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말 그대로 최악의 하루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 벨기에는 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슬로바키아(랭킹 48위)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벨기에는 첫 경기부터 무너지면서 이번 대회 1호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젠 남은 두 경기에서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현재 E조 1위는 우크라이나를 3-0으로 격파한 루마니아, 2위는 벨기에를 잡은 슬로바키아다.
벨기에는 이번 경기 전까지 A매치 15경기 무패(10승 5무)를 달리고 있었으나 슬로바키아를 만나 무너지고 말았다. 이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봤을 때 유로 역사상 최대 이변이다. FIFA 랭킹에서 45계단이나 뒤지는 팀이 승자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내용만 보면 벨기에가 질 경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결정력 부족과 불운이 겹치면서 패배로 이어졌다.
특히 로멜루 루카쿠가 초반부터 기회를 여럿 날렸다. 케빈 더 브라위너가 몇 차례 위협적인 패스를 찔러넣었으나 모두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게다가 루카쿠가 골망을 흔들면 야속하게도 비디오 판독(VAR)으로 취소됐다. 그는 후반 11분 아마두 오나나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몸을 날리며 밀어넣었고, 후반 41분엔 로이스 오펜다가 올려준 땅볼 크로스를 왼발로 정확히 마무리했다. 하지만 각각 오프사이드와 오펜다의 핸드볼 반칙이 선언되면서 두 골 다 취소됐다.
결국 벨기에는 전반 7분 이반 슈란츠에게 내준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날 벨기에는 90분 동안 점유율 60%, 슈팅 16회, 기대 득점(xG) 1.91을 기록했지만, 0골에 묶이며 고개를 떨궜다. 빅 찬스가 4번이나 있었으나 단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오펜다의 핸드볼을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스니코미터' 기술이다. 이는 이번 대회에 새로 도입된 기술로 마이크로 칩을 공 안에 넣은 뒤 동작 감지 센서를 사용해 초당 500번의 속도로 모든 터치를 기록할 수 있다. 주로 크리켓에서 활용되던 기술이지만, UEFA는 이를 활용해 팬들에게 애니메이션으로 판정을 보여주기로 택했다.
실제로 중계 화면에는 심장 박동처럼 외부의 힘이 오르내리는 그래프로 표시됐다. 이 박동이 요동쳤다는 건 공에 접촉이 있었다는 뜻. 그 덕분에 오펜다의 손이 공에 닿았음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물론 루카쿠가 진작에 결정력을 발휘했다면 벨기에는 패배를 면할 수 있었다. BBC 전문가 크리스 서튼도 "사실 전반전 루카쿠는 엉망이었다. 그가 보통 쉽게 해치웠을 세 번의 빅 찬스가 있었다"라며 "루카쿠는 이미 골든 부트(대회 득점왕)를 차지할 수도 있었다. 슬로바키아는 그리 많은 기회를 만들진 않았다. 하지만 벨기에가 기회를 낭비했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루카쿠는 무려 빅찬스 미스만 세 번을 기록했다. 오심을 탓하기엔 역대급 최악의 활약을 보였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 실제로 글로벌 'ESPN'은 "루카쿠는 유로 역사상 처음으로 VAR로 2골을 취소당한 선수가 됐다"라면서 "심지어 2000년 이후 유로 단일 경기서 가장 많은 빅 찬스미스와 동률을 이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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