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소공동, 이상학 기자] 23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리는 2024시즌 프로야구 개막전 최고 빅매치는 ‘괴물 투수’ 류현진이 돌아온 한화 이글스와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의 맞대결이다. 괴물 투수의 KBO리그 복귀전이 전년도 우승팀 상대라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지난 22일 롯데호텔 서울 소공동에서 개최된 2024 신한 SOL Bank 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도 류현진의 존재감은 그 이름만으로도 강렬하고 묵직했다. 개막전 선발 준비를 위해 류현진은 이날 행사장에 오지도 않았는데 미디어데이 내내 그의 이름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개막전 선발투수는 다른 팀에 없는 류현진 선수”라고 소개하면서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MLB 월드투어 스페셜게임을 앞두고 LA 다저스 개막전 선발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이야기를 하다 “두유노 현진류”라고 물어본 4번타자 노시환도 “우리는 류현진 선배님 보유 팀이니까, 자랑거리로 말해본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1년간 활약한 류현진과 같은 팀이라는 것 자체가 한화 선수들에겐 굉장한 자부심이 되고 있다. 올해 한화 주장 완장을 찬 채은성은 미디어데이에서 시즌 공약으로 “5강에 못 들면 고참들이 12월에 태안 앞바다에 가서 입수하기로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는데 이 역시 류현진 아이디어였다.
미디어데이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채은성은 “현진이형이 먼저 꺼낸 이야기다. ‘왜 항상 공약은 성공했을 때만 있는거냐’고 해서 실패했을 때도 생각했다. 고참들끼리 (태안 앞바다에 입수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올 시즌을 맞이하는 류현진과 한화 선수단의 결연한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류현진에 맞서는 개막전 상대 LG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지난해 29년 만에 통합 우승으로 정상에 오른 LG는 새로운 외국인 좌완 투수 디트릭 엔스를 선발로 내세워 맞불을 놓는다. 커리어로만 보면 류현진이 엔스를 압도하지만 야구는 개인이 아닌 팀 대 팀 싸움이다. 그렇게 보면 LG가 한화에 밀릴 이유가 없다.
LG 주장 오지환은 “현진이형은 존경하는 형이고, 대단한 투수이지만 팀 대 팀으로 만나는 것이다. 내일부터 시즌 개막전이고, 모든 경기를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현진이형을 공략해야 팀이 이길 수 있다. 형한테 안타를 쳐서 팀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이겠다”고 필승 의지를 보였다.
오지환은 지난 2010~2012년 메이저리그 진출 전 류현진과 총 16차례 맞붙어 15타수 2안타 타율 1할3푼3리 1볼넷 6삼진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그때는 오지환도 지금처럼 완성형 선수가 아니었다. MLB 스페셜게임에서 2022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2위 투수 딜런 시즈(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홈런을 터뜨린 오지환도 자신감이 붙었다. 12년 만에 맞붙는 류현진과의 대결은 또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
입담이 좋기로 소문난 LG 토종 에이스 임찬규도 거들었다. 최원호 감독의 ‘다른 팀에 없는 류현진’이라는 말에 빗대 “엔스도 다른 팀에 없는 선수이고, 나도 다른 팀에 없는 선수다. 각자 다른 팀에 없는 선수들끼리 붙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응수했다.
이어 임찬규는 “현진이형이 KBO리그와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우리 팀도 대한민국 최고 타선이기 때문에 열심히 붙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임찬규 말대로 지난해 LG는 팀 타율(.279), 출루율(.361), 장타율(.394), OPS(.755) 모두 리그 전체 1위로 올해도 박해민(중견수), 홍창기(우익수), 김현수(지명타자), 오스틴 딘(1루수), 오지환(유격수), 문보경(3루수), 박동원(포수), 문성주(좌익수), 신민재(2루수)로 이어지는 막강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까지 LG전 통산 35경기(259이닝) 22승8패 평균자책점 2.36으로 3번의 완봉승과 완투 9번까지 절대 강세를 보인 류현진이 12년 만의 복귀전에서도 ‘LG 킬러’ 면모를 이어갈지, 아니면 LG가 천적 관계를 극복해낼지. 잠실 개막전 빅매치에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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