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채준 기자]
세면도구도 하나 없이 맨몸으로 폼페이에서 소렌토에 간 것은 학교 때 즐겨 불렀던 노래, '돌아오라 소렌토로(Torna a Surriento)'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무모한 여행은 아마 1960년 후반 즈음인 내 고등학교 시절에 '돌아오라 소렌토로'가 음악 교과서에 나와서였을 것이다. 지금도 이 노래의 그 가락들과 가사가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아름다운 저 바다와 그리운 그 빛난 햇빛/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라는 가사 때문에도 나는 소렌토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도대체 어떤 풍광을 가지 곳일까?
20여 년 전에 로마의 호텔에 모든 짐을 맡겨놓고 당일치기로 폼페이를 보려고 나섰던 길이었다. 그런데 폼페이 가는 열차 안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이 폼페이를 보러 간다면 소렌토에서 배를 타고 카프리까지 가보는 것이 좋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는 바람에 카프리를 가기 위해 소렌토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다. 사실 나는 카프리보다 소렌토가 '돌아오라 소렌토로' 때문에 더 보고 싶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가사는 그만큼 우리에게 매혹적이었으니까.
소렌토, 아름다웠다. 그러나 소렌토 항구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의 짙푸른 프러시안블루의 바다를 건너가면서 나는 그 경치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내내 우리나라 제주도 생각만 했었다. 어떤 이야기, 어떤 노래로 제주도를 세계에 알릴 수 있을까? 소렌토의 노랫말처럼 이야기성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강력한 힘이 된다. 그래서 소렌토나 카프리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주도의 이미지를 나는 구축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세계인들이 느낄 수 있게, 맛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2024년, 이제는 너무 많이 관광객들이 와서 제주도 주민들이 몸서리칠 정도라고 하니 그 고민은 접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고민을 접을 수 없는 이유는 제주도가 이 관광객들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너무 개발이 많이 되어버린 듯하기 때문이다. 여행객도 아니고 관광객이라서 그런가? 요즘은 그 스토리의 재료로 자연보다는 인위적인 것에 더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SNS에 제주의 음식 차림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니 제주도 자체에서 오는 어떤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것보다 기다란 갈치를 통째로 구워 올려놓은 상차림을 찍어서 올린다. 이야기성의 재료가 달라진 것이다.
왜 제주도에 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제주가 이상해져 버렸다. 제주도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듯싶다. 제주도의 출렁다리가 웬 말인가? 잘못하다가 육지에서부터 제주까지 터널을 뚫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더 이상 제주도는 섬이 아니다. 자연을 훼손시키고 제주도의 아름다움과 관련이 없는 이상한 박물관들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건강과 성 박물관' 앞을 지날 때면 괜히 못 볼 꼴을 본 것처럼 민망하다.'곰 인형 박물관,''키티…박물관'등등은 제주도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이 아름다운 숲들과 제주도다운 풍광들을 다 헤집어 인위적으로 만든 정원에다 이상한 박물관들…. 무엇으로 제주도를 이야기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배웠던 제주도의 특징 세 가지는 "바람, 돌, 여자"이다. 제주도의 들녘을 보면 밭고랑 사이에 돌담 모습이 녹색의 작물들과 어우러져 친근하게 다가온다. 제주도의 집 지붕에 얹혀있는 돌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추사 김정희의'세한도'를 떠올리게 된다. 추사의 작품 '세한도'는 제주도에 대해 너무나 많은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추운 겨울 모래바람을 맞으며 개구멍 같은 집에 엎드리고 바다를 바라보았을 추사가 그려진다. 그리고 바람에 일렁이는 제주도의 바닷가, 파도와 돌,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제주도 출신의 화가 변시지 그림의 바람이 제주도를 가슴 깊이 스며들게 한다. 또 바람이 일렁이는 오름들을 찍은 김영갑의 사진들을 보면 오름들의 풀과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림과 글과 사진들 속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제주도도 알리고 싶다.
그와 더불어 제주 속살의 아픔도 알리고 싶다. 송악산 그 깊숙한 땅속에 굴들이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들이 연합군들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군사시설이다. 이런 군사시설이 근처에 6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어느 해 겨울 이 진지동굴들을 일일이 찾아서 들어가 보며 논문을 썼던 제주도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곳이었다. 그 친구가 제주도의 땅속 상처를 보여주었다. 그 아픔 위에 짙푸른 숲들…. 태평양에 맞닿아 있는 이 동굴에 숨어서 바다를 보면 연합군 배들의 동태를 훤히 알 수 있는 그런 시설이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던 겨울에 이 동굴에 들어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시절의 제주를 생각하며 몸서리치기도 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곶자왈의 숲들이 그나마 제주도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고마웠다.
제주도는 섬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주는 제주도가 가장 감동을 준다. 밭들 사이에 바람구멍이 숭숭 난 돌들로 바람길이 들어가고 나갈 수 있게 쌓은 돌담들, 이런 것이 가장 제주도답지 않은가? 오래된 숲을 헤쳐나가는 경이로움과 오름들의 그 곡선들이 주는 마음의 위로와 해변의 울림들, 이런 아름다움을 알리는'돌아오라 소렌토로' 같은 노래가 제주도에도 나왔으면 좋겠다. 변질되지 못하도록 제주도의 자연을 붙들고 싶다.
