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풍부한 외야수 경험에다, 도루왕 4회에 빛나는 주루 센스가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박해민이 미친 주루로 팀에 승리를 안겨다 줬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경기 막판 양 팀 마무리들이 나란히 제구 난조를 보이면서 롤러코스터 경기가 됐다.
LG 마무리 유영찬은 5-3으로 앞선 9회초 2루타 2방을 연이어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2사 1루에서 하위타순 상대로 3타자(최항-박승욱-손호영) 연속 볼넷을 내주는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결국 밀어내기 볼넷으로 5-5 동점을 허용했다.
LG는 9회말 선두타자 박해민이 롯데 마무리 김원중 상대로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신민재가 희생 번트를 대려고 했다. 초구 파울이 됐다. 박해민은 1루에서 리드 폭을 길게 잡으며 투수의 신경을 교란시켰다.
발빠른 1루 주자를 향해 김원중의 고개가 자꾸 돌아갔다. 신민재 타석에서 김원중은 6차례 1루 견제구를 던졌다. 김원중은 번트를 대려는 신민재에게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1S에서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져, 볼넷으로 내보냈다. 1루주자 박해민의 영향력이 있었다.
경기 후 박해민은 “그런데 (2루로) 뛸 생각이 없었다. 견제구에 죽지만 말자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나한테 견제를 계속하면서 투수가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견제에 걸리지만 말자 라는 생각을 하고 리드폭을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밸런스가 무너진 김원중 상대로 홍창기도 번트를 대려다 볼넷을 골라 출루, 무사 만루 찬스가 됐다. 지난 16일 1군에 올라온 안익훈이 타석에 들어섰고, 2구째 때린 빗맞은 타구는 전진 수비를 펼친 외야 좌중간으로 날아갔다.
중견수 김민석이 달려나와 공을 잡자, 3루주자 박해민은 쏜살같이 홈으로 태그업을 시도했다. 김민석의 홈 송구를 유격수 박승욱이 커트해 포수에게 던졌으나, 이미 박해민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터치하고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박해민의 주루 센스에 허를 찔린 롯데는 5년 만에 8연패를 당했다.
설마 했던 홈 태그업이었다. 김민석이 공을 잡은 위치는 평소 유격수 바로 뒤쪽, 내야 흙에서 4~5m 뒤였다. 박해민의 경험과 센스가 있어 가능했다.
박해민은 “짧은 거리긴 했는데 (중견수)뛰어나오는 자세가 되게 불안정해서 충분히 홈에서 승부가 될 수 있겠다 생각하고 승부를 걸었다. 처음 날아갈 때는 안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뛰어들어오는 자세가 워낙 불안정해서 나도 외야수를 했던 경험으로서 그 자세에서 다시 바른 자세를 잡기가 쉽지 않다 보니까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가장 짧은 희생 플라이가 아니었나’라는 말에 박해민은 “어떻게 보면 무사 만루에서 첫 타자가 아웃이 되면 다음 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부담이 되기 때문에 조금 더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다. 물론 뒤에 정말 좋은 감을 갖고 있는 현수 형도 있고, 또 요즘 진짜 4월달에 아무도 못 말리는 본혁이도 있긴 했지만 그냥 앞만 보고 뛰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결승타를 때린 안익훈은 3루주자의 태그업을 예상했는지 묻자 “해민이형이 준비하는 것을 봤다.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야수를 보니까 손이 위에 있지 않고 아래에 있더라. 전력 분석할 때 (상대 외야) 어깨가 그렇게 100%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뛰겠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전체적으로 힘든 경기였는데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집중력으로 승리할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집중력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하며 “박해민의 과감한 베이스러닝이 1승을 만들었고, 오늘이 레이스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경기였는데 승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칭찬했다. 박해민이 발로 만든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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