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길준영 기자] “투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것은 없다. 승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어제는 깔끔하게 졌다. 우리 팀에서 제일 구위가 좋은 투수가 홈런을 맞았고 상대 팀에서 제일 잘치는 타자가 홈런을 쳤다. 승부를 하는 것이 맞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KIA는 지난 16일 SSG에 4-6 끝내기 패배를 당해 6연승을 마감했다. 9회말 2사까지 4-3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최정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허용했고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안타에 이어서 한유섬에게 끝내기 투런홈런을 맞아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정해영은 최정을 상대로 3볼을 던지면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운데 직구를 연달아 꽂아넣었다. 하지만 5구째 시속 147km 직구가 최정의 스윙에 제대로 걸리면서 홈런이 되고 말았다. 최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는 볼넷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3볼에서 스트라이크를 너무 과감하게 들어오더라. ‘그래 팀의 마무리투수를 하려면 이정도는 돼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냥 빠른 볼로 무조건 승부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그냥 에이 몰라 하면서 돌렸는데 맞았고 담장을 넘어갔다. 타격을 한 순간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홈런 상황을 돌아봤다.
이범호 감독은 “모든 것이 결과론이다. 거기서 (최)정이에게 볼넷을 주고 에레디아에게 맞았다면 솔로홈런을 맞아야지 왜 투런홈런을 맞았냐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우리 팀에서 가장 센 투수라면 승부를 할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홈런을 맞았지만 (정)해영이도 자존심면에서 당당한 승부였을거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것도 있을텐데 우리 팀 마무리투수에게는 더 긍정적이라고 본다. 경기를 졌기 때문에 팬분들께는 아쉬운 경기일 수 있지만 모든 면에서 선수들이 딱딱딱 맞아 들어가면서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마무리투수가 나가서 맞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정해영이 당당하게 승부를 한 것을 오히려 높게 평가했다.
최정은 지난 경기에서 통산 467호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두산 이승엽 감독이 현역시절 기록한 467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제 홈런 하나를 더 추가하면 이승엽 감독을 넘어 KBO리그 역대 최다홈런 신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최정을 상대하는 투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기록이 걸려있는 상황이다.
이범호 감독은 “투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것은 없다. 승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젠가는 홈런을 칠텐데 우리 팀을 상대로 홈런이 나온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우리 투수들이 승부를 해서 최정 선수를 잘 막으면 우리가 또 경기를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 선수들도 더 큰 용기나 힘이 생길 수 있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붙어서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당당하게 승부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해영에 대해 이범호 감독은 “힘이 떨어져서 홈런을 맞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정도의 마음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매번 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붙어서 이길 때는 이기고 질 때는 지는 것이다. 어제 모든 선수들이 노력을 했고 고생을 해서 경기를 했다. 마지막에 해영이가 붙어서 홈런을 맞은 것에 대해서는 선수들도 모두 납득을 할 것이다. 오늘도 선수들은 분위기나 다른 모든 면에서 처지지 않고 좋은 경기를 해줄 것이다”라며 굳건한 믿음을 보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