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건 없었다…김태형이 5개월간 눈여겨 본 재목들, 개막 엔트리 이유 증명했다
입력 : 2024.03.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 DB[OSEN=지형준 기자] 22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 미디어데이가 열렸다.롯데 김태형 감독과 전준우, 김원중이이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 2024.03.22 /jpnews@osen.co.kr[OSEN=조형래 기자] 당연한 것은 없었다. 김태형 감독의 롯데 자이언츠 첫 시즌. 개막 엔트리부터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프로야구 롯데는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SSG 랜더스와 개막전을 치른다. ‘김태형호’의 첫 출항이다. 

지난해 10월 말 부임한 뒤 5개월 간 팀의 옥석을 가렸다. 공격적인 마음가짐으로 상대의 기를 제압하고 경기를 주도해야 한다는 컬러를 선수단에 불어넣었다. 두산 베어스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태형 감독의 카리스마는 조용히 선수단에 스며들었다. 선수들은 무언의 카리스마를 인지한 채 긴장감 있고 밀도 있는 훈련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김태형 감독이 두산 감독 시절 봐왔던 선수들과 또 지난해 1년 간 방송 해설위원으로 지내면서 지켜본 선수들의 인식과 인상들을 롯데 선수단의 수장으로 동기화 하는 과정을 거쳤다. 선수들을 새롭게 지켜보는 것은 당연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눈여겨 본 자원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1군 엔트리에 깜짝 승선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1군 개막 엔트리가 당연할 것으로 여겨진 선수들이 개막 엔트리에서 빠지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의 결단력을 개막 엔트리부터 보여준 셈이다. ‘당연한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롯데 한현희 /OSEN DB롯데 박진형 /OSEN DB

투수(12명) - 윌커슨 반즈 박세웅 김상수 최준용 구승민 김원중 최이준 박진 우강훈 전미르(신인) 임준섭(좌완)

투수진의 이변이 가장 눈에 띈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투수진 고민이 깊었다. 외부에서 지켜봤고 또 내부에서 살펴본 결과 투수진은 어느 팀과 견줘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누구를 빼야할지 고민이다”라는 게 김태형 감독의 기본적인 생각들이었다. 기존 전력에 마무리캠프에서 눈여겨 본 투수들을 스프링캠프에 데려갔고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함께했다. 캠프나 시범경기 도중 2군으로 내리지 않았고 특별한 결원이 생기지 않는 이상 충원은 없었다. 시범경기 막판 최준용이 MLB 월드투어를 위해 자리를 비우자 올해 2라운더 신인 정현수를 올린 것 외에는 투수진에 변동이 없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누적된 데이터들과 경기 중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빼야할지, 최종 엔트리를 고심했다.

애런 윌커슨과 찰리 반즈, 박세웅까지 3선발은 이견이 없다. 사생활 논란이 있었지만 나균안이 4선발 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확실시된다. 개막시리즈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5선발도 이인복과 한현희의 경쟁 구도가 펼쳐졌지만 이인복이 사실상 5선발을 낙점받은 분위기다. 지난 16일 한화전 2⅓이닝 9피안타(1피홈런) 1사구 1탈삼진 5실점으로 난타를 당했지만 이인복에 대한 믿음은 쉽게 거두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한현희가 선발 경쟁에서 탈락하는 모양새. 하지만 한현희의 자리는 불펜에도 없었다. 한현희는 시범경기 초반이던 지난 10일 SSG전(2⅔이닝 3실점) 이후 등판이 없었다. 구원 투수 경험도 풍부하기에 불펜에서 활용할 법도 했지만 한현희 대신 다른 이름들이 자리를 채웠다.

좌완 불펜 자원도 최소 2명 정도는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임준섭 홀로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김진욱과 진해수는 모두 합격점을 받지 못하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아울러 김태형 감독이 일찌감치 꼽았던 5명의 필승조 투수들 가운데 한 명이었던 박진형도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 감독은 마무리 김원중 셋업맨 구승민 김상수 최준용 그리고 박진형까지를 필승조 자원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구속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눈에 띄는 다른 투수들의 등장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빠져야만 했다. 롯데 최이준 /OSEN DB롯데 전미르 /OSEN DB

개막 엔트리에 깜짝 승선한 투수들 모두 김태형 감독이 눈여겨보고 시범경기에서 증명한 투수들이다. 파이어볼러 최이준은 올해 스프링캠프 MVP였다. 2020년 말, KT에서 트레이드되어 합류한 뒤 강속구는 확실하게 보여줬지만 제구 불안과 부상 등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캠프를 완주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시범경기 5경기 5⅔이닝 5피안타 3볼넷 2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3.18의 기록을 남겼다. 탄착군이 일정하게으로 잡혔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제구도 어느 정도 정교하게 이뤄졌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꾸준한 페이스를 보여준 결과다.