- 서승옥행정사법인 CST 부설 ICST의 전문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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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
20여 년 전에 로마의 호텔에 모든 짐을 맡겨놓고 당일치기로 폼페이를 보려고 나섰던 길이었다. 그런데 폼페이 가는 열차 안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이 폼페이를 보러 간다면 소렌토에서 배를 타고 카프리까지 가보는 것이 좋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는 바람에 카프리를 가기 위해 소렌토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다. 사실 나는 카프리보다 소렌토가 '돌아오라 소렌토로' 때문에 더 보고 싶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가사는 그만큼 우리에게 매혹적이었으니까.
소렌토, 아름다웠다. 그러나 소렌토 항구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의 짙푸른 프러시안블루의 바다를 건너가면서 나는 그 경치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내내 우리나라 제주도 생각만 했었다. 어떤 이야기, 어떤 노래로 제주도를 세계에 알릴 수 있을까? 소렌토의 노랫말처럼 이야기성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강력한 힘이 된다. 그래서 소렌토나 카프리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주도의 이미지를 나는 구축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세계인들이 느낄 수 있게, 맛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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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4년, 이제는 너무 많이 관광객들이 와서 제주도 주민들이 몸서리칠 정도라고 하니 그 고민은 접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고민을 접을 수 없는 이유는 제주도가 이 관광객들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너무 개발이 많이 되어버린 듯하기 때문이다. 여행객도 아니고 관광객이라서 그런가? 요즘은 그 스토리의 재료로 자연보다는 인위적인 것에 더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SNS에 제주의 음식 차림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니 제주도 자체에서 오는 어떤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것보다 기다란 갈치를 통째로 구워 올려놓은 상차림을 찍어서 올린다. 이야기성의 재료가 달라진 것이다.
왜 제주도에 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제주가 이상해져 버렸다. 제주도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듯싶다. 제주도의 출렁다리가 웬 말인가? 잘못하다가 육지에서부터 제주까지 터널을 뚫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더 이상 제주도는 섬이 아니다. 자연을 훼손시키고 제주도의 아름다움과 관련이 없는 이상한 박물관들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건강과 성 박물관' 앞을 지날 때면 괜히 못 볼 꼴을 본 것처럼 민망하다.'곰 인형 박물관,''키티…박물관'등등은 제주도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이 아름다운 숲들과 제주도다운 풍광들을 다 헤집어 인위적으로 만든 정원에다 이상한 박물관들…. 무엇으로 제주도를 이야기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배웠던 제주도의 특징 세 가지는 "바람, 돌, 여자"이다. 제주도의 들녘을 보면 밭고랑 사이에 돌담 모습이 녹색의 작물들과 어우러져 친근하게 다가온다. 제주도의 집 지붕에 얹혀있는 돌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추사 김정희의'세한도'를 떠올리게 된다. 추사의 작품 '세한도'는 제주도에 대해 너무나 많은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추운 겨울 모래바람을 맞으며 개구멍 같은 집에 엎드리고 바다를 바라보았을 추사가 그려진다. 그리고 바람에 일렁이는 제주도의 바닷가, 파도와 돌,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제주도 출신의 화가 변시지 그림의 바람이 제주도를 가슴 깊이 스며들게 한다. 또 바람이 일렁이는 오름들을 찍은 김영갑의 사진들을 보면 오름들의 풀과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림과 글과 사진들 속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제주도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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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더불어 제주 속살의 아픔도 알리고 싶다. 송악산 그 깊숙한 땅속에 굴들이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들이 연합군들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군사시설이다. 이런 군사시설이 근처에 6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어느 해 겨울 이 진지동굴들을 일일이 찾아서 들어가 보며 논문을 썼던 제주도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곳이었다. 그 친구가 제주도의 땅속 상처를 보여주었다. 그 아픔 위에 짙푸른 숲들…. 태평양에 맞닿아 있는 이 동굴에 숨어서 바다를 보면 연합군 배들의 동태를 훤히 알 수 있는 그런 시설이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던 겨울에 이 동굴에 들어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시절의 제주를 생각하며 몸서리치기도 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곶자왈의 숲들이 그나마 제주도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고마웠다.
제주도는 섬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주는 제주도가 가장 감동을 준다. 밭들 사이에 바람구멍이 숭숭 난 돌들로 바람길이 들어가고 나갈 수 있게 쌓은 돌담들, 이런 것이 가장 제주도답지 않은가? 오래된 숲을 헤쳐나가는 경이로움과 오름들의 그 곡선들이 주는 마음의 위로와 해변의 울림들, 이런 아름다움을 알리는'돌아오라 소렌토로' 같은 노래가 제주도에도 나왔으면 좋겠다. 변질되지 못하도록 제주도의 자연을 붙들고 싶다.
- 서승옥행정사법인 CST 부설 ICST의 전문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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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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