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시범경기 단 한 차례 등판으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윌 크로우(30)가 KIA 타이거즈 팬들에게 벌써부터 부푼 꿈을 안겨주고 있다.
크로우는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4이닝 동안 40구를 던져 무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크로우의 호투 속에 KIA는 3-0 승리를 거뒀다.
크로우는 메이저리그(MLB)에서 선발로 풀타임 활약 경험도 있는 투수다. 큰 기대 속 KIA 유니폼을 입었고 스프링캠프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이날 시범경기 첫 등판에 나섰다.
더할 나위 없는 투구였다. 4이닝을 단 40구로 막았다. 단 한 명에게도 출루를 허용치 않는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두 가지 종료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크로우는 최고 시속 154㎞의 포심을16구, 152㎞의 투심을 9구 뿌렸다. 커터(평균 구속 142㎞)와 체인지업(평균 구속 138㎞)은 5구씩, 슬라이더(평균 구속 141㎞)는 3루, 커브(평균 구속 134㎞)는 2구를 뿌렸다. 40구 중 스트라이크 존으로 향한 건 70%에 가까운 27구에 달했다.
1회 정은원과 문현빈에게 강한 속구로 상대하며 2루수 땅볼, 1루수 땅볼로 잡아낸 크로우는 안치홍에게 3구 삼진을 기록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이번엔 결정구로는 슬라이더를 택했다.
2회에도 노시환을 2루 땅볼로 돌려세운 크로우는 임종찬과 이진영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각각 결정구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3회에도 강력한 속구를 바탕으로 하주석과 박상언을 땅볼 처리했고 최인호는 147㎞ 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4회에도 등판한 크로우는 정은원과 문현빈, 안치홍을 차례로 연속 1루수 땅볼, 유격수 땅볼로 맞춰 잡았다.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KIA와 계약을 한 크로우는 2017 MLB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됐던 유망주였다. 2020년 빅리그에 데뷔한 뒤 2021년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돼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2021년 성적은 26경기(25선발) 4승 8패 평균자책점(ERA) 5.48, 116⅔이닝 111탈삼진. 이후엔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통산 94경기(29선발) 10승 21패 ERA 5.30, 210⅔이닝 196탈삼진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선 통산 75경기(선발 59경기) 21승 16패 ERA 4.01, 321⅓이닝 274탈삼진으로 선발 투수로서 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1선발 기대감을 받은 크로우는 빠른 공이 주무기지만 이날 투구를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의 변화구도 뛰어나다는 걸 증명했다. 영입 당시 심재학 단장은 "크로우는 뛰어난 구위가 장점인 우완 투수로, 빠른 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가 위력적인 선수이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만큼 경험이 풍부해 구단 선발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고 구속이 벌써 154㎞나 찍혔다. 삼진을 잡아낸 공이 다양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가장 반가운 건 투구수다. 제구와 속구의 무브먼트 등을 바탕으로 한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나 가능한 결과다. 이날 잡아낸 12개의 아웃카운트 중 삼집으로 잡아낸 4개를 제외한 8개가 모두 땅볼이었다. 이닝이터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지난해 KIA에선 양현종이 171이닝으로 최다 이닝 소화 투수였다. 외국인 투수 도합 투구 이닝은 283이닝으로 2명이 풀시즌을 소화했다고 치더라도 150이닝을 넘지 못하는 수치였다.
그러나 이날 완벽한 투구를 펼친 크로우는 탈삼진 능력보다 더 반가운 땅볼 유도 능력으로 올 시즌 막강한 KIA 선발진을 이끌 투수로 팬들에게 커다란 설렘을 안겨주고 있다.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선발 투수였던 크로우는 구위와 제구 모두 좋은 모습이었다"며 "투구수가 적었는데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며 지금의 컨디션만 유지해준다면 한 시즌 동안 본인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경기 후 크로우는 "4이닝을 완벽하게 막은 걸 굉장히 좋게 생각한다. 또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도 굉장히 노력을 했다"며 "앞으로 시즌에 들어가서도 3이닝, 4이닝, 5이닝을 던지면서 자신의 메카닉과 감을 찾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회에 나만의 메카닉과 이런 게 계속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고 아직은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 경기를 치렀음에도 속구 최고 시속 154㎞를 찍었다. 100% 피칭을 펼쳤냐는 질문에는 "날씨가 조금 춥긴 했지만 그래도 가진 걸 다 해서 최선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총 40구, 이닝당 10구를 던진 셈이다. 더 오랜 이닝을 끌고 갈 수도 있었지만 이범호 감독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다른 투수들을 활용해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크로우는 "선발 투수로서 4이닝만 던진 건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완벽히 던져서 그래도 괜찮다"고 전했다.
