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퓨처스리그 타격 1위를 해도 1군 엔트리에 들어가기 힘들다. 1군에 콜업돼도 벤치에서 대수비가 우선 순위다. 그럼에도 묵묵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기회가 주어지길 기다릴 뿐이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안익훈이 끝내기 결승타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모처럼 찾아온 1군 기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안익훈은 5-3으로 앞선 7회 문성주 타석에서 대타로 들어섰다. 투수 땅볼로 아웃됐다. 이후 좌익수로 경기를 계속 뛰었다.
LG는 승리를 앞둔 9회초 2사 3루에서 마무리 유영찬이 3타자 연속 볼넷 허용하면서 밀어내기로 5-5 동점을 허용했다. 9회말 LG 공격. 선두타자 박해민이 안타로 출루한 뒤, 신민재와 홍창기가 연속 볼넷을 골라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안익훈이 들어왔다. 대타 1순위 김범석이 벤치에 있었지만, 안익훈이 그대로 나섰다. 염경엽 감독은 대기 타석에 있던 안익훈에게 뭔가 얘기를 했다. 안익훈은 좌중간 쪽으로 얕은 뜬공을 때렸고, 중견수가 힘겹게 잡는 순간 3루주자 박해민의 과감한 홈 태그업으로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결승타점을 올렸다.
경기 후 안익훈은 “이겨서 정말 기분이 좋다. 주자로 나간 해민이 형이나 민재, 창기가 빠른 선수들이라 인플레이 타구만 집어넣으면 점수가 나겠다 생각해 별로 긴장감이 없었다. 뒤에 (김)현수 형도 있어서 못 쳐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3루주자 박해민의 태그업을 예상했는지 묻자 안익훈은 “해민이형이 준비하는 것을 봤다.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야수를 보니까 손이 위에 있지 않고 아래에 있더라. 전력 분석할 때 (상대 외야) 어깨가 그렇게 100%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뛰겠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7순위)로 LG에 입단한 안익훈은 2018시즌을 마치고 손목 수술과 군 복무로 2년 반의 시간을 보냈다. 2021년 중반 복귀했다.
2022년부터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2022년 타율 3할3푼8리, 2023년 3할3푼5리로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1군 기록은 2022년 14경기(4타석), 2023년 11경기(23타석) 출장에 그쳤다.
LG 외야 뎁스가 국가대표급으로 리그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현수, 박해민, 홍창기, 문성주의 외야라인에 안익훈이 낄 틈이 없었다. LG 외야 뎁스가 두터워 조금 갑갑할 것 같은데,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지 물었다.
안익훈은 “어린 선수였으면 예전 같았으면 그런 생각을 했을 텐데, 지금은 LG에서만 10년을 벌써 했다. 어릴 때부터 백업으로 선배들 밑에서 했었고 지금 주전들이 다 정해져 있으니까, 밑에서 잘 준비하고 있으면,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때 올라오면 바로 경기에 100% 가능할 수 있게만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오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4할4푼4리(27타수 12안타) 맹타를 기록하고 있는데, 당초 콜업 계획에 없다가 지난 16일 1군에 콜업됐다. 안익훈은 “밑에서 후배들이랑 즐겁게 야구하고 있으면 상황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하며 뛰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롯데전에 대주자로 출장해 득점을 올렸고, 17일 대타로 나와 결승타를 때렸다. 2경기 1타수 무안타 1타점 1득점.
안익훈은 부상에서 재활하느라 1군 스프링캠프에 포함되지 못했다. 시즌 준비를 돌아보며 안익훈은 “재활조에서 열심히 치료하고 훈련했다. 2군 트레이닝 코치님들부터 감독님, 코치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그래서 지금 몸 상태는 다치기 전보다 더 좋다. 2군 지도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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