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문화랬는데'' 김도영 선입견 산산조각 낸 KIA 팀 문화, 외인 '복귀 열망' 당연했다
입력 : 2024.09.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KIA 김선빈(가운데)이 4일 광주 한화전 9회말 동점 투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와 팀원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김선빈(가운데)이 4일 광주 한화전 9회말 동점 투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와 팀원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김도영(가운데)이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KBO 리그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뒤 격한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김도영(가운데)이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KBO 리그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뒤 격한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신인뿐 아니라 입단한 지 1년이 안 된 외국인 선수들도 감화시킨 팀 문화가 KIA 타이거즈를 1위로 이끌고 있다.

김도영(21)은 어린 시절부터 타이거즈 팬이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무등야구장을 다녔고,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초등학교 4학년 전부터 타이거즈는 익숙한 이름이었다. 지난달 광주에서 만난 그는 "노수광 선배님이 포스트시즌 때 외야 우측에서 다이빙 캐치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2016년 LG 트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고 말한다.

자연스레 KIA 입단을 소망했고 2022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그 꿈을 이뤘다. 입단 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소문이 있었다. KIA가 KBO 다른 구단보다 빡빡하다는 것이었다. 김도영은 "입단하기 전 KIA는 내게 다른 구단보다 위계질서가 확실한 구단이었다. '꼰대 문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지명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입단한 지 얼마 안 돼 그 선입견은 산산이 조각났다. 최고참임에도 오프시즌에 아침 9시면 가장 빨리 훈련하러 나오는 최형우(41)가 있었고, 언제나 묵묵하게 훈련에만 매진하는 전·현직 캡틴 김선빈(35)과 나성범(35)이 있었다. 왼쪽을 보면 친구처럼 긴장을 풀어주는 선배 박찬호(29)가 있었고 그의 앞에는 언제나 듬직한 동성고 대선배 양현종(36)이 있었다. 그 뒤에는 그라운드에서 맘껏 뛰놀라고 하는 이범호(43) 감독의 푸근한 미소가 있었고, 언제나 우렁차게 그를 응원해주는 100만 KIA 팬들이 존재했다.

덕분에 김도영은 프로 입단 3년 만에 가진 잠재력을 터트렸다. 4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126경기 타율 0.344(485타수 167안타) 35홈런 98타점 126득점 36도루, 출루율 0.419 장타율 0.645 OPS 1.064로 KBO 역대 타자 최연소 MVP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김도영은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다들 두루두루 친하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금방 적응하기에 정말 좋았다. 잡아줄 땐 잡아주는 선배가 있고 위로가 필요하면 위로해 주는 선배가 있다.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내가 올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팀 문화 덕분에 선수 생활을 더 편하게, 야구를 더 행복하게 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KIA 제임스 네일(왼쪽)이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방문해 정해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제임스 네일(왼쪽)이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방문해 정해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제임스 네일(왼쪽)이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방문해 에릭 스타우트(맨 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제임스 네일(왼쪽)이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방문해 에릭 스타우트(맨 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가족적인 팀 문화에 감화된 건 어린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다. 고작 한 달 머물렀을 뿐인 윌 크로우(30)는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 5월 미국으로 떠났음에도 SNS(개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KIA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나타내고 있다. 김도영에 따르면 크로우는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밥을 사주는, 경험하지 못한 유형의 따뜻한 외인이었다.

정규 시즌 아웃 판정에도 강력하게 조기 복귀를 원한 외국인 선수도 나타났다. 올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하던 제임스 네일(31)은 지난달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강습 타구에 턱을 맞아 턱관절 고정술을 했다. 최소 한두 달의 재활 기간과 안정이 필요했음에도 네일은 지난 3일부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KIA 구단 관계자는 3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네일은 지난 1일 병원에서 퇴원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조금이라도 뛰고 싶다는 뜻이 강했다. 병원에서도 가볍게 움직이는 운동은 괜찮다고 허락했고 3일부터 하체 위주의 실내 훈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KIA 관계자와 심재학 단장에 따르면 네일은 지난달 25일 수술을 마친 뒤에도 포스트시즌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KIA 구단과 동료들의 행동을 보면 네일의 복귀에 대한 열망도 당연했다. KIA 선수들은 네일의 수술 당일, 응원 릴레이 영상을 찍어 쾌유를 빌었다. 심재학 단장이 병실을 방문해 이 영상을 직접 전했고 네일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 또한 KIA 구단은 한국에 혼자 남은 네일을 위해 얼마 전 귀국한 그의 가족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했다.

외국인 에이스의 정규 시즌 아웃이란 큰 위기에도 하나로 똘똘 뭉친 KIA는 7년 만의 리그 1위를 향해 순항 중이다. 16경기만 남겨놓은 가운데 76승 2무 50패로 유일한 6할 승률을 기록하며 2위 삼성 라이온즈와 격차를 5.5경기로 벌려놓고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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