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국민거포’ 박병호(38)에게 삼성 라이온즈가 이른바 ‘약속의 팀’이 됐다. 시즌 도중 돌연 KT 위즈에 이적을 요청해 삼성으로 트레이드 이적한 뒤 홈런 17개를 추가, KBO리그 홈런 역사에 당당히 이름 석 자를 새겼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지난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5번째 맞대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0-0으로 맞선 2회말이었다. 선두타자로 등장한 박병호는 볼카운트 0B-1S에서 두산 선발 최승용의 가운데로 몰린 포크볼(128km)을 공략해 비거리 120m 우중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8월 31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 9월 1일 대구 KIA전, 3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어 4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한 순간이었다.
박병호는 이 홈런으로 이승엽(삼성·467개) 두산 감독, 최정(SSG 랜더스·491개)에 이어 KBO리그 역대 3번째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아울러 시즌 20번째 홈런을 치며 KT 시절이었던 2022시즌 이후 2시즌 만에 20홈런에 도달했다. 또한 KT 소속으로 친 5경기 연속 홈런(2022년 6월 25일~6월 30일) 이후 797일 만에 4경기 연속 홈런에 성공했다.
경기 후 만난 박병호는 “타구가 우중간으로 가서 조마조마하면서 뛰었다. 다행히 타구가 넘어갔고, 안도하면서 베이스를 돌았다.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400번째 홈런이라서 굉장히 기쁘게 돌 수 있었다”라며 “홈 베이스를 밟은 뒤 동료들의 뜨거운 축하에 뭉클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서 동료들이 진심을 다해 내 기록을 축하해줬다. 너무 고마웠다”라고 400홈런 고지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박병호의 2024시즌 출발은 KT였다. 하지만 부진과 부상이 맞물려 문상철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출전 시간이 현저히 적어지면서 KT 구단에 이적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삼성이 박병호 영입에 관심을 보이며 5월 28일 KT가 삼성에 박병호를 내주고 반대급부로 오재일을 영입하는 1대1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박병호는 삼성 데뷔전이었던 5월 29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 첫 홈런에 이어 31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홈런포를 가동했다. 그리고 6월에도 홈런 4방을 추가하며 타자 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와의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7월 중순 햄스트링을 다쳐 7월 홈런 생산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8월 7홈런으로 거포의 위용을 회복한 뒤 9월 3경기에서 무려 4홈런을 몰아치며 마침내 400홈런 고지에 올라섰다.
박병호는 “통산 홈런 개수가 300개 후반으로 들어왔을 때 400홈런을 달성하지 못하고 은퇴하면 아쉬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개인적인 기록에 대한 목표를 세운 적이 없었는데 그래도 400홈런은 돌파하고 은퇴를 하고 싶었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라이온즈파크가 홈런 생산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는 “된다”라며 “이 곳이 타자 친화적이고, 담장까지 거리도 짧다. 비거리가 많이 안 나와도 타구가 넘어간다. 난 장타를 쳐야하는 입장이고, 라팍이라는 야구장이 좋은 영향을 준다”라고 답했다.
삼성에 마침내 꿈을 이룬 박병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일단 통산 홈런 2위의 이승엽 감독을 따라잡는 건 아니었다. 박병호는 “내가 내년 시즌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이승엽 감독님의 기록을 넘어선다는 생각은 없다. 400홈런을 돌파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목표는 솔직히 다 끝났다. 이제 삼성 선수들과 한국시리즈에 가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 아직 우승을 한 번도 못해봤기 때문에 팀 우승을 다음 목표로 잡겠다”라고 2024 한국시리즈에서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는 장면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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