아쉬운 투구수는 불펜 피칭으로 메웠다. "선발 등판을 마치고 나서도 불펜에 가서 15구 정도 더 던지면서 보완을 했다"는 크로우는 "선발 투수로서는 많은 공을 던지고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을 던진 뒤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하고 그런 것에 적응을 하고 리듬을 맞춰야 하는 것도 중요한데 오늘 그런 리듬을 맞출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던진 크로우에게 첫 경험한 한국의 마운드는 어땠을까. 경기에 앞서 마운드에 올라 직접 관찰을 하며 경기를 준비했던 크로우는 "마운드는 미국과는 조금 다르고 홈구장인 KIA챔피언스필드 마운드보다는 조금 더 낮다고 느꼈다"며 "마운드를 올라가 봤던 건 단지 마운드를 본 것뿐 아니라 경기장 전체 분위기 같은 걸 느껴보고 1시간 뒤에는 던져야 하기에 그런 것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구종에 대한 점검도 마쳤다. 크로우는 "오늘 던진 모든 구종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며 "커브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던지던 것보다는 조금 더 느리고 각이 큰 변화구이기 때문에 아직은 조금 더 연마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 중에서도 압도적인 땅볼 유도 능력을 보여준 투심 패스트볼에 대해선 정정을 했다. 그는 "아마 (투구 기록표상에는) 투심으로 적혔을 것 같은데 오늘 모든 땅볼에 대해서는 전부 싱커를 던져서 나왔던 것"이라며 "투심은 양쪽으로 수평적인 움직임이 있지만 내가 던진 싱커는 상하의 움직임도 있다. 그게 좀 다르다"고 전했다.
즉, 크로우의 말에 따르면 이날 최고 시속 152㎞의 역회전성으로 가라앉는 싱커를 구사했다는 뜻이다. 타자들의 타구가 먹혀서 내야를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KIA의 내야진과 환상의 궁합인 투수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KIA 내야는 지난해 90.25%로 KT 위즈(91.6%) 다음으로 높은 타구 처리율을 보여줬다. 병살 처리율도 46.5%로 SSG 랜더스(48.9%) 다음이었고 내야진 실책 수도 70개로 한화 이글스와 함께 최소 실책 리그 공동 2위였다.
통상 삼진이 많은 투수는 그에 비례해 투구수도 많아지기 마련인데, 이날 빼어난 탈삼진 능력을 뽐내면서도 더할 나위 없는 투구 효율을 보였다. 때에 따라서는 탈삼진을 잡아내고 맞춰 잡을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춰 특급 투수의 자질로 부족함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투구수가 적으면 야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도와 타선의 도움을 받을 확률도 커진다.
팬들도 크로우의 완벽한 투구에 감탄을 나타내고 있다. 크로우는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그렇게 더 강한 공을 던지는 게 목표"라며 "현재도 어깨를 비롯해 몸 상태가 다 좋은데 날씨가 30도를 넘어가면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올 시즌 새로 도입되는 로봇심판,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와 시범운영되는 피치클락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크로우는 "물론 그게 좋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야구는 옛날부터 심판들이 직접 콜을 내고 어떻게 보면 지금은 ABS를 통해 볼이 된 게 예전이라면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받을 수도 있었던 경우도 있고 한데 그런 점에서는 그래도 조금은 아쉽다고 한다"면서도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그게 야구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선 따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피치클락에 대해서도 더 호의적이었다. "피치클락에 대해선 우호적이다. 선수들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고 뜬공이든 땅볼이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KIA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양현종이 건재하고 영건 윤영철과 이의리 또한 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엔 외국인 투수들의 큰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올 시즌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제임스 네일도 주무기 스위퍼를 바탕으로 인상적인 투구로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크로우가 이날 같은 투구를 정규 시즌에도 이어간다면 KIA는 압도적인 타선의 힘과 함께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라는 기대를 현실화할 수 있다. 크로우의 이날 투구는 그러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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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
크로우는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4이닝 동안 40구를 던져 무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크로우의 호투 속에 KIA는 3-0 승리를 거뒀다.
