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조형래 기자]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계보를 잇는 특급 영건 문동주(21)는 최근 ‘돌아온 괴물’ 류현진(37)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160km의 강속구를 뿌리면서 각도 큰 커브로 타자들을 쓰러뜨리는 문동주였지만 하나 아쉬운 것은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구종이 뛰어나지 않았다는 것.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구사 빈도가 많지 않았고 완성도도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16일 창원 NC전 선발 등판한 문동주는 달라졌다. 문동주는 이날 5⅓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3실점(1자책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고 158km의 포심 패스트볼을 가장 많은 55개나 구사했고 커브 26개, 체인지업 14개를 던졌다. 특히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했던 게 눈에 띄는 대목.
1회 선두타자 박민우를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조합으로 삼진을 유도했다. 결정구는 패스트볼이었지만 체인지업을 곁들였다. 3회 선두타자 김주원을 상대로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140km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손아섭에게 체인지업 3개를 연달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통산 기록을 봐도 통산 피안타율과 OPS도 우타자(.247/.696)보다 좌타자(.277/.742)가 더 높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체인지업의 확실한 장착은 지금보다 더 완벽해지기 위한 과제 중 하나였다.
최원호 감독은 16일 경기를 두고 “올해 가장 좋은 공을 던진 경기 같다. 공 자체의 힘도 좋았고 체인지업의 완성도도 정말 좋았다”라며 칭찬했다.
문동주는 체인지업의 비밀을 풀었다. 17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체인지업 그립을 조금 바꿨는데 그게 좀 효과적이었다”라면서 “사실 (류)현진 선배님께서 알려주신 그립대로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체인지업은 류현진이 한국과 미국 무대를 평정하게 만든 주무기였다. 류현진은 신인이었던 2006년, 대선배인 구대성의 체인지업을 습득해서 단번에 자신의 구종으로 만들었다. 류현진을 대표하는 구종이 체인지업이었다.
그리고 이 체인지업은 이제 한화 에이스 계보를 이어가는 매개체가 됐다. 문동주는 “제가 공을 들고 가서 체인지업에 대해서 여쭤봤다. 처음 3일 동안은 체인지업을 하늘에다가 던졌는데 조금 던지다 보니까 감이 생겼고 어제(16일) 경기 전 (최)재훈 선배님과 체인지업 비율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었다”라면서 “그동안 체인지업이라는 구종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체인지업이라는 구종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는다. 그는 “자만할 게 아니라 더 많이 활용하고 볼을 많이 던져보면서 제 것으로 완벽하게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체인지업을 더 연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동주에게는 류현진이라는, 한국 통산 100승을 향해 가고 미국 빅리그에서도 통산 78승을 거둔 레전드 대선배의 존재가 너무 감사하다. 문동주는 16일 등판을 마치고도 류현진에게 격려를 받았다. 그는 “현진 선배님께서 잘했다고 말해주셨고 오늘은 제가 이런 것들이 부족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전혀 아니다. 괜찮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원하는 위치에 공을 던졌으면 괜찮은 거라고. 그리고 3번 중 2번 이겼으면 잘 던진 것이다’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부정적이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라며 “현진 선배님이 특히 그렇게 말씀을 해주셔서 더 와닿았다”라고 고마움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현진 선배님은 게임하시는 것처럼 공을 원하는 위치에 다 던지고 타자들의 행동을 읽어내시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라면서 “지금도 열심히 따라나기고 있지만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노하우를 더 배우려고 하겠다. 현진 선배님이 저리 가라고 하실 때까지 열심히 따라다닐 겁니다”라고 웃으면서 류현진의 모든 것을 흡수하겠다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