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스즈키 이치로(51)가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일본 오릭스 시절에 벌었던 연봉을 모두 합하면 20억 엔(약 178억 원) 정도 된다. 그런데 미국으로 떠날 때 보니까 모아 놓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치로는 20일 업로드된 유튜브 방송 ‘가르쳐주세요, 이치로 선생님(おしえて!イチロー先生)’에 출연해 이 같은 기억을 얘기하며 “젊은 시절에 벌었던 돈은 모두 선수 생활을 위한 재투자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 채널은 SMBC닛코쇼켄(日興証券)이라는 증권회사가 제작한 것이다. 2020년에 ‘시리즈 1’ 격으로 27편이 방송됐다. 이번에 ‘리턴즈’라는 이름을 붙여 돌아왔다. 스튜디오는 학교 교실, 주인공은 담임 교사 역할이다. 학생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하다. 제작사의 취지에 따라, 경제 활동에 대한 주제가 종종 다뤄진다.
이번 편에서 이치로는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하는 프로야구 신인 선수의 경우 계약금이 6000만~1억 5000만 엔(약 5.3억~13억 원) 가량 된다. 보통은 그 돈을 저금한다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자신이 일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그 돈을 어디에 쓸지 생각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는 “내 경우는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에 아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릭스에서 마지막 해 연봉이 5억 3000만 엔(약 47억 원)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가장 높았다. 아마 오릭스에서 9년간 받은 연봉을 합하면 20억 엔 정도 될 것”이라며 “그런데 미국에 진출할 때는 (저축액이) 제로였다”고 기억했다.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 정도 금액이면 작은 야구장 하나도 지을 수 있다. 아마도 괜찮은 집이나, 자동차를 산 것도 포함된 것이라고 추측된다. 휴식과 안전도 선수 생활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는 이날 강의에서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양키스 시절(2012~2014년) 엄청난 주거비용에 대한 기억도 꺼냈다. “시애틀에서 뉴욕으로 이사할 때 아주 좋은 동네에서 지냈다. 세계에서 임대료(집값)가 가장 비싼 곳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 “여기에 별도의 공간도 필요했다. 매일 쓰는 운동 기구가 최소한 5개는 되는데, 집에는 그걸 설치할 곳이 없었고, 그러기도 싫었다. 따로 (운동할 곳을) 구해야 했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고 밝혔다.
훈련용품에 대한 그의 집착(?)은 유명하다. 값비싼 기구를 여러 대 구입해, 이곳저곳에 설치해 놓는 식이다. 이를테면 미국의 집 근처, 스프링캠프 지역, 오프 시즌 동안 머무는 일본의 몇 곳…. 그런 식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심지어 야구 배트도 그냥 들고 다니지 않았다. 습도에 민감한 시가 담배를 보관하는 휴미더(humidor)라는 장치를 특별히 개조해, 그 속에 5개씩을 넣어서 가지고 다녔다. 그만큼 경기력을 위해서는 병적일 만큼 철두철미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몇몇 매체도 이날 강의 내용을 보도하며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오릭스 시절 첫 해 연봉이 800만 엔(약 7100만 원)이었는데, 한 병에 3000엔(약 2만 7000원)짜리 건강 음료를 매일 마셨다는 에피소드다. 1년에 그 돈만 연봉의 1/8(100만 엔)을 썼다는 계산이다. 훗날 이치로는 이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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