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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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심. /사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로우 싱글A 바이세일리아 로하이드 팀 공식 SNS |
KBO리그에서 382개의 홈런을 터트렸던 '살아있는 레전드' 심정수(49)의 아들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깜짝 데뷔했다. 주인공은 바로 케빈 심(22·한국명 심종현). 2루타까지 터트리며 장타력을 뽐냈다.
케빈 심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그리고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텍사스 레인저스와 MLB 시범경기에 처음으로 출전, 2루타까지 터트리는 등 2타석 1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케빈 심은 팀이 1-5로 뒤지고 있던 8회초 1사 2, 3루 기회에서 대타로 타석에 섰다. 지명타자로 타석에 선 케빈 심은 텍사스 구원 투수 좌완 체이슨 슈레브를 상대로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리고 9회초 2사 2, 3루 기회. 애리조나가 4-7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케빈 심이 재차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텍사스 구원 투수 좌완 조나단 홀더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 인정 2루타를 작렬시키며 1타점을 추가했다. 그렇지만 후속타가 터지지는 않으며 득점에는 실패했다.
케빈 심은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루멘 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148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지명을 받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37만5000달러(약 4억9500만원)에 계약했다. 그가 아버지와 같은 거포로 성장할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아버지인 심정수는 동대문중-동대문상고를 졸업한 뒤 1994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1년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2005년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뒤 2008시즌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KBO 리그 통산 145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7(5050타수 1451안타) 328홈런 1029타점 859득점 43도루 777볼넷 1073삼진의 성적을 기록했다. 2002년엔 단 1개 차이로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홈런왕(이승엽 47개, 심정수 46개) 타이틀을 내주기도 했다. 2003년에는 커리어 하이인 53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결국 2007년 31홈런 101타점을 마크하며 생애 첫 홈런왕과 타점왕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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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절의 심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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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심(왼쪽)과 심정수. /사진=MLB.com |
이후 2008년 현역 은퇴를 선언한 뒤 이듬해인 2009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심정수는 슬하에 세 명의 아들이 두었는데, 그중 둘째 아들인 케빈 심이 미국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첫째 아들인 제이크 심(27·한국명 심종원)은 지난 2020년 9월 한국에서 열린 2021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 아웃에 참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제이크 심은 KBO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으나, 아버지와 같은 장타력을 뽐내며 많은 이목을 끌었다.
케빈 심은 샌디에이고 대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드래프트 지명 후 케빈 심을 조명하기도 했다. 5라운드에서 뽑힌 선수 중 주요 선수로 케빈 심을 꼽은 것. MLB.com은 케빈 심의 주목할 만한 기술로 "대학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또 케이프 코드 리그에서는 나무 방망이로 5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힘 있는 타격을 구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삼진을 자주 당하지는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또 '흥미로운 사실'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그의 아버지인 심정수는 '헤라클래스'라는 별명을 얻었던 KBO 리그의 스타였다. 그는 선수로 활약하는 동안 300개 이상의 홈런포를 터트렸다"면서 "케빈 심이 7살 때 한국에서 샌디에이고로 이민을 왔다"고 소개한 뒤 "케빈 심은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콤바인에서 하드 히트(약 153km 이상의 강력한 타구) 15개, 스위트 스폿에 맞힌 타구 16개, 하드 히트와 스위트 스폿에 맞힌 타구 총 31개를 기록,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쇼케이스 첫날에는 122m 이상의 안타를 4개 마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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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대학교가 케빈 심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 입성 사실을 전했다. /사진=샌디에이고 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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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대학교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의 지명을 받은 케빈 심을 축하했다. /사진=샌디에이고 대학교 공식 SNS |
케빈 심은 "아버지께서 나의 유소년 커리어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모든 시기를 함께했다. 아버지와 함께하며 야구를 배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에게 맞는 타격 자세를 찾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기술을 물려받았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아버지는 선수 시절 내내 늘 훌륭한 타자였다"고 이야기했다.
MLB.com은 "2009년 심정수는 가족과 함께 샌디에이고로 왔다. 심정수는 '한국에서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면 모든 시간을 야구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했다"면서 "아버지가 성을 'Shim(심)'으로 표기하는 것과 다르게, 첫째 아들인 제이크 심과 케빈 심, 그리고 막내아들인 에릭 심은 모두 성을 'Sim(심)'으로 적는다. 이는 아버지가 자녀의 여권 신청서를 작성할 때 실수로 'Sim'으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바꾸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그래서 'Sim'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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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심의 타격 모습. /사진=MLB.com |
이어 "케빈 심의 아버지 심정수는 어린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을 꿈꿨다. 1990년대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기 위해 새벽 3시경에 일어나기도 했다. 켄 그리피 주니어와 마크 맥과이어, 배리 본즈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들이었다. 그가 메이저리그와 가장 가까이 있었던 건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구단의 훈련 시설에서 스프링 트레이닝 경기에 나섰던 것이다. 지금 심정수는 아들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살아가고 있다"고 썼다. 심정수는 인터뷰에서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여있어 특별함을 느꼈다. 우리, 특히 나의 아이들은 문화적 차이에 익숙해지기 위한 과정을 겪었다"며 과거를 떠올리기도 했다.
MLB.com은 "케빈 심이 과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보며 한국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현재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한국인은 26명이다. 만약 케빈 심이 성공한다면, 그와 아버지 모두 한국인의 뿌리를 포용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아울러 고국으로 돌아가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장벽을 깨트리고 싶어 하는 모든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빈 심은 지난해 마이너리그 루키 리그와 싱글A 무대에서 총 33경기에 출장, 타율 0.288(36안타) 3홈런 21타점 19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77의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이너리그에서 캠프를 준비하다가 이날 전격적으로 빅리그 팀에 호출돼 기회를 받았다. 일단 올해에는 마이너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과연 언제쯤 빅리그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날이 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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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심. /사진=바이세일리아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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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심. /사진=바이세일리아 공식 SNS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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