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사임 후 극적인 잔류 합의, 그 끝은 경질이었다. FC 바르셀로나가 사비 에르난데스(44) 감독과 결국 갈라선다.
바르셀로나는 24일(이하 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 1군 감독을 계속하지 않는다. 주안 라포르타 회장은 오늘 금요일 그에게 2024-2025시즌에 바르셀로나 감독직을 계속 맡기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바르셀로나는 "바르셀로나는 사비가 보여준 감독으로서 업무와 팀 주장으로서 놀라운 경력에 감사를 표한다. 그가 앞으로 세계에서 언제나 성공을 거두길 기원한다. 사비 감독은 일요일 세비야 원정에서 마지막으로 팀을 지도할 것"이라며 "구단은 앞으로 며칠 안에 새로운 1군 팀 구조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충격적인 결말이다. 사비 감독은 명실상부한 바르셀로나 레전드다. 그는 선수 시절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바르셀로나 중원을 구성하며 팀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물론 주인공은 언제나 리오넬 메시였지만, 사비 감독 역시 역대급 미드필더였다.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사비 감독은 2021년 11월 시즌 로날드 쿠만 감독의 뒤를 이어 바르셀로나 감독직을 맡으며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그는 2022-2023시즌 라리가 우승이라는 성과를 내긴 했지만, 아쉬운 경기력과 컵대회 부진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사비 감독은 결국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1월 비야레알에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깜짝 발언을 내놨고, 구단 측에도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바르셀로나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바르셀로나는 사비 감독이 작별을 선언한 뒤 오히려 좋은 성적을 이어갔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8강에 올랐다. 4강에서 아쉽게 탈락하긴 했으나 로날드 아라우호의 이른 시간 퇴장이 치명적이었다.
여론이 급변하자 사비 감독과 바르셀로나의 마음도 바뀌었다. 양측은 다시 합의점을 찾았고, 지난달 25일 사비 감독의 잔류가 공식 발표됐다. 그는 "아직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았다"라며 잔류가 팀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각오를 불태웠다.
하지만 상황은 한 달도 안 돼서 또 급변했다. 사비 감독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는 알메리아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단의 재정적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지금 선수단으로는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한 유럽 정상급 팀들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팬들이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라포르타 회장은 이에 크게 분노했다. '문도 데포르티보'는 "라포르타 회장은 지난달 사비 감독을 집으로 불러 잔류를 설득했고, 사비 감독에게 팀과 모든 걸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받았다. 그는 사비 감독의 말이 바뀐 걸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결국 바르셀로나 수뇌부는 사비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심했다. 오는 27일 세비야와 라리가 최종전을 마친 뒤 공식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생각보다 빨리 공개됐다. 후임으로는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던 한지 플릭 감독이 유력하다. 이미 모든 합의가 완료됐고, 다음주 월요일 발표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비 감독은 올해 초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거절하기도 했다. 문도 데포르티보는 "사비 감독은 지난 1월 바르셀로나를 떠나겠다고 발표하고 몇 주 뒤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를 제안받았다. 그는 관심에 감사를 표했지만, 6월 30일 이후 바르셀로나에 남지 않을 것이란 확신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거절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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