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SSG 랜더스 최정을 향한 수식어는 ‘소년장사’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로 장타를 펑펑 때려내는 최정의 모습을 비유하는 별명이었다. 시간이 흘러 ‘소년장사’는 ‘국민타자’를 뛰어넘는 한국 최고의 거포가 됐다. 20년 커리어 내내 흘렸던 땀방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3번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4-7로 뒤진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해 롯데 선발 이인복의 초구 127km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로써 최정은 통산 468번째 홈런을 기록, '국민타자' 이승엽의 467홈런 기록을 뛰어넘어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05년 SK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최정은 출장 기회가 적었던 데뷔 첫해는 홈런 1개에 그쳤다. 데뷔 첫 홈런은 2005년 5월21일 문학 현대전이었다. 최정의 홈런 신기록의 시작이었다.
이듬해 최정은 12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지난 시즌까지 무려 18시즌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정은 차근차근 홈런, 그리고 가파르게 홈런을 추가해 나갔다. 2011년 9월30일 문학 삼성전에서 통산 100홈런을 달성했다. 200홈런은 2016년 6월1일 대전 한화전, 300홈런은 2018년 7월8일 문학 한화전, 400홈런은 2021년 10월19일 광주 KIA전에서 달성했다. 그리고 이날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까지 달성했다.최정은 스스로를 “운이 좋은 선수”라고 겸손해 한다. 330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할 정도로 고난을 겪었지만 큰 부상 한 번 당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문학 KIA전에서 467홈런 최다 타이 기록을 세운 뒤, 이튿날 몸쪽 공에 사구를 맞고 쓰러질 뻔도 했지만 다시 일어섰다. 첫 검진 결과 골절 진단을 받았지만 재검 결과 타박으로 끝났다. ‘금강불괴’의 몸으로 최정은 대기록에 다가설 수 있었다.
그리고 우직하고 묵묵하게 대기록을 향해 걸어갔다. 혹자들은 최정을 천재형 선수라고 부른다. 그러나 최정은 야구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그 누구보다 고민했고 끝까지 파고 들었다. 최정은 “무언가에 꽂히면 잠 안자고 계속 하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분석했다. 야구가 그랬다. 구단 관계자는 “최정 선수는 아직도 경기 나가는 게 긴장하고 떨린다고 수비 훈련과 타격 훈련 거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최정은 땀을 흥건히 흘리면서, 대기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그랬더니 어느덧 468홈런이라는 이정표 앞에 서 있었다.
최정의 동생인 최항(롯데)은 어릴 때를 회상했다. 최항은 “정말 믿기 힘든 기록인 것 같다. 홈런 수 만큼 형의 발자취가 느껴지는 것 같다”라면서 “어렸을 때 집에 오자마자 옥상에서 혼자 훈련하던 형의 모습이 뇌리에 스친다. 그런 걸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최정의 노력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최정의 현역 시절을 함께한 이들 모두 최정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했다. SSG 김재현 단장은 “대기록을 달성하는 영광스러운 순간에 옆에 함께할 수 있어서 나 또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라면서 “모든 사람들이 최정 선수의 재능을 칭찬하지만, 그 재능보다도 지금까지 야구를 대하는 열정과 노력이 없더라면 이런 대기록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정 선수의 대기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며 최정이 한 노력의 결실을 기뻐했다.
SSG 조동화 코치는 “20년 가까이 한 팀에 함께 있었는데 최정을 두고 ‘천재형이냐 노력형이냐’ 했을 때 ‘노력형’ 선수인 것 같다”라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어느 누구보다 준비를 많이 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정 선수가 한국의 업적에 남을 만한 대기록을 세울 수 있어 축하하고 최정 선수의 모습을 보고 후배들도 꾸준히 따라가면 좋겠다”라며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최정의 진심을 알고 지켜본 인물들은 꾸준히 노력하고 또 겸손하기까지 한 최정의 대기록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밖에 없었다. 에이스 김광현은 “16~17년 전까지만 해도 나와 '승을 많이 하냐, 홈런을 많이 치냐' 이런 내기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벌써 KBO리그 최다 홈런을 경신했고, 이제는 내 승리보다 훨씬 많은 홈런을 쳐서 정말 자랑스럽다”라면서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로 있어주는 게 너무나 고맙고 제일 많은 혜택을 받은 게 나인 것 같다. 내가 던질 때 결승타도 많이 쳐주고 홈런도 많이 쳐줘서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정 선수의 신기록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도 많은 홈런을 쳤으면 좋겠다”고 박수쳤다.
최정에게 직접 꽃다발을 건넨 추신수 역시도 “한국 야구의 대기록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고,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면서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하길 바란다. 최정 선수가 아프지 말고 팀 동료, 선배로서 존경받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라면서 “미국에서만 지켜보다, 지금 동료로서 최정 선수를 보니 중계화면에서 봐왔던 것보다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솔직히 많이 느꼈다. 더 대단한 건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인지를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정이라는 선수가 이처럼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야구를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을 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며 대기록은 쉽게 달성되지 않았고 최정이 노력으로 얻은 결실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최정은 이러한 노력으로 대기록을 도전하기 위해 나선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 한국 최초 500홈런 달성도 시간 문제다. 최정은 “600홈런은 못 칠 것 같지만, 500홈런은 좀 욕심 난다. 얼마 안 남았다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 자신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마음가짐을 바꿔보려고 한다”라면서 “이제는 더 큰 목표를 갖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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