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조형래 기자]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NC 강인권 감독은 1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지난 14일 벌어진 ABS(자동볼판정시스템) 오심과 은폐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NC는 지난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5-12로 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NC는 억울한 상황과 마주했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수비 때 발생했다. NC는 2사 후 김지찬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고 이재현 타석 때 1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2구째에 2루 도루를 허용했다. 첫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비디오판독을 통해 세이프로 번복됐다.
도루 판정은 정상적으로 번복이 됐기에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2구째 판정이었다. 문승훈 주심은 이때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5구째를 던진 뒤 강인권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서 2구째 판정에 대해 항의를 했다.
구단별로 지급되는 ABS 판정을 확인할 수 있는 태블릿에는 2구째 공이 스트라이크로 찍혀 있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지 않았기에 이를 확인하고 항의했던 것. 2구째 스트라이크라면 3볼 2스트라이크가 아니라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삼진 판정이 나와야 했다.
그러나 하지만 강인권 감독의 어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심판조의 조장인 이민호 심판위원은 “김지찬 선수가 도루를 할 때 투구한 공이 심판에게 음성 전달될 때는 볼로 전달이 됐다. 그렇지만 ABS 모니터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 판정이 됐다. NC 측에서 그걸 어필했지만 규정 상 그 투구가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을 해서 정정이 돼야 한다. 어필 시효가 지나서 카운트대로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4심 합의 과정에서 심판진의 대화 내용이 중계방송 마이크를 타고 흘러 들어왔다. 이민호 심판은 문승훈 주심을 향해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말했다. 심판진의 오심을 기계의 오류로 돌리려고 했던 것.
결국 이 오심과 은폐의 결과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이재현에게 던진 2구가 스트라이크로 정상적으로 판정됐으면 삼진으로 이닝이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가 볼로 둔갑하면서 이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2사 1,2루에서 구자욱에게 적시 2루타, 맥키넌에게 적시타를 연달아 얻어 맞고 1-3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4회초 김성욱의 솔로포로 1점을 추격했지만 4회말 이성규에게 솔로포, 김재상에게 투런포를 연달아 얻어 맞으면서 2-6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NC는 심판 판정 하나에 주도권을 뺏기며 경기를 내줘야 했다.
강인권 감독은 16일 경기를 앞두고 “지금 인사위원회도 열리고 있고, 지금 과정 속에 있는 부분들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라면서도 “다만,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미연에 방지를 할 수 있는 상황들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많이 안타깝다”라며 사건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저희들이 시범경기에서 ABS 판정이 태블릿PC로 전송되는 시간에 대해서 항상 문제 제기를 했었다. KBO에서도 분명히 인식하고 계셨다. 시즌이 시작되면 분명히 개선될 것이라고 말씀을 주셨지만 그런 부분이 일찍 개선되지 못한 게 안타깝다”라고 담담하게 입장을 이어나갔다.
KBO는 대구 사건이 발생한 뒤 지난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하고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금일 부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KBO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KBO는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
KBO의 ‘사후약방문’식 조치에 대해 강 감독은 “음성 수신기를 도입한다고 했는데 그런 것을 조금 더 일찍 해주셨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라면서 “누구의 잘잘못이 있다기 보다는 그런 상황을 안 만들었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인권 감독이 항의를 위해 덕아웃을 박차고 나갔던 시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일단 육안으로 스트라이크라고 인지를 하고 생각을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태블릿PC로 확인하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졌다. 무감각해진 이유가 2구나 3구 뒤에 공이 전성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관심있게 지켜보다가 무감각해진 것이 사실이다”라며 “또 계속 투수의 공을 확인할 부분들도 분명히 있었다. 제가 꼼곰하게 체크하지 못한 부분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광판 볼카운트를 봤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카운트가 되어 있어서 태블릿PC를 그때 확인했고 심판진에게 정정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수 있겠다 생각해서 어필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볼카운트 혼선 상황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대처가 아쉬웠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강 감독은 “심판과 기록원 간의 소통이 잘 안돼서 카운트가 다를 때 어필을 해서 정정되는 부분들이 과거에도 많지는 않았지만 가끔 있었다. 그래서 그 부분들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라면서 “결국 선발이었던 (이)재학이도 당시 컨디션이 흔들렸고 제가 어필이 길어지면서 리듬을 깬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재학이한테도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NC는 14일 해당 사건과 영상을 확인한 뒤 구단 운영팀장을 통해 KBO에 유선상으로 강력히 항의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해당 상황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KBO 측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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