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제대로 각성했다. 실투 하나가 아쉬웠지만 복귀 후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선보였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한화의 승운도 벌써 다한 것일까.
류현진은 1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98구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3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의 통산 100승 도전 경기였다. 류현진에게도, 프로야구 역사에도 의미가 있는 도전의 날이었다. 2006년 데뷔 이후 2012년까지 190경기 1269이닝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의 성적을 기록했고 2013년 미국 빅리그로 떠났다. 빅리그에서도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11년(10시즌)을 활약하면서 통산 186경기(185선발) 1055⅓이닝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기록한 뒤 한화와 8년 17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고 돌아왔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못다한 대업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시즌 준비 시간이 다소 촉박해보였지만 류현진은 개막전 선발 등판을 자처했고 ‘클래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3월23일 LG와의 개막전에 복귀전을 치른 류현진은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으로 충격의 패전을 당했다. 다음 등판인 29일 대전 KT전에서는 6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를 펼쳤지만 승패 없이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이달 5일, 처음으로 고척스카이돔 등판에 나섰던 류현진은 키움의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허용하면서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무너졌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의 굴욕을 당했다.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4번째 도전 만에 복귀 첫 승이자 99승을 달성했다.
두산전 99승을 거두면서 류현진은 본궤도를 되찾은 듯 했다. 특히 이날 류현진은 주무기 체인지업의 구속을 끌어올리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두산전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km였고 체인지업 최고 구속은 136km였고 평균 133km였다. 체인지업의 무브먼트와 구속으로 예전의 위용을 되찾았다.
이날 NC전 류현진은 패스트볼 최고 구속 146km를 찍었고 체인지업의 최고 구속은 133km였다. 지난 두산전보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최고 구속이 모두 떨어졌다. 그러나 절묘한 배합과 제구력으로 이를 극복해 나갔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은 31개 씩 똑같이 던졌고 커터 23개, 커브 13개 등을 구사하면서 NC 타선을 요리해 나갔다. 실제로 NC의 우타자들을 상대로 던지는 바깥쪽 체인지업, 그리고 좌우타자 가리지 않은 집요한 몸쪽 승부는 NC 타자들이 처음으로 ‘괴물’의 클래스를 확인하고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을 친 김성욱도 “확실히 확실히 스트라이크랑 볼의 경계선이 헷갈렸다. 초구 스트라이크가 되고 2구 째는 똑같이 온다고 느꼈는데 태블릿PC에 찍힌 공은 하나 정도 빠져 있었다. 확실히 제구력이 좋은 것 같았다”라며 혼돈의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4회 김성욱에게 던진 139km 커터 실투 하나가 류현진에게 아쉬운 장면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 실투와 홈런이 아니었으면 류현진은 마운드를 완전히 지배해 나가면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홈런을 맞았지만 류현진은 이제 각성해서 완전히 본궤도에 올라온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한화가 말썽이다. 3월 치른 8경기에서 7승1패의 고공행진을 달렸다. 이 1패가 개막전 류현진이 당한 패전이었다. 이후 7연승을 질주했다. 하지만 4월 들어서 현재 3승10패에 머물고 있다. 5연패와 3연패를 한 차례씩 당했다. 4월 승률 2할3푼1리는 현재 8연패에 빠져 있는 롯데와 같은 수치다.
이날 경기도 류현진이 역투를 펼치는 동안 타선이 힘을 보태지 못했다. 3회 페라자, 4회 문현빈의 적시타로 2-0의 리드를 안겼다. 4회 류현진이 3점포를 허용한 뒤 따라가는 힘이 부족했다. 8회초 황영묵의 동점 적시타가 나오면서 류현진의 패전 위기 상황을 지워냈지만 이어진 8회말, NC 최정원의 주루플레이에 농락 당하면서 3-4로 무릎을 꿇었다.
류현진이 건재한 채 각성할 시점에 한화 팀의 페이스가 들쑥날쑥이다. 하주석 채은성 이태양 김민우 등 부상자들이 나오면서 3월과 같은 파죽지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류현진의 100승 전선은 팀 동료들과 함께해야 한다. 이러한 현재 페이스면 99승도 3전4기 끝에 달성했는데 100승도 아홉수에 시달리며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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