전미르는 올해 롯데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신인. 지난해 입단과 동시에 투타겸업을 시도하는 등 투타 모두 재능을 갖춘 선수로 불렸지만 김태형 감독과 구단 모두 투수로서 재능을 더 높게 봤다. 투수로는 이미 완성형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40km 중후반대의 묵직한 구위와 변화구 구사 능력, 마운드 위에서의 배포와 경기 운영 등 모든 지점에서 김태형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전미르의 개막 엔트리 승선은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우강훈은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1군 엔트리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김태형 감독도 손을 내밀었다. 한현희와 비슷한 우완 사이드암 계열로 강속구를 던지는 자원이다. 지난 16~17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마운드가 모두 난타 당하는 가운데서도 2경기 3이닝 1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기회는 한정적이었지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9년 입단한 박진은 신인 시즌 이후 5년 만의 스프링캠프 참가했고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는 감격을 누렸다. 우완 정통파 자원으로 군 복무 이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지난해에서야 1군에 데뷔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5경기에서 4⅔이닝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1.93의 기록으로 개막 엔트리 승선 자격을 증명했다. 

롯데 우강훈 /OSEN DB롯데 박진 /OSEN DB

포수(3명) - 유강남 강태율 정보근

포수 자리도 이변이 일어났다. 주전 유강남은 굳건하지만 백업 포수가 관건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강태율 손성빈 서동욱이 경쟁했다. 서동욱의 경쟁력이 다른 포수들보다는 떨어졌다. 그 사이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오른손 엄지 손가락 골절상을 당한 정보근이 빠르게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개막 엔트리까지 승선했다. 당초 5월을 복귀 시점으로 보고 있었지만 한 달 반 가량 복귀 시점을 당겼다.

그리고 지난해 많은 기회를 받았고 MLB 월드투어 스페셜매치의 팀 코리아의 포수로도 뽑힌 손성빈이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 손성빈의 잠재력도 높이 샀지만 캠프 기간 동안 강태율의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칭찬했던 김태형 감독은 강태율에게 먼저 개막 엔트리의 기회를 줬다.롯데 강태율 /OSEN DB롯데 손성빈 /OSEN DB

내야수(9명) - 나승엽 정훈 김민성 최항 오선진 박승욱 노진혁 고승민 이주찬

내야진의 경우 베테랑 이학주가 빠지고 이주찬이 깜짝 승선했다. 이학주를 유격수와 3루수 자원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내야진 대다수가 좌타자라는 점. 노진혁 박승욱 최항 등 내야진에 좌타자들이 많았다. 정훈과 나승엽은 1루 자원. 주전 3루수를 맡아야 했던 한동희는 내복사근 부상으로 두 달 가량 결장한다. 결국 센터라인과 3루 자원 중 우타 내야수는 김민성 한 명뿐이었다. 좌타 내야진 중 한 명이 빠져야 했고 이학주가 대상이 됐다. 수비에서는 박승욱, 타격에서는 최항이라는 경쟁자를 넘어야 했다.

대신 우타자인 이주찬이 선택을 받았다. 이주찬은 키움 히어로즈의 재능인 이주형의 친형으로 수비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내야수다. 지난해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근육량을 늘렸고 힘이 붙으면서 타격에도 자신감을 얻었다. 이 점을 김태형 감독은 주목했고 스프링캠프에서도 기회를 줬다. 시범경기 출장은 3경기 뿐이었지만 우타자와 수비력 강화라는 점에서 이주찬이 선택을 받았다. 롯데 이학주 /OSEN DB롯데 이주찬 /OSEN DB

외야수(4명) - 전준우 윤동희 레이예스 황성빈 

외야진은 4명 뿐이지만 내야수로 분류된 고승민이 외야수로 뛴다. 김민석의 내복사근 부상으로 고승민이 기회를 잡았고 시범경기 4할 맹타를 휘둘렀다. 윤동희와 레이예스 모두 상수다. 대주자 및 대수비 자원으로 황성빈이 선택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짧은 시간 팀의 밸런스와 그동안 보여준 실력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기존의 구상들이 있었지만 그 구상들을 유연하게 바꿨고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기회를 주려고 했다. 김태형 감독과 함께하는 롯데의 28인 개막 엔트리는 편견과 이름값을 내려두고 뽑힌 최후의 일원들이다.OSEN DB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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