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일본), 이후광 기자] 류현진 한 명만 새롭게 왔을 뿐인데 KBO리그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연습경기에서 한화 이글스의 매운맛을 본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2024시즌 다크호스로 주저 없이 한화를 꼽았다. 선발, 중간, 마무리 모두 한화가 리그 1위라는 평가를 내렸다.
지난 28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2-15로 완패한 KT.
마운드가 정은원(좌익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안치홍(지명타자)-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문현빈(2루수)-이진영(중견수)-하주석(유격수)-최재훈(포수) 순의 타선을 만나 21피안타에 15실점으로 무너졌다. 노시환, 채은성 상대 멀티히트를 허용하며 다이너마이트 클린업트리오 봉쇄에 실패했고, 정은원(4타수 3안타 2타점)과 문현빈(3타수 2안타 4타점)을 상대로도 예상 외로 고전했다.
타선은 선발 김민우(2⅔이닝 1실점)를 시작으로 이민우(⅓이닝 무실점)-김서현(1이닝 무실점)-정이황(1이닝 1실점)-김규연(1이닝 무실점)-김범수(1이닝 무실점)-주현상(1이닝 무실점)-박상원(1이닝 무실점) 순의 마운드를 상대로 2득점에 그쳤다. 김서현, 김범수, 주현상, 박상원 등 막강 파이어볼러 불펜진 공략에 애를 먹었다. 전력을 실험해보는 연습경기였음에도 한화의 탄탄해진 뎁스와 경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29일 팀 훈련지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한화 타선을 보니까 3, 4, 5번이 장난 아니더라. 일단 헛스윙하는 타자들이 없다. 장타력을 갖췄는데 컨택까지 된다”라며 “정은원까지 잘 치니까 2번 외국인타자만 살아나면 더 강해질 것 같다. 문현빈도 잘 치더라. 타선이 쉬어갈 곳이 없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쉽지는 않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마운드는 메이저리그 통산 78승에 빛나는 류현진의 합류로 단숨에 우승권 전력이 됐다. 한화는 당초 외국인 듀오 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 3선발에 4, 5선발을 김민우, 이태양, 김기중, 황준서 중에 선택하려고 했지만 류현진이 복귀하며 완벽한 4선발을 구축하게 됐다. 그것도 그냥 선발 로테이션이 아닌 최원호 한화 감독이 “페디보다 잘할 것 같다”라고 극찬한 류현진이 이끄는 로테이션이다.
이 감독은 “선발, 중간, 마무리 모두 한화가 1위라고 생각한다. 류현진의 합류로 선발 4명이 돌아가고, 여기에 김민우까지 들어가면 5선발이 탄탄하다. 중간은 원래 강했는데 선발이 뒷받침되니 더욱 전력이 강해진 느낌이다. 불펜투수들도 모두 직구 구속이 150km가 넘는다. 지금 현재로서 눈에 확 들어오는 건 한화다”라고 독수리군단을 향한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친정 한화와 8년 총액 170억 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 이는 종전 KBO리그 다년계약 최고액이었던 두산 양의지의 4+2년 152억 원을 경신한 역대 국내 최고 대우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다 2022년 KBO리그로 돌아온 김광현의 4년 151억 원 계약 또한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로 37세가 된 류현진의 기량은 여전히 메이저리그급이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나 메이저리그에서 4~5선발은 충분히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풍부한 경험과 관록, 정교한 제구력이 강점이며, 국내로 돌아올 경우 한화에서 다시 한 번 KBO리그를 평정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한화가 류현진 한 명으로 단숨에 다크호스가 된 이유다.
동산고를 나온 류현진은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해부터 30경기(201⅔이닝) 18승 6패 평균자책점 2.23 204탈삼진의 압도적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을 달성했고, 리그 최초로 MVP·신인왕을 동시 석권했다. 이후 2012년까지 7년 동안 한화에서만 통산 190경기(1269이닝) 98승 52패 1세이브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2013년부터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186경기(1055⅓이닝) 78승 48패 1세이브 934탈삼진 평균자책점 3.27를 기록,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수준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특히 2019년 다저스 소속으로 29경기(182⅔이닝) 14승 5패 163탈삼진 평균자책점 2.32로 호투하며 생애 첫 올스타, 평균자책점 1위와 함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류현진은 지금 계획대로라면 정규시즌 개막전인 3월 23일 잠실 LG전에 이어 한화 홈 개막전인 29일 대전 KT전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KT를 데뷔 후 처음 만나게 되는 류현진은 “작년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강팀이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모르는 타자들도 많아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라며 역시 경계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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