이 뽑은 캠프 MVP에 선정됐다. 배영수 코치는 "밥 먹었니?"라는 표준어를 구사하며 선수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냈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붙어 지도해 빠르게 선수들에게 융화됐다. 플로리다 캠프에서만 8㎏가 빠진 배영수 코치의 몸무게와 어린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배 코치를 꾸준히 언급한 것도 이를 증명했다.
시즌 준비에 미흡한 선수가 있으면 확실히 사례를 남기려 했던 감독도 코치가 먼저 힘들다고 하는 캠프 풍경에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숭용 감독은 26일 대만 자이현 자이시에 위치한 '자이 시립 야구장'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2차 스프링캠프 훈련에 앞서 "플로리다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물음표가 있었다. 하지만 다녀와서는 느낌표로 변하고 있다. 시합하는 걸 봐야 하지만, 캠프 훈련을 통해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조금 더 믿음이 생겼다. 고참들은 몸이 아프고 힘든 부분도 있었을 텐데 새벽부터 나와서 자신의 루틴을 다 지키고, (오)태곤이, (하)재훈이 등 중견 선수들도 너무 열심히 해줬다"고 총평을 남겼다.
하재훈. /사진=SSG 랜더스 |
배영수 코치. /사진=SSG 랜더스 |
이 감독은 "코치들이 오히려 내게 너무 힘들다고 우는소리를 했다. 자율인데 자율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하루 이틀은 아예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코치) 본인들도 오랜만에 이런 걸 느끼니까 더 활력소가 생기더라면서 결국 나갔다"며 "나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구상으로) 머리가 아프다가도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이렇게 현장의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건 우리의 몫이다. 그 속에서 어떻게 뛰어노는지는 선수들의 몫이다. (스스로 성장하는 데에 있어) 우리는 더 해줄 것이 없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상대 팀과 싸우는 전략을 세우고 요령을 익혀야 한다. 코치들에게도 긴장을 하라고 했다. 앞으로 시범 경기까지 면밀히 체크해야 시즌 들어가서 우리가 계산한 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더 가깝게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드러움 속에 단호한 대처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예가 마무리 서진용(32)의 복귀 시점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서진용은 현재 대만 캠프에도 따라와 순조롭게 재활을 진행 중이다. 본인에 따르면 개막전에도 가능할 정도로 재활 속도가 빠르다는 후문.
그러나 이 감독은 서진용의 개막전 복귀에 보수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서)진용이에게 분명히 이야기했다. 돌아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돌아와서 자신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팀 입장에서도 계산이 선다. 충분히 실전을 치르게 할 것이고 120%가 됐다고 판단되면 1군으로 올릴 것이다. 서진용은 오면 바로 마무리다. 1군에 올라와서 8회에 넣고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팀도 본인도 산다. 준비를 철저하게 하라는 의미"라고 딱 잘라 말했다.
안상현(맨 오른쪽). /사진=SSG 랜더스 |
추신수(가운데). /사진=SSG 랜더스 |
이어 "그게 굉장히 무서운 말이다. 본인은 배려받는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안에는 정말 담긴 뜻이 많다. 추신수도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감독님 되게 무서운 분이네요'라고 하더라. (추)신수는 배려, 권한, 자율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자기 자신은 못 속인다. 피곤해도 할 땐 해야 하는 거고 그렇게 하는 것이 프로다. 나도 현역 때는 쉬는 날도 긴장하고 그렇게 해야 상대를 넘어서고 나를 더 성장시킨다고 믿었다. 늘 자신하고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력의 기준이 높은 추신수도 플로리다 캠프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추신수는 꾸준한 대화를 통해 선수단과 이 감독의 가교 역할을 100% 수행하고 있다. 추신수는 "감독님이 선수들 몸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선수들이 알아서 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는데 솔직히 그게 맞다"며 "나도 선수들한테 몇 번 메시지를 줬지만, 그런 자유가 어떠한 혜택을 주고 무언가를 누리라는 뜻은 아니다. 개개인에게 책임감을 더 많이 부여하는 것이다. 풀어줘서 좋아할 게 아니라 스스로 잘하게끔 프로 선수로서 성숙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걸 선수들이 잘 인지해야 하고 어떻게 보면 이 방식 미국 스타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선수들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스프링캠프는 내가 겨울에 준비한 것을 시험해 보는 곳이다. 시즌이 끝나고 스프링캠프 하기 전까지 쉬는 것이 아닌데 대부분의 선수는 캠프에 도착해서 몸을 만드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감독님이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셨는데 난 그게 맞는 것 같다. 오랜 기간 좋은 문화를 만들려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따뜻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추신수는 "감독님도 플로리다 캠프에서의 모습에 굉장히 만족하셨고 나도 어린 선수들이 굉장히 준비를 잘해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배로서 같은 팀 동료로서 직접 후배들한테 너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잘했으면 잘했다고 표현을 해야 맞다"고 미소 지었다.
자이(대만)=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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