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과연 오타니 쇼헤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일까. 오타니와 그의 분신과도 같았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사실에 미국과 일본이 모두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오타니의 처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EPSN은 지난 21일(한국시간) “오타니 쇼헤이의 오랜 친구이자 통역을 맡고 있는 미즈하라 잇페이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송금된 최소 450만 달러(약 60억원)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다저스로부터 해고됐다”라고 전했다.
EPSN은 “이번 사태는 연방 수사관들이 남부 캘리포니아 도박업체를 운영하는 매튜 보이어를 조사하던 도중 발생했다. 오타니의 계좌에서 보이어의 동료들에게 거액의 금액이 송금된 사실이 포착됐다. 미즈하라를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은 오타니가 도박을 한 것은 아니며 미즈하라의 도박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가 송금을 해줬다고 말했다”라고 사태의 전말을 설명했다. 은행 기록과 취재에 의하면 오타니의 이름으로 보이어 측에게 2건, 총 100만 달러(약 13억원)의 송금이 이뤄졌다.
EPSN은 미즈하라가 남부 캘리포니아 도박업체에 큰 도박 빚을 졌다고 지적했다. 오타니의 대변인은 미즈하라와 EPSN과 인터뷰를 주선했고 약 90분 가량 인터뷰가 진행됐다.
미즈하라는 EPSN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드래프트킹스를 통해 스포츠 배팅을 했으며 이 때문에 보이어의 업체도 합법적인 업체라고 믿었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도박빚이 450만 달러까지 늘어나 오타니에게 빚을 갚아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오타니는 분명 부탁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오타니가 배팅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 알아주길 바란다. 나는 이것이 불법인지 몰랐고 다시는 스포츠 배팅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
타니가 미즈하라에게 돈을 주지 않고 직접 보이어에게 송금한 이유에 대해서는 오타니가 돈 문제에 있어서 자신을 신뢰하지 않았다며 “그는 내가 (그 돈으로) 도박을 하지 않기를 원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EPSN이 보도를 준비하는 사이, 미즈하라는 말을 바꿔 “오타니는 자신의 도박빚에 대해 전혀 몰랐고 자신을 대신해서 거액의 돈을 이체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EPSN의 취재에 따르면 미즈하라가 도박에 빠진 것은 2021년부터다. 당시 미즈하라는 포커게임을 하다가 도박 업자 보이어를 만났다. 이 과정에서 야구가 아닌 해외축구 경기와 다른 스포츠 경기들에 배팅을 했다. 보이어는 누가 송금을 해줬는지 알고 있었지만 빚을 갚는다면 신경쓰지 않았다. 대신 도박업체를 선전하기 위해 사람들이 오타니도 보이어의 업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믿도록 만들었다.
“스포츠배팅은 약 40여개 주에서 합법이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여전히 불법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처벌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일단 오타니의 이름으로 계좌에 돈이 입금된 사실이 있기에 오타니를 직간접적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LA타임즈’는 ‘상황에 따라 불법 마권업자에게 자금을 이체하는 것은 불법 기업을 지원하거나 송금 사기 혹은 돈세탁에 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말한다’라면서 ‘오타니 측이 미즈하라를 비판하는 것처럼 수백만 달러를 훔치는 것은 분명한 범죄’라고 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도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진술이 번복됐다. 그리고 오타니 변호인 측이 곧장 대규모 절도 행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빚을 알고 있었고 송금에 관여했다면 처벌 당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LA타임즈’는 도박 법학자인 넬슨 로즈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로즈 교수는 “불법 도박이라는 것을 알면서 빚을 갚았다면 연방법에 의해 상당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불법 도박 업자가 빚을 모으는 것을 도운 경우, 사실상 도박 사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연방법이 있다. 그가 단지 친구를 돕기 위해 송금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마권업자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라면서 오타니의 처벌 가능성을 제기했다.
메이저리그는 도박에 상당히 엄격하다. 과거 블랙삭스 스캔들과 레전드 선수인 피트 로즈의 사태에서 배운 교훈이다. 자신과 관련된 경기에 베팅하는 선수나 심판, 코칭스태프는 영구제명을 당하고 자신과 관련 없는 경기에 돈을 걸면 1년 자격 정지, 불법 도박을 운영하는 등 연관이 되어 있을 경우 1년 간 자격이 정지된다.
오타니와 미즈하라는 지난 17~21일까지 진행된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 동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와의 개막전 1차전이 끝나고 미즈하라의 도박 소식이 보도되기 직전, 다저스 구단에서 해고됐다.
2013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크리스 마틴의 통역사로 일하게 되면서 오타니와 인연을 맺은 미즈하라는 2018년 오타니가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자 통역으로 고용됐다. 이후 사실상 오타니의 개인 매니저로 함께 붙어다니면서 오타니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의지했던 인물이었고 지금의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하지만 불법 도박에 손을 대면서 오타니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여기에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향후 사태 추이, 조사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