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두산 베어스에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업적을 이룬 김태형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독이 든 성배’라는 롯데의 사령탑 자리를 기꺼이 맡으면서 부담을 기꺼이 감내하기로 했다.
밖에서만 지켜봤고 내부 사정은 잘 모르는 낯선 팀, 그리고 새로운 생활 터전에서 시작하는 도전이었다. 롯데 사령탑에 부임한 뒤 신중하고 면밀하게 선수단을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몇몇 선수들에게는 부임과 동시에 별다른 의심 없이 확실한 믿음을 보였다. 야수진에서는 주전 포수 유강남, 지난해 2년차에 1군 주전을 차지하고 국가대표 우익수로 거듭난 윤동희가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투수진에서는 구승민과 김원중 등 필승조와 토종 에이스 박세웅, 그리고 나균안이 김태형 감독이 믿어 의심하지 않은 선수들이었다.
특히 김태형 감독은 일찌감치 4선발까지 확정지었다. 외국인 투수인 찰리 반즈와 애런 윌커슨, 박세웅에 이어 나균안이 4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의 구상에서 나균안은 변수가 아닌 상수였다.
나균안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극적인 변화를 많이 겪으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선 선수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당시 이름은 나종덕이었다. 롯데의 터줏대감 안방마님이었던 강민호의 뒤를 이을 대형 포수 재목으로 각광을 받으며 입단했다. 그런데 2018년 강민호가 삼성으로 떠나고 갑작스럽게 주전 포수의 책임감을 떠맡았다. 많은 주목과 기대를 받으면서 경기를 치렀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포수 나종덕은 점점 실패한 유망주로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그러다 2020년 운명을 바꿀 선택을 했다. 2020년 스프링캠프 막판 왼손 유구골 골절로 수수을 받은 뒤 선수 인생이 180도로 바뀌었다. 당시 성민규 단장의 제안으로 투수 전향을 시도했다. 중학교 시절까지 투수도 했었던 재능을 눈여겨 봤다. 그리고 마치 투수였던 것처럼 빠르게 적응했다. 손재주가 탁월해서 여러 구종을 던지는 팔색조 투수의 면모를 과시했다. 투수 나균안의 탄생이었다. 나종덕에서 나균안으로 개명을 했고 포지션까지 바꿨다. 새로운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투수 나균안은 포수 나종덕과는 달랐다. 꽃을 피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투수로 다시 데뷔하게 된 2021년, 23경기 1승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1의 성적을 남겼다. 투수 적응기였다. 적응이 끝난 2022년부터 투수로서 커리어가 만개하기 시작했다. 2022년 39경기 117⅔이닝 3승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의 성적을 기록했다. 선발, 롱릴리프, 필승조 등 팀이 필요한 순간에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랐다. ‘애니콜’로 불리면서 마당쇠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나균안은 풀타임 선발 투수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23경기 130⅓이닝 6승8패 평균자책점 3.80의 성적을 남겼다. 4월 한 달 동안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4(33⅔이닝 5자책점) 특급 성적으로 월간 MVP의 감격을 누렸다. 이후 팔꿈치 염증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선발진을 굳건히 지켰다.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일원으로 마운드 한 축을 책임지면서 금메달에 일조했다. 통산 타율 1할2푼3리의 포수가 국가대표 투수로 거듭나기까지 불과 3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균안은 구위로 윽박지르기 보다는 정교한 제구력으로 승부를 봤다. 무엇보다 큰 기복이 없는 투구 내용으로 벤치의 계산을 쉽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나균안을 높게 평가하고 믿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년 간 많이 던졌다는 것을 감안해서 올해는 적절한 시기에 로테이션을 빼주는 등 세심하게 관리를 할 구상까지 해 놓았다.
그런데 몇 안되는 믿는 선수가 발등을 찍었다. 나균안이라는 상수의 선수가 이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
나균안은 최근 불륜 논란에 희말렸다. 지난 26일 나균안의 아내로 알려진 A씨는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나균안의 외도를 폭로했다. 나균안의 사진첩에서 외도 여성과 찍은 사진을 발견해서 외도 소식을 알게 됐다는 A씨는 외도의 여성이 유흥업소 출신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과 외도 여성을 동시에 경기장에 부른 적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A씨는 불륜 관계를 들키자 나균안이 이혼을 요구했고 또 폭력까지 행사하면서 경찰 및 구급차까지 출동했다고 덧붙였다. 나균안이 A씨를 밀쳐서 넘어졌고 머리를 부딪혀서 기절했다는 내용까지 폭로했다. 지난해 여름 즈음, 외도 사실을 확인했고 지난 10월부터 별거 중인 상황에서 양육비도 주지 않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나균안은 A씨의 폭로 이후 구단을 통해 입장문을 전했다. 나균안은 “저의 개인적인 일로 시즌 직전에 우리 구단과 감독님, 선수들에게 죄송스럽고 무엇보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라면서 “최근 알려진 일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며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서는 법무적인 대응을 진행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나균안은 이혼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사실 외에 불륜 사실과 폭행 등 A씨의 폭로를 사실상 부인했다.
롯데 구단은 지난 27일 이후 나균안과 면담을 했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개인사이기 때문에 구단은 전적으로 선수의 증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구단은 위와 같이 나균안의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했다. 하지만 나균안의 입장문 발표 이후 A씨는 개인 SNS를 통해서 추가적인 외도 증거를 내놓으면서 진실 공방을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은 “집안 문제다. 잘 알아서 합의하고 말했다”고 했다. 나균안의 부정적인 개인사가 선수단 내부까지 물드는 것을 경계했다. 롯데 구단도 일단 나균안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스프링캠프도 완주한다.
불륜이 도덕적인 지탄을 받는 행위지만 간통죄가 폐지된지 10년 가까이 된 상황에서 사법 처벌의 대상은 아니다. 민사 소송(상간자 소송)으로 귀책사유의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개인사의 영역이다. 당장 롯데 구단이 개입하고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사법 절차조차 밟지 않은 선수의 징계는 명분이 없기 때문. 현재는 당사자들의 상황을 그저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정폭력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A씨는 나균안의 폭력으로 기절했고 경찰과 구급차까지 출동했다고 폭로했다. 나균안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현재 불륜과 관련된 증거들을 계속 폭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폭력이 상습적이었다는 증거까지 나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법 처벌과 동시에 KBO 차원의 징계 대상이다.
A씨와 나균안의 진실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만약 외도와 폭행 등의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나균안 리스크’는 김태형 감독의 구상을 완전히 어긋나게 만든다. 믿는 도끼에 찍힌 발등은 더 아플 수밖에 없다. 아울러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 시작도 되지 않은 시점에 선수단 분위기 확립과 기강 잡기의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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