크로우는 메이저리그(MLB)에서 선발로 풀타임 활약 경험도 있는 투수다. 큰 기대 속 KIA 유니폼을 입었고 스프링캠프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이날 시범경기 첫 등판에 나섰다.
더할 나위 없는 투구였다. 4이닝을 단 40구로 막았다. 단 한 명에게도 출루를 허용치 않는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두 가지 종료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크로우는 최고 시속 154㎞의 포심을16구, 152㎞의 투심을 9구 뿌렸다. 커터(평균 구속 142㎞)와 체인지업(평균 구속 138㎞)은 5구씩, 슬라이더(평균 구속 141㎞)는 3루, 커브(평균 구속 134㎞)는 2구를 뿌렸다. 40구 중 스트라이크 존으로 향한 건 70%에 가까운 27구에 달했다.
1회 정은원과 문현빈에게 강한 속구로 상대하며 2루수 땅볼, 1루수 땅볼로 잡아낸 크로우는 안치홍에게 3구 삼진을 기록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이번엔 결정구로는 슬라이더를 택했다.
2회에도 노시환을 2루 땅볼로 돌려세운 크로우는 임종찬과 이진영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각각 결정구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3회에도 강력한 속구를 바탕으로 하주석과 박상언을 땅볼 처리했고 최인호는 147㎞ 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 윌 크로우./AFPBBNews=뉴스1 |
올 시즌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윌 크로우. /사진=KIA 타이거즈 |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KIA와 계약을 한 크로우는 2017 MLB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됐던 유망주였다. 2020년 빅리그에 데뷔한 뒤 2021년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돼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2021년 성적은 26경기(25선발) 4승 8패 평균자책점(ERA) 5.48, 116⅔이닝 111탈삼진. 이후엔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통산 94경기(29선발) 10승 21패 ERA 5.30, 210⅔이닝 196탈삼진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선 통산 75경기(선발 59경기) 21승 16패 ERA 4.01, 321⅓이닝 274탈삼진으로 선발 투수로서 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1선발 기대감을 받은 크로우는 빠른 공이 주무기지만 이날 투구를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의 변화구도 뛰어나다는 걸 증명했다. 영입 당시 심재학 단장은 "크로우는 뛰어난 구위가 장점인 우완 투수로, 빠른 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가 위력적인 선수이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만큼 경험이 풍부해 구단 선발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고 구속이 벌써 154㎞나 찍혔다. 삼진을 잡아낸 공이 다양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가장 반가운 건 투구수다. 제구와 속구의 무브먼트 등을 바탕으로 한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나 가능한 결과다. 이날 잡아낸 12개의 아웃카운트 중 삼집으로 잡아낸 4개를 제외한 8개가 모두 땅볼이었다. 이닝이터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투구를 펼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왼쪽)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제임스 네일에게 격려를 받고 있다. |
그러나 이날 완벽한 투구를 펼친 크로우는 탈삼진 능력보다 더 반가운 땅볼 유도 능력으로 올 시즌 막강한 KIA 선발진을 이끌 투수로 팬들에게 커다란 설렘을 안겨주고 있다.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선발 투수였던 크로우는 구위와 제구 모두 좋은 모습이었다"며 "투구수가 적었는데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며 지금의 컨디션만 유지해준다면 한 시즌 동안 본인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경기 후 크로우는 "4이닝을 완벽하게 막은 걸 굉장히 좋게 생각한다. 또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도 굉장히 노력을 했다"며 "앞으로 시즌에 들어가서도 3이닝, 4이닝, 5이닝을 던지면서 자신의 메카닉과 감을 찾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회에 나만의 메카닉과 이런 게 계속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고 아직은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 경기를 치렀음에도 속구 최고 시속 154㎞를 찍었다. 100% 피칭을 펼쳤냐는 질문에는 "날씨가 조금 춥긴 했지만 그래도 가진 걸 다 해서 최선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총 40구, 이닝당 10구를 던진 셈이다. 더 오랜 이닝을 끌고 갈 수도 있었지만 이범호 감독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다른 투수들을 활용해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크로우는 "선발 투수로서 4이닝만 던진 건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완벽히 던져서 그래도 괜찮다"고 전했다.
