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KBO 리그에서는 3볼 타격 때문에 시끄러웠다. 병살타가 되면서, 만루 기회를 날렸다. 연패 팀이라서 문제가 더 심각했다. 감독은 엄하게 문책했다. 80억 원 FA 포수에게 2군행을 지시했다.
다저스에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도마 위에 오른 타자는 오타니 쇼헤이다.
17일(한국시간) 내셔널스와 홈 경기를 마친 뒤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무척 어두운 표정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무겁게 입을 연다.
“쇼헤이는 무척 적극적인 타자”라고 전제한 뒤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는 평소보다 더 그렇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금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몇 개 더 투구를 지켜본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말을 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누가 보면 진 줄 알겠다. 이날 경기는 다저스의 낙승이었다. 스코어도 6-2로 넉넉했다. 무키 베츠는 5타수 5안타로 펄펄 날았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딱 하나. 오타니가 못마땅하다는 얘기다.
누가 뭐래도 ML 최고의 선수다. 만장일치 MVP를 두 번이나 차지한 타자다. 올해도 나쁘지 않다. 이적 첫 해, 주변에는 시끄러운 일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성적을 올린다. 타율 0.341에 홈런도 4개를 쳤다. 이날도 멀티 히트(5타수 2안타) 게임이었다.
그런데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트린다. 도대체 뭐가 그리 못마땅한가.
내용을 보면 그럴 만하다. 안타를 못 친 나머지 3타석이 문제다. 모두 득점권 찬스였다. 1사 2, 3루(2회), 2사 1, 3루(4회), 무사 2루(7회)가 그 앞에 있었다. 하나만 쳐줬어도 게임은 훨씬 쉽게 풀렸다.
그런데 꽉 막혔다. 2루 땅볼-2루 땅볼-중견수 플라이로 끝이다. 문제는 모두 초구를 친 결과라는 점이다. 지켜보는 사람은 속이 터질 노릇이다. 오죽하면, 여북하겠나. 오타니만 보면 눈에서 꿀 떨어지던 로버츠 감독이다. 하지만 끝내 싫은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사실 심각하긴 하다. 적시타가 실종된 지 오래다. 서울에서 열린 개막전(3월 20일)이 마지막이다. 8회 1사 1, 2루에서 좌전 안타로 2루 주자를 불러들인 게 유일하다. 이후 한 달 가까이 응답이 없다. 득점권에 주자만 깔리면 침묵한다. 19게임, 18타수 동안 응답이 없다. 득점권 타율은 오푼이(0.053) 신세를 면치 못한다.
본래 그런 타자는 아니다. 에인절스 시절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지난해는 득점권 주자 때 0.317을 쳤다. ML 통산도 0.288로 평균 이상이다. 유독 올봄에만 나타난 기근이다.
물론 득점권 타율이라는 게 추상적인 개념이다. 찬스에 강하다는 것도 고전적인 얘기로 취급된다. 결국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게 통계학적 추론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다. 심정적인 측면은 무시할 수 없다. 만루에서 0-3 카운트에 병살타로 기회를 날린다. 찬스에서 세 번 내리 초구 타격으로 허무하게 물러난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다. 뭐라도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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