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일본), 이선호 기자] "123으로 갈 수도 있다".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이른바 '40도루 트리오'로 불리우는 박찬호 최원준 김도영의 타순을 놓고 여러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득점력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한 최적의 타순 조합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범호 감독의 색깔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찬호는 두 번의 도루왕을 하면서 40도루를 작성한 바 있다. 최원준도 2021시즌 40도루를 기록했다. 김도영은 40도루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풀타임이라면 50도루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교한 타격과 톱클래스급 주루능력을 갖춘 세 타자를 어떤 타순에 배치하는지도 관전포인트이다.
오키나와 실전에서는 최원준을 계속 기용하면서 앞타선에 배치하고 있다. 박찬호도 실전에 나서고 있고 재활중인 김도영은 실전타격은 못하고 있다. 이 감독은 "원준이는 빠른 선수이다. 앞 타선에서 쳐주어야 한다. 지금은 입대전의 좋았던 기량을 찾으려고 노력중이다. 한 타석이라도 더 내보내고자 앞 타순에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 명의 타순 조합에 대해 의견도 밝혔다. "9번 1번 2번으로 갈지 아니면 1번 2번 3번으로 갈지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빠른 선수들이 앞에 최대한 포진하면 다른 팀들이 경계할 것이다. 빠른 선수들이 앞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흔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범경기에서 여러가지 타순을 배치하면서 최적의 타순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수비부담이 큰 유격수 박찬호도 9번 기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찬호가 생각보다 체력이 좋다. 작년에도 경기수와 수비이닝이 많은데도 3할 타율을 유지했다. 체력에 무리가 없다는 증거이다. 타격에 욕심이 많고 1번타자로도 잘한다. 출루율 높이고 150안타를 쳐야 좋은 유격수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것을 꺽을 필요는 없다"면서 상위타선 기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두 명이 테이블세터진을 맡고 한 명이 9번을 맡는 모양새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감독은 1~3번에 전진배치할 의지도 분명히 보였다. 이 경우 장타력을 갖춘 김도영이 3번타자로 나설 수 있다. 좌우 지그재그를 맞춘다면 박찬호 1번, 최원준 2번의 그림이 될 수 있다. 4~6번은 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 7~9번은 김선빈, 김태군(한준수), 이우성으로 이어지는 타순조합도 예상된다. 이우성은 원히트 투베이스 주루능력을 갖춰 트리오와 연결이 되는 장점이 있다.
이 감독은 "머리 속에는 어느 정도 구상하고 있다. 시범경기를 하면 보이실 것이다. 상대 선발에 변화를 줄 수도 있지만 웬만하면 내 구상대로 밀어부칠 것이다"고 밝혔다. 매경기에 따라 변화를 주기 보다는 트리오를 고정 타순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를 압박하는 40도루 트리오의 타순이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