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할 말이야?' 삐걱대는 잉글랜드, 전설들도 감독 저격...''필립스 핑계? 선수들 모욕이다''
입력 : 2024.06.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고성환 기자] "이건 선수들에 대한 모욕이다. 그리고 틀린 말이다."

'잉글랜드의 전설적 공격수' 게리 리네커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비판 행렬에 참가했다.

영국 '풋볼 365'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리네커는 사우스게이트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면서 잉글랜드 선수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라고 보도했다.

잉글랜드는 21일(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덴마크와 1-1로 비겼다. 

승점 1점씩 나눠가진 잉글랜드와 덴마크. 잉글랜드는 승점 4점(1승 1무)으로 조 1위에 자리했고, 덴마크는 2점(2무)으로 2위에 위치했다. 

잉글랜드는 '우승 후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졸전을 펼쳤다. 이날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해리 케인, 필 포든-주드 벨링엄-부카요 사카, 데클란 라이스-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키어런 트리피어-마크 게히-존 스톤스-카일 워커, 조던 픽포드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잉글랜드는 전반 18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오른쪽에서 공을 잡아낸 워커가 그대로 쇄도해 박스 안으로 진입했고 그대로 낮은 패스를 시도했다. 공은 굴절된 뒤 케인에게 향했고, 케인은 실수 없이 왼발로 밀어 넣어 득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덴마크에 밀려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중원 싸움에서부터 밀리다 보니 공을 내주고 수비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밀리던 잉글랜드는 전반 34분 모르텐 휼만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픽포드가 몸을 날려 봤지만, 막을 수 없는 중거리 슈팅이었다.

후반전도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다. 잉글랜드는 좀처럼 덴마크를 압도하지 못했고, 이따금 나온 기회도 아쉽게 놓쳤다. 결국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이번에도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준 잉글랜드. 앞서 세르비아와 1차전도 1-0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내용 면에서 합격점을 주기엔 부족했다. 벨링엄의 한 방이 아니었다면 비기거나 패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덴마크전을 마친 뒤 "분명 우리가 기대했던 경기력은 아니었다. 우린 공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 나은 수준이 돼야 한다"라며 "이번 두 경기에서 우린 상대에게 더 많은 압박을 가해야 했다. 현재 우리는 원하는대로 흐름타지 못하고 있다"라고 인정했다.

또한 그는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도 어렵고 이는 불안한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토너먼트에서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한다면, 이는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두 경기를 자세히 분석하고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 며칠 동안 이 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더 높은 수준을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부진이 이어지자 잉글랜드 내에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풀백이 원래 포지션인 알렉산더아놀드의 중원 배치,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 포든 기용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케인을 잘못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러던 중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황당한 발언으로 불타오르는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알렉산더아놀드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는 그게 실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칼빈 필립스를 대체할 자연스러운 방안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몇 가지 다른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유로 2024 본 무대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고백. 게다가 다른 선수도 아니고 필립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는 변명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분노를 샀다.

필립스는 대표팀 마지막 출전이 지난해 11월로 7개월 전이며 소속팀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지 오래됐기 때문. 그는 2022년 맨시티에 합류했지만, 과체중 논란과 부족한 실력으로 벤치만 지켰다. '뚱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엔 웨스트햄 임대로 돌파구를 모색했으나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데일리 메일'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말을 '기괴한 발언'이라고 규정하며 "필립스는 웨스트햄에서 실망스러웠다. 사우스게이트는 출전도 어려웠던 그를 지나치게 믿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라며 "그동안 필립스를 대체하지 못해 시도만 하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팬들 역시 "아담 워튼(크리스탈 팰리스)과 코비 마이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왜 벤치에 있는데?", "못 본 걸로 하겠다", "벤치에만 앉아있던 필립스가 이전과 같은 사람인가?" 등의 반응을 남겼다.

리네커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일부 선수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이다. 또한 틀린 말이다. 그 팀엔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사우스게이트가 데려온 어린 선수들도 해낼 수 있다. 아마 워튼과 마이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벨링엄도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다른 전설 앨런 시어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발언이다. 우리가 지난 몇 년간 필립스에게 의존해 왔다면,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난 우리가 그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우스게이트의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리네커는 그간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낸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전술적인 부분을 비판했다. 그는 "잉글랜드인이라면 경기를 즐겼을 수 없다. 무기력했고, 재미없었다"라며 "설명할 수가 없는 이야기다. 스페인 경기를 보면 아주 강하게 압박한다. 잉글랜드도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들이 있는데 왜 압박하지 않는가? 왜 그렇게 하도록 지도받지 않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잉글랜드와 사우스게이트 감독.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슬로베니아다. 잉글랜드는 오는 26일 슬로베니아와 최종전을 치른다. 만약 패한다면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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