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척, 이후광 기자] 타선이 무려 15점을 뽑아도 불안했다. 올라오는 투수마다 족족 난타를 당하며 9-2였던 스코어가 15-11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서울시리즈 엔트리에서 탈락한 고우석(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조만간 기회가 찾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지난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의 2차전에서 15-11로 승리하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펼쳐진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에서 1승 1패를 거뒀다.
1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한 샌디에이고는 2차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 나선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만나 1회에만 대거 5득점했다. 선두 잰더 보가츠의 좌전안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사구로 맞이한 기회에서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2타점 3루타, 김하성이 희생플라이, 루이스 캄푸사노와 타일러 웨이드가 연달아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야마모토에게 빅리그의 높은 벽을 제대로 실감케 했다.
샌디에이고 선발 조 머스그로브 또한 1회와 2회 각각 1실점했지만 타선이 3회 1사 만루에서 보가츠의 2타점 적시타, 3루수 맥스 먼시의 실책, 크로넨워스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다시 4득점 빅이닝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 9-2까지 리드를 벌린 샌디에이고였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던 찰나 고우석이 포함되지 못한 파드리스 불펜진이 난조에 난조를 거듭했다. 3회 선발 머스그로브가 강판된 가운데 톰 코스브로브가 ⅓이닝 2피안타 1실점, 마이클 킹이 3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3실점으로 연달아 흔들렸다. 이후 12-9로 앞선 8회 스티븐 콜렉과 마무리 로버트 수아레즈마저 고전하며 12-11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다행히 9회 매니 마차도의 쐐기 스리런포가 터지며 최종 4점차 승리를 거뒀지만 9-2에서 15-11로 향하는 과정에서 불펜진이 수많은 약점을 노출했다. 타선이 15점을 뽑아도 끝까지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샌디에이고 마무리 후보로 꼽혔던 고우석은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12.46 부진에 이어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 이재원(LG) 상대 투런포를 맞으며 개막 2연전 로스터 입성에 실패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20일 “고우석을 마이너리그 트리플A 엘파소 치와와스로 보낸다”라고 발표했다. 고국에 온 고우석은 그라운드가 아닌 더그아웃에서 개막 2연전을 씁쓸하게 지켜본 뒤 선수단과 함께 샌디에이고로 떠났다.
그러나 전날의 불펜진이라면 고우석에게도 조만간 기회가 찾아올 듯하다. 마무리 수아레즈를 비롯해 고우석과 마찬가지로 빅리그 데뷔 시즌을 맞이한 마쓰이 유키, 콜렉 등 필승조 요원들이 상수보다는 변수에 가까운 상황이다. 한때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군림했던 고우석이 넘지 못할 산이 아니라는 게 개막 2연전을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 샌디에이고 또한 불펜진 보강이 필요했기에 큰 돈을 들여 고우석을 영입했다.
고우석은 마이너리그 조정 기간을 통해 미국 무대를 조금 더 익힌 뒤 꿈의 빅리그 무대에 데뷔할 전망이다. 샌디에이고 마이크 실트 감독은 “고우석은 상대적으로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개선할 점이 있다”라며 “시즌 개막을 메이저리그에서 못하지만 이번 시즌 중 분명히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투구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최선으로 끌어올린다면 경기장에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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