아쉬운 투구수는 불펜 피칭으로 메웠다. "선발 등판을 마치고 나서도 불펜에 가서 15구 정도 더 던지면서 보완을 했다"는 크로우는 "선발 투수로서는 많은 공을 던지고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을 던진 뒤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하고 그런 것에 적응을 하고 리듬을 맞춰야 하는 것도 중요한데 오늘 그런 리듬을 맞출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위)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1회말 안치홍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야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던진 크로우에게 첫 경험한 한국의 마운드는 어땠을까. 경기에 앞서 마운드에 올라 직접 관찰을 하며 경기를 준비했던 크로우는 "마운드는 미국과는 조금 다르고 홈구장인 KIA챔피언스필드 마운드보다는 조금 더 낮다고 느꼈다"며 "마운드를 올라가 봤던 건 단지 마운드를 본 것뿐 아니라 경기장 전체 분위기 같은 걸 느껴보고 1시간 뒤에는 던져야 하기에 그런 것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구종에 대한 점검도 마쳤다. 크로우는 "오늘 던진 모든 구종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며 "커브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던지던 것보다는 조금 더 느리고 각이 큰 변화구이기 때문에 아직은 조금 더 연마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 중에서도 압도적인 땅볼 유도 능력을 보여준 투심 패스트볼에 대해선 정정을 했다. 그는 "아마 (투구 기록표상에는) 투심으로 적혔을 것 같은데 오늘 모든 땅볼에 대해서는 전부 싱커를 던져서 나왔던 것"이라며 "투심은 양쪽으로 수평적인 움직임이 있지만 내가 던진 싱커는 상하의 움직임도 있다. 그게 좀 다르다"고 전했다.
즉, 크로우의 말에 따르면 이날 최고 시속 152㎞의 역회전성으로 가라앉는 싱커를 구사했다는 뜻이다. 타자들의 타구가 먹혀서 내야를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KIA의 내야진과 환상의 궁합인 투수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KIA 내야는 지난해 90.25%로 KT 위즈(91.6%) 다음으로 높은 타구 처리율을 보여줬다. 병살 처리율도 46.5%로 SSG 랜더스(48.9%) 다음이었고 내야진 실책 수도 70개로 한화 이글스와 함께 최소 실책 리그 공동 2위였다.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오른쪽)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나성범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야수들의 호수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
팬들도 크로우의 완벽한 투구에 감탄을 나타내고 있다. 크로우는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그렇게 더 강한 공을 던지는 게 목표"라며 "현재도 어깨를 비롯해 몸 상태가 다 좋은데 날씨가 30도를 넘어가면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올 시즌 새로 도입되는 로봇심판,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와 시범운영되는 피치클락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크로우는 "물론 그게 좋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야구는 옛날부터 심판들이 직접 콜을 내고 어떻게 보면 지금은 ABS를 통해 볼이 된 게 예전이라면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받을 수도 있었던 경우도 있고 한데 그런 점에서는 그래도 조금은 아쉽다고 한다"면서도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그게 야구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선 따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피치클락에 대해서도 더 호의적이었다. "피치클락에 대해선 우호적이다. 선수들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고 뜬공이든 땅볼이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KIA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양현종이 건재하고 영건 윤영철과 이의리 또한 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엔 외국인 투수들의 큰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올 시즌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제임스 네일도 주무기 스위퍼를 바탕으로 인상적인 투구로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크로우가 이날 같은 투구를 정규 시즌에도 이어간다면 KIA는 압도적인 타선의 힘과 함께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라는 기대를 현실화할 수 있다. 크로우의 이날 투구는 그러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투구를 펼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투구를 펼치고 있다. |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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